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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한반도에 평화를: 한반도 평화의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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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20 ㅣ No.1146

[경향 돋보기 - 한반도에 평화를] 한반도 평화의 대장정

 

 

한반도 평화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몇 년째 전쟁의 위기를 넘나들던 한반도 정세가 지난해 초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세 차례의 남북 정상 회담과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 회담을 치르며 평화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북한 핵 폐기와 체제 안전 보장의 맞교환 논의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를 깃들게 하자는 논의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 간 탄도 유도탄(ICBM) 개발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북한 핵무기 개발의 시원은 한국 전쟁 직후이다. 북한 지도부는 전쟁 기간 내내 미국의 핵 공격을 두려워했고 이는 전쟁 직후 핵무기 개발 시도로 나타났다.

 

북한은 오랜 준비를 거쳐 2006년 10월 1차 핵 실험을 단행하였고, 연이어 2차(2009년 5월), 3차(2013년 2월), 4차(2016년 1월), 5차(2016년 9월), 6차(2017년 9월) 핵 실험을 추가해 국제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북핵 문제가 국제적 문제로 부상한 것은 1990년대 초이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는 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닫다가 북미 간 ‘제네바 합의’로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2001년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뒤 제네바 합의가 폐기되면서 다시 국제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의 주체로 북미 양자 회담 대신 남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6자 회담을 주장했다. 6자는 오랜 진통 끝에 2005년 9·19 공동 성명과 2007년 2·12 합의와 10·3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6자 회담이 무력화되면서 다시 미궁에 빠졌다.

 

그 뒤 미국은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으로 북한의 핵 개발을 방치하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북핵 폐기를 위해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기존의 입장인 ‘선(先)북핵 폐기, 후(後)대화’의 정책을 폐기하고, 지난해 6월 북미 정상 회담 합의문에서 ‘적대 관계 청산과 새 북미 관계 수립’,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며 대화로 해법을 찾아냈다. 그러나 정상 회담 합의문을 이행할 후속 협상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기존 징크스를 깨지 못한 채 6개월째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한반도 평화 체제

 

한반도 평화 체제가 국제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2005년 9·19 공동 성명부터이다. 6자의 합의인 9·19 공동 성명의 주요 내용이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의 동시 추진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란 전쟁을 법적으로 종결시키고,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전쟁 상태를 평화 상태로 전환시키는 한편, 한반도에서 상호 적대적 긴장 관계를 초래했던 요인들을 해소하여 항구적 평화가 실현되는 상태이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 체제는 법적 측면에서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대체하고, 군사적 측면에서 남북한 간 신뢰 구축과 군축을 이루어 평화의 물리적 조건을 성숙시키며, 국제 정치적 측면에서 북미 관계와 북일 관계를 정상화시켜 한반도 주변의 냉전 체제를 해체하고 관련국 사이에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1953년 7월 한국 전쟁을 끝내면서 체결했던 정전 협정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협정하였음에도 남북한의 군사 충돌이 계속되었다. 1953년 7월부터 1994년 4월까지 국제 연합(UN)이 집계한 북한 측의 협정 위반은 42만 5,271건이고, 북한이 주장한 한미 측의 위반 건수는 83만 5,563건에 달한다.

 

둘째, 협정의 주요 내용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전 협정은 5개 조 63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8개 항 2개 목 정도만 유효한 상태이고, 그마저도 북한이 1992년부터 군사 정전 위원회를 거부하여 무력화되었다. 군사 정전 위원회가 열리지 않자 이를 대체하려고 4자 회담과 장성급 회담이 개최되었으나 4자 회담은 1999년 이후 중단되었고, 장성급 회담도 중단과 개최를 반복하다가 2009년 3월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셋째, 군사적 긴장과 충돌이 남북 관계 개선을 가로막고 있다. 민족 공동체 의식을 진작시키고 남북한 간 상호 의존도를 높여 통일 구심력으로 작용할 교류와 협력이 군사적 충돌로 중단되는 등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할 실효성 있는 협약 체결이 절실한 형편이다.

 

 

북한과 미국의 관계

 

북미 관계 정상화도 한반도 주변의 냉전을 해체하고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북한과 미국은 한국 전쟁 이후 지금까지 적대하였으며 핵 문제가 쟁점이 되기 전까지는 직접적인 대화조차 없었다. 북미 간 첫 번째 고위급 접촉은 1992년 1월 미국 뉴욕에서 김용순 노동당 국제부장과 캔터 국무부 정무차관의 회담이었다.

 

두 사람은 국제 원자력 기구(IAEA)의 핵 사찰 문제와 양국의 관계 정상화를 협의했으며,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에서 정치적, 경제적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2002년 2월 핵 위기 발생으로 무산되었다.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 국방 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대통령을 면담하고 울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한반도에서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1953년의 군사 정전 협정을 공고한 평화 보장체계로 바꾸어 한국 전쟁을 종식시킨다는 것이었는데,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뒤 백지화되었다.

 

2005년 9·19 공동 성명에서는 북미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관계 정상화를 조치하기로 약속했고, 2007년 2·13 합의에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 그룹 설치에 합의했지만 이후 6자 회담이 무력화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

 

한반도 평화의 과정은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 맞물리면서 선순환하여 완성된다. 북핵 폐기는 완성된 핵무기와 플루토늄 · 농축 우라늄 등 핵 물질의 폐기, 핵 시설물의 폐기, 핵 개발 인력의 재배치 등이다.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할 평화 체제는 북미간 국교 수립과 평화 협정 체결 등인데, 두 사안 모두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북미 사이에는 오랜 기간 인내심을 갖고 합의를 이행할 상호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간 몇 차례의 합의가 무산된 이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정상 회담 합의문 발표 뒤 기자 회견에서 북한 핵 시설의 핵심 20%를 없애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핵 폐기라면서 자신의 임기 내에 실현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평양 회담에서 미국의 상응 조치가 있으면 영변 핵 시설까지 영구 폐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낙관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 말까지 북한 핵 시설의 핵심 20% 폐기와 그에 상응한 북미 간 연락 사무소 설치, 종전 선언,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철회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평화를 가로막는 몇 개의 장애물

 

한반도 평화의 대장정을 가로막는 몇 개의 장애물이 있다. 첫째, 동북아시아에서 현상 변화를 꺼리는 미국의 태도이다. 한미 군사 동맹은 한국 전쟁 이후 북한의 남침에 대한 방어와 억지를 위해 체결된 것이었다. 따라서 평화 협정 체결, 북미 간 국교 수립 등이 이루어지면 큰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미국의 처지에서는 평화 체제를 구축한 주한 미군 주둔과 전진 배치가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 이래 미국은 주한 미군의 감축 재배치와 함께 역할 확대를 꾀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게는 남북한이 통일된 이후 통일 한국이 어떤 외교적 태도를 취할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깊은 경제적 의존 관계, 같은 유교 문화권으로서 오랜 역사를 함께한 문화적 유대 때문에 장차 통일 한국이 중국에 편향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중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미국은 상대적 쇠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미중 간 전략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통일 한국이 중국의 부상에 편승할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불안감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으로 동북아시아 질서의 급격한 변화를 기피하는 요인이다.

 

둘째,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득을 얻는 ‘군산 복합체’이다. 지지난해 북한 위협 억지를 명분으로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이 실시되면서 대표적 군수 업체인 보잉의 주가는 60%, 레이시언,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러먼 등은 20% 이상 상승했으며 매출액 또한 증가하였다.

 

대규모 군수 산업체들이 미국 50개 주 전역에 포진하면서 고용과 경기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며 긴밀한 결탁을 통해 행정부와 의회의 의사 결정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자유와 민주적 절차’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셋째, 분단 체제의 기득권자인 내부 냉전 세력이다. 이들은 분단 이후 남북한이 적대적으로 대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져 왔기에 한사코 ‘적대적 공생 관계’의 유지에 집착하며 평화 체제 구축에 반대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평화와 통일로 가는 데 원심력으로 작용하는 장애물을 넘는 방법은 오직 남북한이 교류 협력을 통해 통일의 구심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민족의 지혜를 모아 9·19 평양 합의를 빠르게 실천하고 국제적 평화 세력과 연대에 힘써야 한다.

 

* 백장현 대건 안드레아 - 한신대학교 초빙 교수로 가톨릭동북아시아평화연구소 연구 위원이다. 고양파주 통일시민학교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남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9년 1월호, 백장현 대건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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