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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대학생 거점성당 대구대교구 경산 압량본당 새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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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9-23 ㅣ No.671

[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대학생 거점성당’ 대구대교구 경산 압량본당 새 성당


청년과 어르신 모두를 신앙으로 이끄는 순백의 공간

 

 

- 9월 29일 봉헌식을 앞두고 있는 대구대교구 경산 압량성당 외부 전경.

 

 

10여 개의 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경북 경산지역. 압량본당은 경산에서도 대학생들의 자취촌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청년사목에 대해 고민하던 대구대교구는 2014년 압량본당을 ‘대학생 거점본당’으로 지정했다. 대학 인근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생활을 고려,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본당 상황은 열악했다. 주변에 대학가가 형성되어 있을 뿐, 주일미사 참례자 450여 명 중 대다수는 고령의 어르신들이었고 1996년 지은 패널 건물 2채가 본당이 가진 전부였다. 대학생 거점본당으로 지정된 지 5년. 그동안 압량본당은 ‘대학생 센터 AD’(Agnus Dei(아뉴스 데이)·하느님의 어린 양)를 2016년 지어 올렸고, 새 성당 또한 완공해 9월 29일 오후 2시 봉헌식을 앞두고 있다.

 

- 경산 압량성당 성전 내부.

 

 

대학생 사목을 위해

 

“군에서 세례를 받았지만 복학 후 냉담생활을 했습니다. 학교 인근에 대학생들이 모이는 성당이 있다기에 호기심에 찾아왔죠.”(최우재·발렌티노·30)

 

“중학생 때 세례를 받았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성당에 가지 않았어요. 대학에 오면서는 교적이 있는 고향 본당에서 멀리 떨어졌기에 신앙생활을 거의 포기했는데, 대학생 거점본당 소식을 듣고 와봤습니다.”(최양이·요세피나·25)

 

다양한 사연을 지닌 대학생들이 대학생 거점본당을 찾아 왔다. 하지만 성당에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 패널 건물은 좁았고, 외부 기온이 실내로 그대로 전해져 덥거나 추웠다.

 

2014년 대학생 거점본당 지정과 함께 부임한 본당 주임 권대진 신부는 건물 신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기존 신자들 역시 몇 년째 건립 기금을 모으며 성당 신립 활동을 이어오던 상황. 신자들은 성당부터 짓기를 염원했다. 하지만 권 신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권 신부는 “대학생들이 망설임 끝에 성당에 왔을 때, 그들을 위한 공간이 있고 그곳에서 그들이 매력으로 느낄 요소들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새 성당을 향한 신자들의 바람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센터를 먼저 짓자고 제안하려니 신자분들에게 참 죄송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신자들은 권 신부의 의견에 공감했다. 미래 교회를 이끌 청년들을 모아야 한다는 큰 목표가 당장의 성당 신축보다 시급하고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몇 년간 꾸준히 모은 성당 신축 기금 전체를 대학생 센터 건립을 위해 사용했다. 대리구와 주변 본당들도 힘을 보탰다. 카페와 밴드연습실, 교리실 겸 스터디룸 등을 갖춘 ‘대학생 센터’는 2016년 완공됐고, 3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인근 대학생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청년 리더십 교육과 심리활동,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토크콘서트, 캘리그라피와 가죽공예, 악기강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 못자국을 형상화한 성수대.

 

 

다시 시작

 

센터 완공 이후 신자들은 다시 마음을 다졌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의 공동체가 2채의 건물을 연달아 짓는 것은 불가능해보였지만 성당 건립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농사를 짓는 이웃이 배추, 매실 등 농작물이라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신자들은 함께 밭으로 달려가 농작물을 수확했다. 수확한 농작물을 주변에 팔고, 김치 등으로 재가공해 판매하는 것도 모두 신자들 몫이었다.

 

교구 행사는 물론이고 인근 지역에 축제가 열리면 판매부스를 차렸다. 다른 부스와 차별화되는 메뉴를 고심하다 멍게비빔밥과 멍게젓갈을 본당 대표 메뉴로 선정했다. 요리법을 아는 신자를 통해 함께 요리법을 익혔고 통영에서 멍게를 공수해왔다. 신자는 물론 사제, 수녀까지 다함께 모여 고무장갑을 끼고 멍게를 다듬는 모습은 수년 간 압량본당의 일상이었다. 총 29곳 본당에 신립 모금 활동도 다녔다.

 

6년째 본당 총회장을 맡아 기금 마련에 앞장서 온 이정수(마티아) 총회장은 수많은 활동 중에서 신부님 손에 10만 원을 쥐어주셨던 한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총회장은 “성당 짓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서 직접 산에 가 도토리를 따고 그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팔아서 10만 원을 마련해왔다는 할머니를 보면서 주님의 집을 짓는데 더 힘을 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모든 활동에는 기존 본당 신자뿐 아니라 새로 본당을 찾은 대학생들도 함께했다. 청년들은 본당 어르신들을 거들 뿐이라고 말하지만, 어르신들은 젊은 청년들 덕에 힘을 얻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몇 년간 이어진 성당 건립 기금 마련 활동은 어르신 신자와 청년 신자들을 하나로 모이게 했다.

 

손이 닿는 높이에 설치된 성전 내부 십자가의 길.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시편 118,23)

 

새 성당 설계 과정에서도 어르신과 대학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한 고민들이 이어졌다. 결론은 더욱 ‘신앙’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친교, 교육 등은 센터 건물을 활용하고, 성당은 오로지 주님을 모시는 ‘감실’ 역할을 할 수 있게 설계했다. 연면적 997.69㎡,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은 침묵 속에서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지어졌다.

 

바닥부터 천장, 제대까지 흰색으로 채워진 2층 성전에 들어서면 이러한 설계 의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흰색은 침묵을 상징한다”는 권 신부의 말처럼 공간이 주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절로 숙연해진다. 가로 선 없이 세로 선으로만 이뤄진 제대 십자고상에 눈길이 갔다. 순백의 공간에 축 늘어진 채 걸려있는 청년 예수의 몸은 세로로 뚝 떨어지는 시선 그대로 고통을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제대에 새겨진 ‘하느님의 것’을 의미하는 ‘타우 십자가’와 그 앞에 세워진 ‘부활 십자가’, 손에 닿을 높이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십자가의 길’까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공간으로 새 성당은 완성됐다.

 

권 신부는 “본당 어르신들은 청년들이 오면 손자를 대하듯 따뜻이 맞이하고, 집을 떠나 홀로 살아가는 청년들은 공동체의 정을 이곳에서 느낀다”면서 “모든 세대에게 인상적인 공간으로 느껴지는 새 성당이 졸업 후 떠나는 청년들의 기억에 남아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떠오르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19년 9월 22일, 이나영 기자, 사진=박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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