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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24: 제3 클뤼니로 가는 길 - 느베르의 생테티엔 수도원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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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4-04 ㅣ No.714

[성당 이야기] (24) 제3 클뤼니로 가는 길


느베르의 생테티엔 수도원 성당

 

 

25세의 후고는 클뤼니의 새 수도원장이 되었습니다(1049년). 그는 신학자로서 레오 9세 교황을 도와 성찬례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정립하였고, 그레고리오 7세 교황의 개혁에도 많은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또한 교황대사로 프랑스와 헝가리의 평화 협정에 기여하였으며, 성 베드로 다미아노(1007-1072)와 같은 걸출한 신학자도 배출하였습니다. 교회사학자들은 그런 후고를 외교적 수완과 심리적 직관이 뛰어난 사람으로 평가하는데, 이는 그가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내놓은 제3 클뤼니 수도원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능력 있는 원장 후고는 당시 클뤼니 수도원이 교회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걸맞는 새 수도원을 건립할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아직 세상이 경험해보지 못한 규모의 성당을 짓는다는 것은 후고에게도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작은 규모의 성당을 먼저 지어보기로 결심을 합니다. 일에 대한 그의 안목과 치밀한 계획성을 엿보게 하는 실험입니다. 그렇게 지어진 성당들이 몇 개가 되는데, 그중에서 눈여겨볼 성당이 느베르의 생테티엔 수도원 성당(Abbaye Saint-Étienne de Nevers, 1068~1097년)입니다. 그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가는 순례길의 한 도시 느베르에 지금까지 쌓아온 건축기술을 총 동원하여 생테티엔 수도원을 새로 짓습니다. 이 성당은 3랑식 6베이의 바실리카 표준 양식을 취했습니다. 네이브와 같은 폭으로 한 베이의 트란셉트를 가지고 있으며, 크로싱 상부에 정팔각형의 나지막한 탑을 올렸습니다. 네이브월은 아케이드층과 갤러리층, 그리고 클리어스토리의 전형적인 3단 구성을 갖추었으며, 기둥도 정사각형의 코어기둥 네 면에 반원형의 대응기둥이 맞닿아 있는 표준형을 띄고 있습니다. 그래서 느베르의 생테티엔 성당은 새로울 것이 없는 기존의 로마네스크를 총정리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기본에서 출발하지 않는 새로움이란 없습니다. 이 기본의 성당 안에 후고가 제3 클뤼니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요소들이 담겨 있습니다.

 

먼저 3단 구성의 네이브월을 말할 수 있습니다. 네이브월을 2단 혹은 3단으로 구성하는 것은 수직성을 위한 것인데, 특별히 생테티엔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갤러리층과 비슷한 높이의 아케이드층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언제든지 아케드층을 높임으로써 전체 높이를 올릴 수 있게 됩니다. 또 다른 특징은 생테티엔이 수평과 수직의 조화를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네이브월의 개구부들을 대부분 폭이 좁고 기다랗게 만듦으로써 부분적으로 수직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브월의 세 개 층 각각의 높이가 균등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수평적인 안정감을 갖습니다. 후고는 이와 같이 당시까지 축적된 건축기술들을 종합화하여, 평면의 모듈화, 네이브월의 표준 3단 구성과 코어기둥 및 대응기둥의 조화, 배럴 볼트와 횡아치의 천정 등으로 기술력을 완성한 것입니다. 물론 그의 실험은 당시 첨단으로 알려진 그로인 볼트 공법 등이 시도되지 않은 점에서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고가 생테티엔에서 생각한 것은 새로운 공법의 시도가 아니라,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공법들을 완성하여 종합화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웅장한 제3 클뤼니 수도원을 세상에 선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2020년 4월 5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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