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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7: 여름에 만난 겨울의 시드니 주교좌성당 세인트 메리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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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8-05 ㅣ No.659

[성당 이야기] (7) 여름에 만난 겨울의 시드니 주교좌성당 세인트 메리 대성당

 

 

8월의 한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의 여정을 잠시 멈추고 무더위를 식혀줄 여행을 다녀올까 합니다. 제가 소개할 성당은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인 나라 호주에 있는 시드니의 주교좌 세인트 메리 대성당(St Mary’s Cathedral, Sydney)입니다. 주일 교중 미사, 100미터가 넘는 길이에 폭이 25미터에 이르는 대성당은 저의 예상을 뒤집고 자신의 넓은 공간을 신자들로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십자가와 향, 그리고 복사들과 사제단의 ‘행렬’로 미사가 시작되자, 로마네스크 시대에 장방형의 바실리카 양식이 성당 건축의 표준형이 되었던 사연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더구나 초기 로마네스크에서는 중앙의 네이브와 양쪽의 아일로 구성된 삼랑식 바실리카가 기본형을 이루었는데, 그것이 고딕을 거쳐 현대에 이르는 천년의 시간을 이어오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고 이렇게 눈앞에서 장엄한 전례 행렬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처음의 세인트 메리 성당은 200년 전인 1821년에 건축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1865년의 화재로 성당은 소실되었고, 1868년에 지금의 대성당 주춧돌을 다시 놓은 것입니다. 호주의 주보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께 봉헌된 대성당은 13세기 서유럽의 주류였던 고딕 양식을 취했는데, 이를 네오고딕(neogothic)이라고 부릅니다. 고딕은 지금 우리의 여정인 로마네스크 시대를 거치면서 완성된 독창적인 건축 양식입니다. 그것이 15세기 르네상

스 시대를 거치면서 사라졌다가 18세기에 네오고딕으로 부활하여 19세기 서구 사회의 성당 건축을 주도하였습니다.

 

네오고딕 양식인 세인트 메리 대성당에는 고딕만이 아닌 로마네스크 성당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성당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것은 압도적인 크기의 내부 공간입니다. 네이브 월의 높이가 22.5미터인데, 고딕의 전형적인 3단 구성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은 이미 로마네스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내부 공간에서 눈여겨볼 수 있는 것은 성당 구조물들의 재료입니다. 1층의 아케이드(arcade, 아일), 2층의 트리포리엄(triforium, 갤러리), 3층의 천측창(clerestory)으로 구성된 3단 네이브 월의 높은 구조물을 이루는 기둥과 벽체는 이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사암(sandstone)으로 되어 있으며, 양쪽 아일과 소성당의 천장도 사암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브의 천장은 사암이 아닌 목재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멜버른의 주교좌 성당인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도 천장을 목재로 올린 것으로 보아 당시 호주에서는 네이브의 높고 넓은 볼트 천장의 재료로 석재보다 목재가 적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 전례가 시작되고 우리는 루카 10,25~37의 ‘가장 큰 계명’과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말씀을 들었습니다. 복음 봉독 후 사제는 제대를 벗어나 우측의 높은 단(pulpit)에 올라 강론을 시작하였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교회의 성인도 아니고 사도도 아닙니다.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이 착한 사마리아인이어야 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믿음에 사랑을 더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그렇게 높고 넓은 네오고딕 대성당 안에 가득 차 사람들의 마음을 관통했습니다.

 

[2019년 8월 4일 연중 제18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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