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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23: 로마네스크의 전성기를 열다 - 클뤼니의 성 후고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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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3-21 ㅣ No.710

[성당 이야기] (23) 로마네스크의 전성기를 열다


클뤼니의 성 후고 아빠스

 

 

지금까지 ‘초기’ 로마네스크의 성당 이야기를 하면서, 프랑스 부르고뉴를 중심으로 한 초기 남부 로마네스크 성당들(제2 클뤼니 수도원 성당 등)과 독일 라인란트 지역의 초기 북부 로마네스크 성당들(제1 슈파이어 대성당 등)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성지 순례길의 성당들(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대성당 등)을 소개하였고, 클뤼니 이후 교회 개혁을 이끈 수도원들에 대해서도 언급하였습니다. 변화하는 세상과 교회의 틈바구니에서 성당 건축은 로마네스크의 전성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이러한 발전도 클뤼니 수도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목조 평천장에서 시작한 성당은, 지중해의 석조 건축술과 롬바르디아의 조적술의 영향을 받으며, 천장을 목조에서 석조로 바꾸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석조 배럴 볼트를 탑재한 첨단의 제2 클뤼니 수도원 성당이 탄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무거운 석조 천장을 더 높이 올리는 것이 여전히 과제로 남았습니다. 아침 성무일도(Laudes)의 Benedictus(즈카르야의 노래)와 저녁 성무일도(Vesperae) 중 Magnificat(마리아의 노래)의 아름다운 찬미가 천상을 향해 더 높게 더 멀리 오르기를 수도자들은 소망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수도원 성당에 세 번째로 손을 댄 사람이 스뮈르의 성 후고(위고, 1024~1109년)입니다. 그는 15세에 클뤼니 수도회에 입회하여, 6년 후에 사제서품을 받고, 25세에 클뤼니 수도원의 원장(아빠스)이 되었습니다(1049년). 전임 아빠스였던 성 오딜로 때 훗날 개혁 교황이 된 그레고리오 7세가 클뤼니에 있었으니, 성 후고가 나중에 카노사에서 그레고리오 7세와 하인리히 4세의 중재에 나선 것(1077년)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성 후고와 성 그레고리오 7세 얘기가 나왔으니, 교의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투르의 베렌가리우스(+1088년)는 2차 성찬례 논쟁을 벌인 인물입니다. 그는 200년 전 1차 성찬례 논쟁의 라트람누스의 영향을 받아서 성찬례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실제로 현존한다는 것을 부정하였습니다. 현양된 그리스도의 몸은 세상 종말 이전에는 다시 지상에 내려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에게 성찬례 안의 빵과 포도주는 천상의 그리스도를 정신적으로 연결해주는 수단일 뿐입니다. 그 주장의 근거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실체(實體, substantia)와 우유(偶有, accidentia) 개념입니다. 실체는 사물의 정신적 본질을 의미하고, 우유는 사물의 겉모양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우유 안에 실체가 담겨 유지되는 것인데, 우유가 변하지 않는 한 실체도 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곧 빵과 포도주의 물질적 형태가 그대로인 한, 그 실체도 빵과 포도주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1054년 레오 9세 교황은 프랑스 상스(Sens)에서 교회회의를 열고 베렌가리우스의 이론을 반박하고 단죄하였는데, 그때 교황을 보좌했던 신학자가 성 후고와 성 그레고리오 7세였습니다. 이후 1079년 로마 시노드를 통해서 교회는 성찬례 중의 성변화(聖變化)를 설명하면서 “실체적으로 변화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베렌가리우스가 ‘실체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고, 이것이 1215년 제4차 라테란 공의회에서 교회가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실체변화설(transsubstantiatio)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다음 회에는 성 후고에 의해서 시작된 클뤼니 수도원의 세 번째 신축 공사 현장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2020년 3월 22일 사순 제4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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