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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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우리 성당 제대 이야기: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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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1-19 ㅣ No.701

[우리 성당 제대 이야기]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며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그리스도의 희생과 하느님의 백성을 초대하는 주님의 식탁을 의미하는 제대는 성당 안에서 가장 거룩한 대상으로 일치와 존경과 기도와 예배의 초점이다. 그래서 성당 안팎의 그 어떤 요소들보다 더 주의 깊게 제작되어야 한다. 미사가 거행되는 성찬의 식탁인 제대. 우리 본당의 제대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봉헌된 성당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 동산에는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봉헌된 성당이 있다. 의정부교구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다. 북녘땅이 바로 보이는 임진강 자락에 자리해 북녘 마을을 바로 볼 수 있는 이 성당은 실향민과 통일을 바라는 신자들이 모은 성금으로 한국 전쟁 정전 60주년인 지난 2013년 6월 25일 봉헌되었다.

 

성당의 외형은 평안북도 신의주 진사동에 있던 성당을, 내부는 함경남도 덕원 성 베네딕도회 수도원의 대성당 모습 일부분을 재현해 신앙으로 이어진 남북한 교회의 연속성, 북한 교회는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고 언젠가 재건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

 

성당은 남북한 예술가들이 합작한 성당이기도 하다. 성당 내 여러 모자이크화 작품을 북한 만수대 창작사의 벽화 창작단 공훈 작가 일곱 명이 제작하였다. 그래서 성당은 점점 이질화되고 멀어져 가는 북한과 우리가 하나라는 점을 잊지 않고 계속 깨우치며 기도하고, 그들을 위해 우리 마음을 모으는 준비의 장소, 화해의 장소, 일치의 장소가 된다.

 

성당 내부는 모자이크와 이콘,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장식되었는데 교회의 성미술과 우리 문화의 전통 이미지가 조화를 이룬다.

 

 

돌로 만든 제대 안에 북한 흙 등 넣어

 

참회와 속죄의 성당 제대는 장긍선 예로니모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가 디자인하여 제작했다. 교회의 전통에 따라 돌로 만든 제대 상판은 한 장의 돌 네 귀퉁이와 중앙에 십자가를 새겨 넣어 예수님의 다섯 상처를 상징했으며, 이곳에 성유를 발라 축성했다.

 

제대 전면부에는 장 신부가 북한 원산의 유리로 제작한 모자이크를 넣었다. 성당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 조선 시대 관리들이 입던 관복의 흉배에서 그 모티브를 따온 모자이크는 중앙에 학이나 호랑이 대신 어린양을 넣었다. 어린양은 희생 제물, 곧 우리를 위해 희생되신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리고 어린양 주위의 산과 바다의 형상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였다.

 

순교자들의 유해를 제대 밑에 모시던 초기 교회의 전통에 따라 순교자들의 피와 땀이 적셔진 북한의 흙과 제2대 조선교구장 성 앵베르 주교의 프랑스 고향의 흙, 그리고 성경과 성가책 등의 성물을 나무 상자에 담아 제대 안에 넣었다. 조선 시대의 순교자들뿐 아니라 현재에도 북한 지역에서 그치지 않고 이어지는 많은 순교자의 피와 땀의 희생을 잊지 않고자 한 것이다.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당위성을 웅변하는 참회와 속죄의 성당 제대 위에서는 날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성찬례가 거행된다. 또한,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지향으로 ‘토요 기도회’와 미사가 봉헌된다.

 

올해는 한국 전쟁 발발 70주년이다. 주교회의에서는 지난 12월 1일 대림 시기부터 올 11월 28일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를 진행한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그런 기도와 순례를 위해 가장 적합한 장소다.

 

[경향잡지, 2020년 1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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