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3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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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신앙: 신앙 - 신앙과 교회의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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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2-17 ㅣ No.575

[교부들의 신앙 – 신앙] 신앙과 교회의 성사

 

 

교부들은 무엇보다도 신앙을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교부들에게 신앙이란,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것들의 실현에 대한 확실함’이고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핵심 조건’이며 ‘보이지 않는 실재(實在)들 안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치릴로 성인은 신앙의 핵심 두 가지를 우리에게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믿어야 할 교리와 관련하여 우리 정신의 동의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은총과 관련하여 그리스도께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 그러므로 신앙은 믿어야 할 교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성령께로부터 무상으로 선물로 주어진 것이며, 초월적인 것들을 작동시키는 힘을 줍니다”(「예비 신자 교리 교육」, V,10-11).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서 계시하신 진리를 따르는 일이 인간의 자유나 지성의 동의 없이 그냥 이루어질 수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됩니다. 그저 맹목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입니다. 또 신앙은 하느님께서 불어넣어 주시는 초자연적인 덕이기도 합니다. 테오도로 성인은 신앙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합니다.

 

“신앙은 영혼으로 하여금 보이지 않고 형언할 수 없는 실재(實在)를 보고 알도록 해 줍니다. … 보이지 않고 형언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의 믿음이 건강하다면 그것들을 보겠지만, 믿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 사실 바오로 사도가 ‘진리의 기둥이며 기초’라고 했던, 하느님의 교회만이 신앙에 건강하고 믿을 교리에 굳건합니다”(「교리 교육에 관한 강해」, I,8-10).

 

공기를 볼 수 없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은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성인이 말하는 ‘보이지 않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그분의 계획, 성령의 현존하심 등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직 신앙, 그것도 올바른 신앙으로만 보고 알 수 있는 초월적인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 올바른 신앙은 하느님의 교회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습니다.

 

 

교회와 신앙 고백

 

우리가 세례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신앙과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은 오직 교회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세례 예식 때 사제는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교회에 무엇을 청합니까?” 그러면 세례 후보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신앙을 청합니다.” 다시 사제가 “신앙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줍니까?” 하고 물으면 세례 후보자는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교회는 “성도들에게 단 한 번 전해진 믿음”(유다 1,3)을 충실히 지킵니다. 또 언제나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하고, 사도들의 신앙 고백을 대대로 신자들에게 전해 줍니다. 마치 어머니가 자녀들에게 말을 가르쳐 자녀들이 그 말을 통해서 만물의 이치를 깨닫고 나누도록 하는 것처럼, 교회 또한 우리를 신앙의 이해와 삶으로 이끌고자 신앙의 언어를 가르쳐 줍니다.

 

사도 시대부터 지금까지 교회는 수많은 언어와 문화, 민족, 나라를 거치면서도 한결같이 한 분이신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유일한 신앙을 고백해 왔습니다. 이 신앙은 하나의 세례를 통하여 전달되며 모든 사람이 오로지 한 분이신 아버지 하느님을 모시고 있다는 확신에 기초한 신앙입니다. 이레네오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온 세상에 전파된 교회가 사도들과 그 제자들로부터 이어받은 가르침과 신앙을 … 교회는 충실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온 세상 곳곳에 퍼져 있지만 같은 한 집안에 사는 것과 같습니다. 온 교회는 마치 한 영혼과 한마음만을 지니고 있듯이 이것을 믿고, 또한 흡사 하나의 입만을 가진 듯이 일치된 목소리로 그것을 선포하고 가르치며 또 전해 줍니다”(「이단 반박」, I,10,1-2).

 

이를 통해 우리는 신앙이 개인의 행위이기에 앞서 ‘교회의 행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교회의 신앙은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 있으며 우리의 신앙을 낳고 지탱하며 길러 줍니다. 그리하여 교회가 모든 신자의 어머니인 것입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교회가 거룩한 계시로 제시하는 바를 우리가 믿어야 한다고 전합니다.

 

“우리는 문서와 구전으로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에 포함된 모든 것과 교회가 거룩한 계시로 제시하는 모든 것을 믿습니다”(「하느님 백성의 신앙 고백」, 20항).

 

이것은 우리가 바치는 ‘신덕송’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진리의 근원이시며 그르침이 없으시므로 계시하신 진리를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 굳게 믿나이다.”

 

 

교회 전례 안에서 거행되는 성사

 

하느님께서 계시하신 진리라 할지라도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 믿지 않는다면 그것은 올바른 신앙이 아니며, 이단 혹은 사이비 종교로 빠질 위험이 대단히 큽니다. 오늘날 신자, 비신자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교회가 가르치는 대로’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어머니인 교회를 벗어난 믿음은 테오도로 성인의 표현대로 ‘건강하지 못한’ 믿음이기에 신앙의 대상을 제대로 보고 깨달을 수가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분명히 전합니다. 

 

“사실 신앙은 그것을 증언하고 전달하기 위한 어떤 틀을 필요로 하며, 그 틀은 전달될 것에 알맞은 것이어야 합니다. 순수하게 교리적인 내용을 전달하고자 한다면 어떤 개념이나 아마도 책 한 권, 또는 구두 메시지를 반복하는 것이면 충분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전달되어야 할 것, 교회의 살아 있는 전통에서 전해져야 할 것은 살아 계신 하느님과의 만남에서 나오는 새로운 빛,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 그의 정신과 의지, 정서를 모두 건드려 하느님과, 그리고 다른 이들과 맺는 친교의 살아 있는 관계에 열리게 하는 빛입니다. 이런 충만함을 전달하는 데에는인간의 몸과 정신, 그의 내면성과 관계성, 곧 전인격을 참여시킬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이 있습니다. 이 수단은 교회의 전례 안에서 거행되는 성사들입니다”(「신앙의 빛」, 40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앙이 그저 교회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나 메시지를 통해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교회의 성사들을 통하여 전해진다고 가르칩니다. 교회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나 메시지도 분명히 신앙을 배우는 데에 유익하고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신앙을 전해 받는 확실한 방법은 교회 안의 성사들입니다.

 

성사들 없이 그저 책만으로 신앙을 물려받기란 불가능합니다. 성경에 기록된 최후의 만찬 이야기만 가지고 성체성사가 주는 신앙을 물려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성체성사에 참여해야만 그 신앙이 참으로 무엇인지를 알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 장재명 파트리치오 - 부산교구 신부로 울산 우정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교황청립 라테라노대학교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대학원에서 교부학과 교부신학을 전공하였다.

 

[경향잡지, 2020년 2월호, 장재명 파트리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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