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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성당 제대 이야기: 서울 포이동성당 -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하는 가죽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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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6-25 ㅣ No.728

[우리 성당 제대 이야기 – 서울 포이동성당]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하는 가죽 제대

 

 

제대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만찬이 이루어진 식탁이자 주님 희생 제사가 이루어진 가장 거룩한 자리다. 참된 사제 그리스도께서는 참된 제물이 되시어 몸소 아버지께 제사를 바치시고 우리가 이 제사를 영원히 기억하여 거행하게 하셨다(‘제대 봉헌 예식’ 참조).

 

교회는 전통 관습과 성서적 상징에 따라 제대의 윗부분은 돌로, 곧 자연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돌로 제대를 만드는 전통은 제대가 바로 그리스도 상징한다는 의미를 살리려는 데서 생겨났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제대는 “주교회의의 판단에 따라 품위 있고 튼튼하며 정성 들여 마련한 다른 재료로도” 만들 수 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01항 참조).

 

 

‘구원의 방주’로서 포이동성당

 

서울시 서초구 양재2동 396-2. 거기 서울대교구 포이동성당은 넉넉한 가슴으로 누구든지 받아 주고, 따스하게 영혼을 품어 주는 ‘포근한 이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0년 8월 22일 양재동본당에서 분가하여 설립되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교구에서 관할 지역이 가장 넓다. 당시에는 아파트 하나 없이 대부분 낮은 주택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그린벨트에 산이 가까이 있어 자연환경이 쾌적한 곳이었다. 이런 환경은 지금도 여전하다.

 

2003년 9월 21일 새 성전 봉헌식을 거행한 포이동성당은 세 성전을 건축하면서 주변의 연립주택, 다가구 다세대 주택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까 하는 숙제를 건축구조와 색 등으로 해결했다.

 

포이동성당의 이미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현대적’이다. 극도로 절제된 노출 콘크리트 형식의 건축물은 무언가 있을 것 같은 호기심이 들게 한다. 곧게 뻗은 직선은 웅장한 느낌이 들게 하면서도 아무런 장식이나 꾸밈이 없는 단순한 절제미를 보여 준다. 자기를 주장하기보다는 이웃을 받아들임으로써 조화를 이루는 성전 건축의 기본 정신을 읽을 수 있게 한다(본당 누리집 참조).

 

성당의 절제미는 성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자연 친화적이고 정감 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곡선의 성물들은 차갑고 절제된 성당 이미지를 보완하며 방주 모양을 본뜬 성전을 따뜻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독특한 재료로 만든 제대가 있다.

 

 

흔하지 않은 국내 유일 가죽 제대

 

포이동성당의 제대는 천연 소재인 느티나무와 우리나라 제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재료인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제대를 만든 신창귀 베르나데타 씨는 “(소)가죽은 모든 것을 내어 주신 그리스도와 같은 희생의 의미가 담겨 있어 성물 재료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가로 2m 10cm, 세로 90cm, 높이 1m 20cm 크기의 제대는 느티나무로 기본 틀을 만들고 그 위에 두드리고 조각하고 염색하는 과정을 거친 통가죽 한 장을 씌운 형태다.

 

가죽의 앞쪽과 뒤쪽에는 우주를 상징하는 원과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물고기 두 마리를 새겼다. 윗면 가운데에는 예수 성심을 상징하는 태양 문양과 예수님을 나타내는 라틴어 세 글자(IHS) 문양, 그리고 그 옆으로 메시아를 상징하는 십자 문양을 양각 조각하였다(26쪽 사진 참조). 가죽은 옻칠로 마감해 300년 이상 보존이 가능하게 했다,

 

제대는 위 판과 받침대가 분리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자란 통 느티나무를 깎아 만든 기도하는 손 모양의 형상 두 개가 받치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받침대 앞쪽에는 전통적으로 시작이요 마침이신‘(묵시 21,6; 22,13 참조) 그리스도를 상징해 온 그리스어 알파벳의 첫 글자 알파(A)와 끝 글자 오메가(Ω)를 새긴 뒤 가죽으로 상감 처리하였다.

 

“가죽 제대에서 이루어지는 성찬례에 참여하는 신자들의 숨소리와 표정, 기도와 찬양, 사랑과 돌봄이 성령으로 하나 되는 일치를 이루기를 바란다.” 가죽이나 나무로 만든 성물, 가죽 제대는 내부 온도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여 환경에 견디는 적응 훈련이 필요하다. 본당 공동체가 서로의 애정과 연민으로 사이좋게 잘 어울리고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미음이 제대에 담겼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전례를 중요시하는 교회에는 다양한 변화가 요구되었다. 코로나19 이후 교회는 더 많은 변화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켜 낼 것인가? 그것이 무엇이든 그 본디의 의미를 있지 말아야 한다.

 

[경향잡지, 2020년 6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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