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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거짓 휴식과 참된 휴식: 어떻게 쉬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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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8-17 ㅣ No.1677

[경향 돋보기 - 거짓 휴식과 참된 휴식] 어떻게 쉬어야 하나

 


스트레스를 줄여야겠어, 스트레스가 없는 곳으로 가야지

 

우리는 종종 스트레스 관리를 스트레스 줄이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전략으로는 효율적인 스트레스 관리가 어렵다. 인생 자체, 사는 것이 스트레스의 연속이 아닌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 하나를 해결해 놓으면 어느새 새로운 녀석이 떡 하니 나타난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뇌를 지치게 하고,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신체적인 병이 생길 수도 있다. 스트레스 관리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전략보다는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나의 스트레스 처리 능력이 어떤지 궁금하다면 내가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기운을 즐기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파란 하늘이 느껴진다는 것은 뇌가 스트레스를 잘 처리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뇌가 전투와 평화 상태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다르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내 뇌는 지나치게 전투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하는 것이 어려운가 노는 것이 어려운가

 

일하는 것과 노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어려운지 묻는다면 당연히 노는 것이 쉽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이들을 보면 노는 것이 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일을 하는지 노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행동보다 뇌의 상태가 더 중요하다. 어렵게 휴가를 받아 친구나 가족과 적지 않은 비용으로 해외여행까지 다녀왔는데, 막상 휴가 기간에 제일 좋았던 시간이 집에 돌아왔을 때였다며 슬픈 얼굴을 하는 이들이 꽤 있다. 휴가라는 뜻의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는 그 어원이 ‘자유’라고 한다. 자유를 느껴야 우리 뇌는 쉬었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러나 자유를 위해 저 먼 곳, 남극까지 갔다 왔다고 해도 뇌가 놀지 않고 일하는 상태로 켜져 있었다면 그것은 바캉스가 아니라 일을 한 셈이 된다.

 

사업을 하는 중년 남성이 스트레스로 찾아왔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독점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열심히 매장도 다시 꾸미고 직원도 뽑고 신나게 일을 할 텐데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뇌가 지쳐 ‘소진 증후군’이 찾아온 것이다. 소진 증후군에서 벗어나 다시 의욕을 찾으려면 뇌를 충전해야 한다. 뇌의 충전은, 곧 뇌를 즐겁게 해 주는 것인데 어떻게 뇌를 즐겁게 해 주는지 물었더니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한다. 운동도 안 하고 친구도 안 만나고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다.

 

소진 증후군이 무서운 것은 뇌가 지쳐 더 즐거운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인데, 뇌가 지쳐 있다 보니 즐거운 일 자체가 싫어지는 것이다. 일도 싫고 노는 것도 싫어진다.  그냥 집에 있거나 누워만 있고 싶은데 그렇다고 뇌에 충전이 오지는 않는다.

 

일이 많고 바빠지면 노는 일에 소홀해지기 쉬운데 그러면 뇌 안의 충전 장치가 점점 무디게 돌아가게 된다. 일하는 장치만 맹렬히 돌아간다. 너무 일만 했나 보다 깨닫고 다시 놀려고 해도 옛날처럼 즐겁지가 않다. 충전 장치가 작동을 멈춘 것이다. 이쯤 되면 일보다 노는 일이 훨씬 어려워진다. 즐겁게 활동해도 뇌의 충전 장치가 켜지지 않는다, 그냥 일하는 장치만 공회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기 연민 훈련

 

뇌 충전 전략 가운데 ‘자기 연민 훈련’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연민은 불쌍히 여기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따뜻하게 감싸 주라는 뜻이다. 이 훈련에서는 우리 뇌 안에 있는 충전 장치를 연민 장치라 부른다. 그 장치를 잘 가동해 주어야 지친 뇌에 에너지가 차오른다.

 

연민 장치는 ‘자, 이제 작동하라!’고 말로 지시한다고 해서 그 스위치가 켜지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충전하듯 우리 뇌의 배터리도 외부 에너지원과 연결해야 된다. 그 외부 에너지원으로 효과적인 것이 사람, 자연, 문화이다. 어찌 보면 뻔한 단어들이다. 뇌 충전은 단순한 지식 습득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훈련을 해서 뇌의 연민 장치가 잘 켜지도록 해야 한다. 충전 장치가 논리의 뇌가 아닌 감성의 뇌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이 관계 스트레스라는 것은 그만큼 우리 마음에 친밀에 대한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최고의 에너지원도 사람이다. 거울을 보고 ‘넌 정말 멋있어!’라고 외친다고 충전이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눈에 담긴 내 이미지가 따뜻하고 멋질 때, ‘훅!’ 하고 우리 뇌의 충전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살다 보면 사람이 참 싫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자연과 문화를 활용한 충전이 필요하다. 가끔 먼 산을 바라보다 보면, 내가 산을 보는 것인데 왠지 저 산이 나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 인생에서 잠시 한 발짝 물러서서 내 삶을 쳐다보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이때도 충전 장치가 잘 작동하도록 우리 뇌는 설계되어 있다. 문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영화와 소설을 몰입해서 보는 가운데, 내가 아닌 그 콘텐츠의 주인공들이 나를 쳐다봐 주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지친 뇌는 충전 장치가 잘 켜지지 않기에 훈련하는 마음으로 사람, 자연, 문화를 즐길 필요가 있다. 꾸준히 충전 장치를 활성화시키다 보면 일상에서 툭, 툭 켜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소진 증후군 극복을 위한 훈련

 

소진 증후군은 마음의 에너지가 다 방전된 상태를 의미하며 영어로 ‘burnout syndrome’이라 한다. 말 그대로 뇌의 에너지가 다 타 버렸다는 뜻이다. 소진된 개인이 모이면 피로 사회가 된다. 반대로 피로한 사회는 개인을 소진시킨다. 개인과 사회 시스템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다 보니 소진된 마음이 전염병처럼 늘어나고 있다.

 

소진 증후군이 찾아오면 세 가지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먼저 의욕이 떨어진다.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의지를 동원해서 애써 봐도 동기 부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성취감이 떨어진다. 노력해서 무언가 목표를 달성해도 만족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공감 능력이 현저히 결여된다. 공감은 남을 위로하는 능력이면서 내가 남에게 위로 받는 능력이기도 하다. 내가 지쳤을 때 상대방에게 따뜻한 감성 에너지를 받아서 충전을 해야 하는데, 주는 것은 고사하고 받는 것도 잘 안 되는 마음 상태가 된다.

 

다음의 소진 증후군 체크 리스트를 통해 자신을 살펴보자. 여기서 3개 이상에 해당하면 소진 증후군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 맡은 일을 수행하는 데 정서적으로 지쳐 있다. 

□ 일을 마치거나 퇴근할 때 완전히 지쳐 있다. 

□ 아침에 일어나 출근할 생각만 하면 피곤하다. 

□ 일하는 것에 심적 부담과 긴장을 느낀다. 

□ 업무를 수행할 때 무기력하고 싫증을 느낀다. 

□ 현재 업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 

□ 맡은 일을 하는 데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 나의 직무 기여도에 대해 냉소적이다. 

□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쾌락을 즐긴다. 

□ 최근 짜증, 불안이 많아지고 여유가 없다.

 

소진 증후군 극복을 위한 ‘연결을 위한 단절 훈련’(Disconnect to connect training)은 자신의 내부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곧 내가 나를 살펴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모니터링 능력이 커지면 삶의 여유가 생기고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채찍질만 해대는 무의식과 시스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하나의 정보로서 그것을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활성화하는 것이 디폴트 신경망(default network)이다.

 

내 마음을 잘 모니터링하려면 먼저 뇌에서 흘러나오는 내용들에 바로 반응하는 것을 잠시 끊고 살며시 내 마음을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해 보았다. 앞에서 언급한 사람, 자연, 문화를 활용한 마음 충전 활동의 소소한 예들이라고 볼 수 있다.

 

1. 세 번 깊게 호흡하며 그 호흡의 흐름을 느끼기: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는 동안, 회의 시작 전에,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에 호흡의 흐름을 느끼며 마음을 느껴 본다.

 

2. 조용한 곳에서 음미하며 식사하기: 음식의 색깔, 향, 그리고 밥알의 움직임을 느끼며 먹는 식사 방법도 내부 세계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 하루 10분 사색하며 걷기: 여유 있게 몸의 움직임을 느끼는 경우 뇌의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자기의 마음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

 

4. 일주일에 한 번 벗과 공감하며 수다하기: 지치고 불안한 마음은 내 마음을 바라볼 여유를 갖지 못하게 한다. 이때 서로 공감하는 수다만한 위로가 없다.

 

5. 슬픈 영화와 같은 슬픈 작품을 주 1회 감상하기: 즐겁고 재미있는 내용으로 마음을 조정하는 것을 기분 전환이라 하는데, 기분 전환만 주로 하다 보면 내 마음의 슬픈 콘텐츠를 바라보는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6. 일주일에 3편의 시 읽기: 사람의 마음은 논리보다 은유에 움직인다. 은유에 친숙해지는 것은 내 마음을 바라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7.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하루 기차 여행하기: 기차 창문을 멍하니 보다 보면 명상 효과가 일어나고 내 마음을 바라보는 힘이 자라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내 뇌가 만들어 내는 생각과 감정이 하얀 스크린에 비춰지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자유를 찾는다는 어원의 바캉스, 곧 심리학적 자유는 내가 나를 바라보는 여유에서 찾아온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여유가 창조적 마인드를 갖게 하고 일에서의 성공도 가져온다는 것이 오늘날 뇌 과학의 주장이다.

 

* 윤대현 -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대한정신건강의학회 마음소통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하루 3분, 나만 생각하는 시간」, 「윤대현의 마음성공」 등의 책을 저술하였다.

 

[경향잡지, 2019년 8월호, 윤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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