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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개혁가, 사목자, 설교자로서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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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7-05 ㅣ No.529

[기고] 선교사, 개혁가, 사목자, 설교자로서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말한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말의 힘 그것은 행동과 일치에서 비롯”

 

 

가톨릭신문 ·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은 언제나 복음화의 여정에 자리하고 있다. 교황 서임 6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자신의 말과 행동과 태도로서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고 실천하고 있다. 교황의 말은 복음과 실제 삶에 대한 깊은 묵상과 성찰 속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실천을 자극하게 하는 설득력을 가졌다. 교황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많은 지역 국가들, 특히 가난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따뜻한 인사와 참된 희망을 전하고 있다. 특히 교황은 난민들과 홈리스들, 그리고 고통 받고 어려움 속에 있는 이들을 자주 방문해서 그들에게 환대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모든 사람을 격의 없이, 차별 없이 대하는 교황의 태도는 신자와 비신자들 모두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황의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 방식과 겸손하고 소탈한 탈권위적 태도는 교회와 교회 밖의 모든 사람에게 깊은 반향을 낳고 있다.

 

 

복음화의 사명을 수행하는 선교사

 

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업적의 핵심은 교회를 복음화와 선교라는 관점에서 재규정했다는 데에 있다. 전통적 신학의 관점에서 보면, 교회의 본질은 교계적 친교이고 교회의 사명은 복음화와 선교라고 규정되어 왔다. 하지만 교회의 본질과 사명의 이원적 구분은 흔히 본질 중심주의를 낳았다. 존재와 본질을 강조하는 존재론적 교회론은 교회의 본질적 특성인 교계적 친교를 강조하게 되고, 그런 경향은 자연스레 교계제도의 성직자 중심의 교회관을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

 

교회의 본질은 삼위일체적 친교이고 교회의 사명은 복음화와 선교다. 하지만 교회의 본질과 사명은 엄밀하게 구분되기보다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본질과 사명이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즉, 교회의 본질과 사명은 삼위일체적 친교이며 동시에 복음화와 선교다. 거칠게 말하면, 종말론적 교회의 지향과 목적은 삼위일체적 친교이지만, 지상의 순례자인 교회의 지향과 목적은 무엇보다 복음화와 선교라는 의미다. 친교와 복음화는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강조점의 차이일 뿐이다. 지상의 순례자인 교회는 복음의 빛으로 시대의 징표를 식별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오늘의 교회는 무엇보다 교회의 유지와 관리가 아니라 복음화와 선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이다.

 

 

교회의 변화와 쇄신을 지향하는 개혁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화와 선교라는 교회의 본질과 목적을 위해 교회는 늘 변화되고 쇄신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사목적 지향을 보여주는 「복음의 기쁨」에서 복음화와 선교를 위한 교회 구조의 변화와 쇄신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변화와 쇄신의 방향을 둘러싼 교회 안의 논쟁들이 때때로 격렬한 반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열린 토론과 공동합의성(synodality)을 강조하면서 교회의 실질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있어서 복음화와 선교는 단순히 교세의 확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복음화와 선교는 단순히 교리와 규범을 주입하는 공세적 개종(proselytism)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복음화와 선교는 무엇보다 증거와 선포를 통한 끌림(attraction)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통과 신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안한다. 참된 전통이란 문자와 규칙에 얽매는 것이 아니다. 전통은 과거에 얽매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토대로 작용 되어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각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문자화된 완벽한 규칙과 규범을 우리에게 주신 것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삶이 교회의 전통이다. 전통은 살아있는 해석과 올바른 실천을 통해서 계승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긴다. 한편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신앙은 단순히 교리와 규범으로 축소 환원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은 교리와 신학으로 한계 지워질 수 없다. 신앙과 복음은 교리와 규범을 포함하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넘어서 있는 것이다. 신앙은 신비이며, 설명되기보다는 먼저 살아내야 함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강론과 연설들에서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구체적인 교회 변화를 위해 실제로 노력하고 있다. 주교 시노드를 통해 교리에 대한 사목적 재해석을 시도한다. 물론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교리적 보수주의자임을 천명하고 있다. 즉,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중요한 것은 교리에 대한 보수적, 진보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목적 재해석이다. 로마 교황청에 대한 구체적 개혁과 여성 부제에 대한 논의, 교회 통치구조에 평신도의 참여와 역할에 대한 강조는 교회 개혁가로서의 프란치스코 교황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앙과 삶의 구체적 현장을 중요시하고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는 사목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안의 모든 일에 있어서 사목적 특성을 강조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리 교사와 신학자로서의 교황이기보다는 사목자로서의 교황이고자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자적 진리의 수호자이기보다는 자비와 사랑을 강조하는 사목자의 모습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하느님은 진리의 하느님이지만 또한 무엇보다 자비와 사랑의 하느님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안의 성직주의(clericalism)가 초래하는 폐해에 대해 지속해서 비판하고 있다. 성직자는 지도자, 관리자, 경영자가 아니라 봉사자여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주 강조한다. 참된 사목자는 책상에 앉아 계획하고 질서(order)를 선호하는 사람이기보다는 현장으로 나아가 불안정함(disequilibrium)을 껴안으며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임을 강조한다. 오늘의 교회가 ‘기능주의의 독재’(the dictatorship of functionalism)라는 위험에 빠져 있다고 교황은 질책한다. ‘야전병원으로서 교회’, ‘양 냄새 나는 목자’에 대한 강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현장 사목자로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영혼과 마음을 울리는 설교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매력은 무엇보다 그가 뛰어난 설교자라는 데에 있다. 단순히 말을 매끈하게 잘해서가 아니다. 전임 교황들이 보여준 것과는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과 연설은 단순히 교리와 신학적 지식의 배경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복음에 대한 깊은 묵상과 신앙과 삶의 현실에 대한 구체적 성찰에서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어는 현학적이고 추상적이지 않다. 그의 언어는 복음의 언어처럼 생활 속에서 우러나오는 단순하고 정직하고 구체적인 언어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설득력과 호소력을 갖는 이유는 교황의 말과 행동과 태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매력적인 교황이 가톨릭교회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 여전히 궁금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더 건강하고 더 깊은 영혼과 정신으로 우리 곁에 오래 머물러 주기를 희망하고 기도할 뿐이다. 사실, 교황 혼자서 교회를 변화시키고 쇄신시키는 것이 아니다. 신자들이 함께할 때만이 변화와 쇄신은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령께서 교회를 변화와 쇄신으로 인도하실 것이다.

 

정희완 신부(안동교구·안식년) - 199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미국 버클리 예수회 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9년 6월 30일, 정희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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