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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복음으로 세상 보기: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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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6-12 ㅣ No.1653

[복음으로 세상 보기] 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쳐서 낫을

 

 

6월은 우리 민족에 가장 아픈 달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씻을 수 없는 아픔과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남과 북은 철천지원수가 되어 미움과 증오 대결을 넘어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적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과 북은 전쟁을 대비해 엄청난 국방비를 들여 군인을 양성하고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천문학적인 무기를 도입합니다. 남북의 극한 대치 속에 더 강한 군대, 더 강력한 무기가 우리를 지켜주고 안보를 튼튼하게 해서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반공의 믿음 속에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강력한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이 우리를 지켜 주리라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항상 북의 위협에 대한 불안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에 비해 몇 십 배의 방위비를 쓰고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이 옆에 있는데 우리는 왜 전쟁의 불안 속에 살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사람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원합니다. 다만 그 평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고, 이를 어떻게 유지 할 수 있는가에 있어서는 저마다 자신들의 입지에 따라 다릅니다.

 

군대 없는 나라 상상해 볼 수 있을까요? 평화를 위해 과감하게 군대를 없앤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남북이 대치중인 나라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에 군대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24개국이며, 전시에도 징병제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캐나다, 인도 등 4개국입니다.

 

군대가 없는 나라 중 대표적인 나라가 코스타리카입니다. 코스타리카가 1948년 12월1일 군대를 폐지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전의 아픔 때문이었습니다. 1948년 2월 선거 결과에 동의하지 않은 독재자를 타도하기 위해 내전이 벌어집니다. 비록 독재자를 끌어내기 위한 내전이었지만 44일 만에 약 2000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독재자를 끌어내고 대통령이 된 피게레스는 끔찍한 내전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코스타리카 내에서 군부 조직의 정치 개입, 무력의 오용을 막기 위해 군대를 해산시키기로 결정하고 1949년에 군부 해산이 헌법에 공식적으로 명시되면서 군대는 합법적으로 폐지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예산을 쓰는 대신, 공공 교육과 의료에 과감하게 투자함으로써 국민들의 복지를 향상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상처와 갈등이 많았던 국민들은 교육과 의료, 복지를 통해 국민들의 상처를 씻어 내고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도 높아져 정부를 신뢰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평화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습니다.

 

‘군대를 버린 나라-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평화 이야기’에 보면 일본인 평화활동가가 초등학교를 찾아가서 6학년 한 학급에 들어가서 질문을 합니다. “여러분 평화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러자 6학년 대표가 손을 들고 주저 없이 답변을 합니다. “평화는 인권, 민주주의, 그리고 생태입니다.” 이런 대답이 나올 수 있던 것은 이미 1학년 때부터 평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학교에서 철저히 공부를 한다는 것입니다.

 

1980년 중후반에 집권한 코스타리카 아리아스 대통령인은 1987년에 ‘아리아스 평화플랜’을 성사시켜 중미5개국 평화협정을 이끌어 냄으로써 그해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아리아스 대통령은 평화와 안전이 대규모 군사 시설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교육, 직업, 건강에서 온다는 사실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려고 애썼습니다. 그 결과 코스타리카는 세계에서 ‘주관적 행복도가 가장 높은 나라’ 1위가 되었습니다.

 

 

전쟁의 종식, 진정한 평화는 적대간 무기 경쟁에 있지 않아 

 

성경에서도 끊임없이 군대와 강대국에 의지하지 말라고 예언자들은 경고합니다.

 

이사야가 생존했을 당시, 유대왕국에는 내전과 외침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시리아와 북이스라엘이 동맹하여 이스라엘을 침공했으며, 아시리아에 의해 예루살렘이 포위공격 당하여 유대왕국이 존폐의 기로에 선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전란의 와중에서도 예언자 이사야는 이렇게 말합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거슬러 칼을 쳐들지도 않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으리라.”(이사2,4)

 

모든 전쟁의 무기를 농사도구로 바꾸라는 것입니다. 죽임의 무기들을 생명살림의 도구로 만드는 것입니다. 나아가 모든 전쟁을 위한 연습과 훈련을 모두 중지하는 것입니다. 모든 전쟁의 종식, 진정한 평화의 정착과 유지는 적대간 무기 경쟁에 있지 않습니다. 서로간의 힘의 경쟁에 있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죽임을 위한 전쟁의 무기들을 없애는 것만이 평화를 시작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군마에 의지하는 자들을 불행하다고 선언합니다. “불행하여라, 도움을 청하러 이집트로 내려가는 자들! 군마에 의지하는 자들! 그들은 병거의 수가 많다고 그것을 믿고 기병대가 막강하다고 그것을 믿으면서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을 바라보지도 않고 주님을 찾지도 않는다.”(이사 31,1) 특히 이사야는 이집트의 군사 원조를 구하러 가는 이들을 비판하며 이집트의 군마는 영이 아니라 “고깃덩어리”라고 말합니다. (31,3)

 

호세아 예언자도 이사야 예언자처럼 “아시리아는 저희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저희가 다시는 군마를 타지 않으렵니다. 저희 손으로 만든 것을 보고 다시는 ‘우리 하느님!’이라 말하지 않으렵니다. 고아를 가엾이 여기시는 분은 당신뿐이십니다.”(호세아 14,4) 이 절에서는 군마를 타는 것과 우상을 숭배하는 것이 같은 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

 

이처럼 예언자들이 바라보는 평화란 가난하고 억눌린 이, 소외된 약자들이 더 이상 짓밟히지 않는 세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 기득권자들의 불법과 불의가 사라지는 세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정의와 공정이 이루어지는 곳에서만 각 민족들 간의 모든 분쟁들을 종식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청와대에서 한 연설에서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대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지난 4월27일은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한 지 1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을 추구하였습니다. 특히 종전선언을 통해 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서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군사적 긴장 해소와 신뢰의 실질적 구축을 위해 단계적 군축을 선언하였습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며 한반도의 평화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판문점 선언 1주년이 모든 한국인에게 평화의 새 시대를 가져다주기를 기도한다”며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또한 “인내심 있고 끈기 있는 노력으로 화합과 우호를 추구함으로써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다”며 “이번 기념행사가 일치, 대화, 형제적 연대에 기반한 미래가 실제로 가능하다는 희망을 모두에게 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물결이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한반도 내에서 더 이상 대결이 아니라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고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 않아도 되는 날이, 평화의 세상이 빨리 오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6월호, 이영우 토마스(서울대교구 봉천3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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