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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구의 온도를 낮춰라: 지구의 온도를 낮추려는 전 세계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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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6-17 ㅣ No.1657

[경향 돋보기 - 지구의 온도를 낮춰라] 지구의 온도를 낮추려는 전 세계의 노력

 

 

지구의 온도는 한두 국가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한번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그 발원지가 어디든지 상관없이 100여 년가량 지구 대기권에 머무르며 지구 온난화를 부추긴다. 몇몇 국가의 감축 노력만으로는 다른 국가의 배출을 막을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지구 온난화 문제가 제기된 이래 국제 협력은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지난 30년간 국제 공동체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온 과정 가운데 특히 중요하다고 평가되는 ‘파리 협정’과 세계 기상 기구와 유엔 환경 계획이 공동으로 설립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1.5도 특별 보고서’에 대해 살펴보겠다.

 

 

새로운 기후 체제의 서막, 파리 협정


파리 협정 체결까지의 역사와 배경

 

1992년 전 세계 대표들은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초의 국제법인 ‘유엔 기후 변화 협정’을 체결하였다. 5년 뒤 일부 선진국에 배출 감축 의무를 부여한 ‘교토 의정서’를 마련하였다.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국제법의 기초가 마련된 셈이었다. 그러나 기후 변화를 둘러싼 현실 정치는 녹록지 않았다. 일부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를 부과했다는 이유로 미국은 끝내 비준을 거부했으며, 감축 의무를 지키기 어렵다고 예상한 나라들이 탈퇴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교토 의정서는 절반의 성공이라 평가받게 된다.

 

교토 의정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새로운 협약은 전 세계 회원국이 참여하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을 회피할 수 있는 확고한 목표와,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중장기 계획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었다.

 

파리 협정의 주요 내용

 

파리 협정에서는 기후 변화 대응을 강화하고자 세 가지 목표를 정했다. 첫째,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억제하고, 나아가 1.5도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 둘째, 기후 변화에 적응할 힘을 키우고, 기후 변화 피해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 곧 기후 회복력을 키운다. 셋째,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변화 적응 능력을 키우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

 

‘2도 목표’란 1850년 산업 혁명 이전과 비교하여 지구의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것이다. 2도 상승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기후 변화 임계점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파리 협정은 기후 변화의 피해로 고통받는 군소 도서국과 최빈국의 처지를 받아들여 2도를 목표로 정하되, 1.5도까지 낮추려 노력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 목표는 아래 설명한 ‘1.5도 특별 보고서’와 관련된다. 이러한 공동 목표를 달성하고자 당사국들은 각자 목표를 정하여 5년마다 제출할 의무가 있다(4조 2,9항). 이때 새로운 목표는 이전보다 더 높게 정해야 한다(4조 3항). 이른바 ‘전진 원칙’이다.

 

그 목표 수준과 구체적인 내용은 각 나라가 스스로 결정하되, 국제 사회가 5년마다 목표 이행 과정을 점검한다(14조). 이 지구적 차원의 점검은 2023년 처음 실시된다. 우리나라도 2009년과 2015년에 각각 2020년과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발표하였고, 내년까지 2040년의 감축 목표를 정하여 국제 연합(UN)에 제출하여야 한다.

 

또한 파리 협정은 탄소 감축 목표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로 말미암은 피해로부터 지구와 인간의 회복력을 높이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기후 적응 목표’를 설정하고(7조 10항), 개발 도상국들이 탄소 감축과 적응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선진국들이 재원을 제공하기로(9조 1,2항) 합의하였다. 파리 협정 본문에서는 구체적인 재원 규모와 제공 국가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2009년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에서 2020년까지 연간 1천억 달러까지 기후 기금을 만들기로 약속한 바 있으며, 2015년 파리 당사국 총회에서 이 목표를 2025년까지 연장한다고 합의하였다(총회 결정문, 54항).

 

그 밖에 파리 협정은 교토 의정서와 마찬가지로 탄소 감축 의무를 돈으로 사고팔 수 있는 탄소 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선진국들의 감축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우려한 일부 개발도상국의 반대로 시장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6조 2,3항).

 

파리 협정의 의의

 

파리 협정은 196개국이 참여하여 교토 의정서를 대체할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새로운 조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감축 노력에 참여하기로 한 국가들의 배출량이 세계 배출량의 95%를 넘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신기후 체제의 서막을 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교토 의정서가 고수한 이분법적 국가 차별화 방식에서 벗어나, 각 나라가 스스로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국내법에 따라 이행한다는 방식으로 더 많은 나라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5년이라는 짧은 단위의 목표 설정, 지난 목표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할 의무, 국제적 이행 점검이라는 새로운 방식은 모든 나라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PCC의 1.5도 특별 보고서

 

지난 2018년 10월 대한민국 인천 송도에서 기후 변화 과학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고 온난화로 말미암은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묶을 방안이 담긴 특별 보고서, 곧 ‘1.5도 특별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IPCC는 1988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195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한다. IPCC는 유엔 기후 변화 협약의 과학 자문 기구로서, 기후 변화의 원인과 대응 방안 등을 과학적으로 검토하여 다양한 기후 변화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1.5도 특별 보고서는 파리 협약 2조에 명시된 지구 온도 상승을 2도까지, 나아가 1.5도까지 제한한다는 목표와 관련하여 온도가 1.5도 상승한다면 겪게 될 영향과, 온도를 1.5도 미만으로 묶고자 인류가 선택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 경로를 분석해 달라는 유엔 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들의 요청으로 말미암아 작성되었다.

 

이 보고서는 91명의 집필진이 학술 논문 등 전 세계 연구 자료 6천 건 이상을 평가하여 2년 동안 작성했으며, 작성 단계에서 전 세계 정부와 과학자들에게서 4만 2천 건의 검토 의견을 받아 수정했다. 송도에서 열린 총회 마지막 날, 각 정부 대표단은 보고서의 요약본을 만장일치로 승인·채택하였다.

 

인류 탄생 이후 지구 온도는 산업 혁명 이전 시대의 기온보다 2도 이상 높은 경우가 없었다. 2도는 인류 생존의 중요한 온도 조건으로 알려져 왔는데,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 혁명 이후 지난 100년 동안 1도가량 상승하였다. 이러한 추세로는 2040년 무렵(2030년과 2052년 사이)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온도 1도에 따른 이상기후로 지구의 피해는 심각해졌으며, 이러한 이상 기후 유형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별 보고서는 크게 두 가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는 온도가 2도 상승할 때와 1.5도 상승할 때의 기후 시스템의 변화를 비교 설명한다. 2도 상승할 때와 비교하여 1.5도 상승할 때에는 기후 변화로 생물 다양성, 해수면 상승, 기반 시설 등의 피해에 대한 리스크가 줄어든다.

 

이를테면 지구 온도가 1.5도에서 2도 상승하는 사이에 빙하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녹아내려 해수면 상승을 부추길 것이고, 기상 이변 현상이 급격히 증가하며, 4배 더 많은 인류가 물과 식량, 건강 등의 위협을 받을 것이다.

 

또한 10배 더 많은 사람이 곡물 수확량 감소를 경험하고, 연간 어획량은 두 배 감소할 것이다. 특히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면 2도 상승에 비해 기후 변화 위험에 노출된 취약 계층이 2050년까지 최대 수 억 명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파리 협정이 지향하는 1.5도 달성 노력 목표에 대한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둘째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여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이다. 보고서는 배출 경로에 대한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배출을 통제하지 못해 1.5도로 줄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네 번째 시나리오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경우에서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45%까지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자연 흡수가 서로 상쇄되는 이른바 ‘Net-Zero’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고 기술한다.

 

특히, 보고서는 에너지 분야에서 2050년까지 배출 제로로 전환하려면 전 세계 석탄 발전을 중단해야 하고, 재생 에너지가 전기의 70-85%를 공급해야 하며, 산업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0년 대비 2050년까지 75-90%를 감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고서는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에너지, 토지, 도시와 기반 시설, 산업 시스템 등 전 분야에서 ‘빠르고 광범위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인터넷 시대로의 진입 등 일부 분야에서 빠른 전환을 이뤄낸 바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면 이런 종류의 전환이 사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류의 빠르고 획기적인 변화, 뜨거워지는 지구를 위해 지금 당장 변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 박시원 카리타스 -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뉴욕주 변호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유엔 기후 변화 협약 대한민국 협상 대표단 자문을 지냈다. 관심연구 분야는 기후 변화, 에너지 정책, 국제 환경법이다.

 

[경향잡지, 2019년 6월호, 박시원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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