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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주일 특집: 존엄성을 위협받는 사람들 -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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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6-01 ㅣ No.1743

[생명주일 특집] 존엄성을 위협받는 사람들 (3) 노인


너도나도 부양 외면… ‘노인인권 의식’과 ‘돌봄의 사회화’ 필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불가침성을 수호하기 위한 5월 첫째 주일 ‘생명 주일.’ 올해는 5월 3일 제10회 생명 주일을 맞아 본지에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과 원인·해법을 알아보고 있다. 앞서 (1), (2)편에서는 여성과 아동에 대해 알아봤다. ‘존엄성을 위협받는 사람들’ 특집 마지막으로, ‘노인’에 대해 살펴본다.

 

“현대 사회에서 노인은 존경과 부양받을 당연한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권금주 교수는 2016년 5월 월간 「복지동향」에 실린 글 ‘노인인권 관점에서 노인학대 정책 방향 모색’에서 과거와 다른 오늘날의 풍토를 설명하며 이렇게 밝혔다. 이전까지는 부모와 노인을 존중하는 효(孝)가 사회의 주요 가치였고, 효 사상에 따라 부모와 노인을 공경하고 보살폈지만, 지금은 가족 구조와 기능, 가치관 등의 변화로 이를 더 이상 수용하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노인에 대한 축적된 정보와 지식의 가치절하로 노인을 열등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 노인 차별과 소외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겉으로는 효 사상으로 가리고, 안으로는 가족과 사회가 노인을 방치할 때 나타나는 최악의 결과가 노인 학대”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의 지적처럼 노인에 대한 존엄성 침해는 ‘노인인권 의식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다. 노인을 완전한 권리를 가진 온전한 주체가 아닌 통제 가능한 개체, 열등하거나 부차적인 존재로 인식할 때 노인학대 등 존엄성 침해 사례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실제 그동안 드러난 노인학대 사례들을 살펴보면 노인을 자기 의사나 결정권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소유물로 인식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시끄럽게 한다는 이유로 치매 노인의 휠체어를 자물쇠로 1시간 넘게 결박한 사건,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저항했다는 이유로 84세 노인을 때린 사건, 성관계할 여자가 없다는 이유로 노모를 범하려다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노모를 걷어찬 사건, “장 볼 때 쓰라”며 준 통장과 인감으로 노인의 전 재산을 빼돌린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임춘식 교수 등의 학술 논문 ‘노인의 노인인권개념 인식과 침해 경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거나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는 행위를 정서적 인권 침해로서 가장 많이 인지한다고 나타났다.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할 때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가장 많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부족한 노인인권 의식이 더 많은 노인학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에 대한 돌봄 책임이 가정에 우선 부여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고령화로 인해 노인부양 부담을 느끼고 그 탓에 스트레스와 분노 등이 쌓여 결국 노인인권 의식이 부족한 사람들의 공격성이 자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2017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행위자 원인 분석 결과, 전체 8415건 중 절반 이상(58.8%)이 개인의 내·외적인 문제와 노인에 대한 부양 부담으로 발생했다. 분노·충동적 성격 등 개인의 내적인 문제가 34.5%, 스트레스·실직·이혼 등 개인의 외적인 문제가 17.8%, 피해자 부양 부담이 6.5%로 학대 행위자 원인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노인인권 종합보고서’에서도 청·장년 응답자 중 85.6%가 “노인돌봄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혀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노인부양에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음이 드러났다. 가족 내 노인돌봄은 성인 자녀가 담당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57.6%만 “그렇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노인학대와 같은 노인 존엄성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인인권 의식 향상’과 ‘돌봄의 사회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노인을 돌보는 사람이 어떠한 경우라도 노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관련 교육을 받게 하고, 노인을 돌보는 사람이 돌봄에 대해 막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가 그 부담을 나누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노인보호전문기관 김선희 관장은 한 언론 기고 글에서 “노인을 의존적이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보던 사고에서 완전한 권리를 가진 주체로 규정하는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노인 인권 당사자인 노인과 가족, 노인 복지 시설 종사자의 인권 감수성 함양과 함께 다양한 대상에 대한 교육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영숙 교수 등도 학술 논문 ‘노인인권 향상을 위한 노인학대 대응 방안’에서 “노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노인 학대 방지 차원에서의 정책은 노인은 물론 가해자인 가족, 시설 종사자들까지 그 대상자로 확대해 거시적 차원에서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노인·가족을 위한 지지 프로그램’과 ‘가족이 노부모와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처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망 구축’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특히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노인복지위원회 위원장 조용철 신부는 “교회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생명’이 지니는 소중한 가치에 대해 강조해 왔다”며 “노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는 것은 생명에 대한 시대적 가치의 변화의 영향 속에 있다”고 밝혔다. 조 신부는 “힘없고, 나약하고, 그래서 생산적 경제 활동을 할 수 없는 노인들에 대해 기피를 넘어서 혐오하기까지 하는 지금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극심한 물질 만능주의에 젖어 있는지를 보여 주는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또 “교회는 거시적으로는 세상 속에서 ‘생명’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일깨우기 위한 노력을 계속적으로 해야 한다”며 “미시적으로는 당사자들, 전문가들, 현장 실천가 등과의 연대를 통한 생명 문화 확산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톨릭신문, 2020년 5월 31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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