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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우리도 성인이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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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7-07 ㅣ No.696

[레지오 영성] ‘우리도 성인이 될 수 있는가?’

 

 

프랭크 더프는 24세에 빈첸시오회에 가입한 다음부터 적극적으로 신앙생활에 헌신하였습니다. 브래드쇼 신부는 특히 영적 독서와 봉쇄 피정이 그에게 “영원한 삶으로 이끄는 좁은 문”을 삶의 목표로 정하도록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았습니다. 프랭크 더프는 27세에 신앙생활의 비전과 희망을 담은 청사진을 만들어 ‘우리도 성인이 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소책자로 발행하였습니다. 이 책은 신자들에게 성인이 되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 못지않게 그 자신이 실천하기 시작한 신앙생활에 대한 열정을 잘 보여줍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프랭크 더프는 사제나 수도자가 될 것을 자주 권유받았으며, 그때마다 평신도로서 자신의 고유한 성소를 재확인하였다고 합니다. 주어진 현실의 삶 안에서 일상의 평범한 의무를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평신도의 삶이 자신이 가야 할 길임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올바른 생각을 지닌 모든 가톨릭 신자들의 가슴에 성인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심어주셨습니다.”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보편적인 성화 소명을 천명하면서 개인적인 생활 형태를 통하여 실천하도록 권고하는 발표가 나오기 반세기 먼저 성령께서 프랭크 더프를 이끌어주셨음을 보여줍니다. 프랭크 더프는 변화될 교회의 미래를 한걸음 앞서서 살고, 평신도 사도직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레지오 마리애를 창설함으로써 공의회가 선포하고 기대한 것처럼 성령께서 평신도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평신도 신앙생활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의 기쁨보다 하느님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을 하느님께 청하고 노력해야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보편적 성화 소명에 대해 선언하면서 평신도가 자신의 신앙을 다양한 환경 안에 스스로 적용하고 실천함으로써 하느님 앞에 책임감 있는 신앙인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평신도도 자발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한다면 각자의 삶을 신앙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성령께서 이끌어주시리라고 믿었습니다.

 

공의회는 문헌을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이 성화의 길을 걸을 때 성령께서 맺어주시는 은총이 끊임없이 드러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 거룩함은 자기 삶에서 사랑의 완덕을 지향하며 남들을 감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개인들에게서 여러 가지 형태로 표출되고, 흔히 복음적 권고라고 불려 왔던 권고의 실천에서 고유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교의 헌장 39).

 

공의회는 평신도가 교회의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삶에 머물지 말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성령의 인도를 따르며 각자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신앙생활의 미래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성인들은 이미 창의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다양성을 보여주지만, 평신도들은 스스로 그런 성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소극적인 신앙생활에 안주하는 경향에 기울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공의회 이후 반세기가 더 지났음에도 여전히 극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교본에서 제시한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을 자신의 삶으로 수용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변화를 앞서간 프랭크 더프를 본받고 공의회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프랭크 더프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이 성화되는 것이라고 믿고 실천하였으며, 개인의 성화를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한국교회 신자들은 성인이라고 하면 교황청에서 시성한 순교자들을 떠올리기 때문에 감히 성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기 어렵고, 유럽의 신자들은 성인을 특별히 고행하고 기적을 행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들은 그렇게 살 수 없다고 실망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프랭크 더프는 “성인이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자신의 일상의 의무를 특별히 잘 행하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렸습니다. 성인이 되기 위해 요구되는 고행도 일상의 의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건강을 유지하는데 요구되는 절제로 이해하며, 기적을 일으키지 않고 세상에서 잊히더라도 하느님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 사는 삶을 특징으로 강조합니다.

 

문제는 성덕을 쌓으려는 진지한 노력을 시작하려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 데 있습니다. 모든 유형의 사람들을 교회가 시성한 것은 생활방식이나 등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성덕에 이르게 할 충분한 은총을 하느님께서 주셨다고 믿을 때, 건강과 질병, 가난과 부, 좋게 보이는 것과 나쁘게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 모두가 그리스도인에게는 영적 유익을 추구할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또한 성덕을 과소평가하는 사고방식을 바꾸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성덕을 위해 힘쓰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거기에 모든 노력의 비밀이 들어있다고 알려줍니다. 그런데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 감수하는 괴로움보다 훨씬 가벼운 성덕을 위한 수고를 받아들이려는 마음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기쁨을 앞세우려는 본성을 극복하고 하느님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을 하느님께 청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신앙은 본래 하느님의 선물, 하느님께 완전히 의탁해야

 

프랭크 더프는 빈첸시오회에 가입할 무렵 신앙이 얼마나 큰 하느님의 은총인지 깨닫는 신앙체험을 하였습니다. 어느 날 고백성사를 받고 보속을 바치기 위해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매우 짧은 순간에 이루어졌던 이 체험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던 모든 것들이 하느님과 함께 사라져버리는 엄청난 상실감을 경험하였다고 토로하였습니다.

 

그 생생한 고통의 기억은 훗날 레지오 단원들을 위한 공개강좌를 할 때도 여전히 느껴질 만큼 남아있었습니다. 브래드쇼 신부는 이 경험으로부터 프랭크 더프가 신앙은 본래 하느님의 선물이며 그 누구도 인간의 이성으로만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더욱 깊이 깨닫고 기뻐했다고 전하면서, 하느님께 완전히 의탁해야 하며 자신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험함으로써 앞으로의 시련에 대비해 그를 강하게 하려는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으로 해석하였습니다.

 

프랭크 더프는 진실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청원하는 기도문을 통해 한가한 시간을 때우는 것에 불과했던 자신의 신앙생활을 반성하고, 허송세월한 지난날을 완전히 보상하여 돌려드리기 위해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매일의 평범한 생활을 갈팡질팡하거나 지치지 말고 살아가며,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이 사랑받으시도록 노력하는 것에 만족하고, 사소한 일들 속에서 위대해지고 평범한 일을 하는 가운데 영웅이 되는 삶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일 것을 결심하였습니다. 그는 9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의 신앙생활 비전과 희망을 실천하려고 노력하였고,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의 항구함은 자신의 기쁨보다 하느님의 기쁨을 앞세우며 인내한 결과였습니다. 그가 자신의 책에서 언급하였듯이 이 인내는 그에게 주어진 맨 마지막 은총이며 또 가장 큰 은총이었습니다. 그는 이 인내의 비결은 기도에 있다고 가르쳤는데, 자신이 가르치는 것을 실천하는 모범도 보여주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7월호, 권용오 마티아 신부(안동교구, 상주 가르멜 여자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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