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18: 삼위일체(232~24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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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5-08 ㅣ No.2189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8. 삼위일체(「가톨릭 교회 교리서」 232~242항)


엄마가 알려준 아빠, 예수님이 알려준 아빠!

 

 

직장을 잃은 젊은 한 아버지는 자기 아이의 이름을 따 ‘민희 분식’이라는 작은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부푼 희망을 안고 차린 분식집은 몇 달 뒤 자신의 가게 옆으로 주차장까지 갖춘 큰 음식점이 들어오자 문을 닫게 됩니다. 민희네 가족은 산동네 단칸방으로 이사했습니다. 아버지는 작은 오토바이를 마련하여 우유배달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오토바이가 넘어져 팔에 깁스를 하고 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철없는 아이들은 “동생들이 떠들어서 숙제를 못하겠어, 엄마”, “아빠, 애들이 내 운동화 보고 거지 신발이래”하며 투정을 부립니다. 아이들의 투정에 아빠의 등은 더욱 굽어만 갑니다.

 

후두둑 후두둑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는 거센 비바람을 몰고 가난한 민희네 지붕과 창문을 사정없이 두들깁니다. 급기야 민희네 작은 집 천장에선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엄마는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걸레 대신 양동이를 받쳐놓습니다. 아빠는 말없이 아내에게 소주 값 1000원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새벽 1시가 넘도록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민희와 엄마는 아빠를 찾아 동네 곳곳을 헤매고 다니다 날이 밝아올 무렵 집으로 돌아옵니다. 대문을 여는 순간, 민희는 자신 눈을 의심합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지붕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아빠를 본 것입니다. 아빠는 지붕 위에 앉아 우산을 깨진 기와 위에 받치고 있었습니다. 비바람에 날아갈까 우산을 꼭 잡고 있는 아버지. 민희가 아빠를 부르려고 하자 엄마는 민희 손을 잡았습니다.

 

“아빠가 가엾어도 지금은 아빠를 부르지 말자. 아빠는 어쩌면 저 자리에서 제일 행복하신지도 몰라….”

 

엄마는 목이 메여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합니다. 민희 얼굴 위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아빠는 가족의 지붕입니다.(출처: 「연탄길 2: 새벽이 올 때까지」, 이철환 지음, 생명의 말씀사)

 

아빠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내어줄 수 있을 때 가장 기쁩니다. 그리고 아빠의 사랑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아이들보다는 엄마입니다. 엄마는 그 사랑을 아이들이 생기기 전부터 이미 받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어머니를 통해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배워갑니다.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버지를 알려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어머니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온전히 깨달을 수 없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버지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237항 참조) 위의 이야기와 비교하자면, 예수님은 어머니이고 민희가 우리들이며 아버지가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가 희생하며 교회에 베푸는 사랑이 곧 성령이십니다. 

 

이를 깨닫게 하시기 위해 예수님은 ‘역사’ 속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역사 속에서만 무언가를 배울 수 있습니다.(230항 참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본래의 하느님의 모습을 ‘내재적 삼위일체’라 하는데, 이와 비교해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에 의해 제시된 하느님의 모습을 ‘구원 경륜적 삼위일체’라 합니다.(236항 참조)

 

삼위일체 신비는 먼저 믿어야만 비로소 깨닫게 되는 신비입니다.(234항 참조) 예수님은 당신을 파견하신 성부를 “아버지!”로 부르셨고 우리 또한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도록 하셨습니다. 당신이 아는 아버지가 곧 우리가 아는 아버지이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당신이 아는 아버지는 영원한 생명의 주인이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십자가의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믿은 결과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가 생명의 주인이십니다. 든든한 지붕과 같은 아버지의 사랑으로 아이들이 평화를 얻듯, 그리스도께서 알려주신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믿음으로 우리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마태 11,27)

 

[가톨릭신문, 2019년 5월 5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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