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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자] 신학대학과 대신학교 이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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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1-06 ㅣ No.1138

[특별기고] 신학대학과 대신학교 이원화 (1)


신학생 전문 지성 양성 역할, 대신학교에서 신학대학으로

 

 

2018년 12월 15일, 서울대교구는 신학생 양성 제도에 대한 이원화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이원화의 두 축은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이하 ‘신학대학’)과 ‘서울대교구 대신학교’(이하 ‘대신학교’)로 구성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교는 1855년 충북 제천 배론에 세워진 ‘성요셉 신학교’였다. 당시에는 교회법 테두리 안에서 신학교를 설립했다. 첫 신학교는 ‘예수성심신학교’로 개명했고, 1885년 강원도 원주 부엉골을 거쳐 1887년 서울 용산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1945년에 ‘경성천주공교신학교’로 다시 개명했고, 서울 혜화동 현 소재지로 이전했다. 이때까지는 교회법적 지위만을 갖는 신학교였다. 

 

1947년 정부 주무부서인 교육부가 대신학교를 고등교육기관으로 승격해 ‘성신대학’ 설립을 인가했다. 이때부터 같은 고등교육기관이 교회법적으로는 대신학교이며 사회법적으로는 신학대학이 되었다. 하지만 성신대학은 1954년 의학부를 증설하고, 1959년 ‘가톨릭대학’과 1992년 ‘가톨릭대학교’로 개명했다. 1995년에는 ‘성심여자대학교’와 합병하면서 신학대학과 의과대학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자연 계열 대학을 포함하는 종합대학교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대신학교가 가톨릭대학교의 한 부분인 신학대학과 중첩되어, 내용으로는 대신학교이지만 형식으로는 신학대학으로 인식되면서 교회법적 지위와 사회법적 지위가 모호하게 섞였다. 

 

신학교는 신학생에게 학업 과정을 직접 제공할 수도 있으며, 신학생이 어떤 대학교나 학부에서 공부할 수 있게 배려할 수도 있다.(「사제성소의 선물」 137항 참조) 전자의 경우에는 인성, 영성, 사목 양성 이외에 지성 양성이 신학교 양성 과정에서 4분의 1에 해당하므로, 다소 전문성이 결여될 수 있으나, 후자의 경우에는 지성 양성만 담당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더욱 확실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 

 

이번 이원화 시도는 지성 양성 역할을 대신학교에서 신학대학으로 이전하여 신학생이 보다 전문적인 고등교육기관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하는 조치이다. 다만 이원화를 통해 구분된 현재 신학대학은 사회법적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는 고등교육기관이라는 한계가 발생한다. 

 

교황청 가톨릭교육성은 교회가 설립한 대학이 교회법적 인준 아래에서 학업 과정을 운영하고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번에 신학대학은 이원화 시점에 맞추어 학업 과정에 대해 교회법적 인준을 받고 교회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준비하고 있다. 

 

신학생은 첫 2년 동안에 철학 과정을 이수하고, 다음 3년 동안에 신학 과정을 이수하면 교회 신학사(S.T.B.)를 취득하게 되고, 이후 2년 동안 전공 과정을 이수하면 교회 신학석사(S.T.L.)를 취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학대학은 교회법적 인준 아래에서도 운영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천주교회는 교황청 인준 신학대학과 지성 양성을 신학대학에 위탁하고 인성, 영성, 사목 양성에 매진하는 대신학교 제도를 새롭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월 6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장)]

 

 

[특별기고] 신학대학과 대신학교 이원화 (2)


사제 양성 전문 기관으로서 대신학교 역할 새롭게 모색

 

 

1831년에 설정된 조선대목구 시기에 용산 ‘예수성심신학교’는 조선에서 유일한 신학교였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된 이듬해인 1911년에 조선대목구가 서울대목구로 개명되고 대구대목구가 분리 설정되자, 1914년에 대구대목구는 ‘성유스티노신학교’를 설립했다. 

 

1920년에 또 원산대목구가 분리 설정되자, 1927년에 ‘덕원신학교’가 설립되면서 3개 신학교 시대를 맞았다. 이에 1928년에 예수성심신학교는 대신학교와 소신학교로 분리 운영하면서 특성화를 꾀했다. 하지만 교회 인준 신학교였던 터라 1942년에 일본 조선총독부는 동맹국 독일의 수도자들이 운영하는 덕원신학교를 제외하고 총독부 인가를 받지 않은 나머지 신학교들을 폐교시켰다. 1945년 2월에 총독부의 인가를 받아 서울대목구가 용산에 다시 설립한 ‘경성천주공교신학교’는 1949년에 북한 공산정권이 덕원신학교를 폐교시키자, 다시 유일한 신학교가 되었다. 

 

1962년 3월에 한국 천주교회 교계제도가 정식으로 설정되면서 관구 제도가 도입되자, 1962년 4월에 광주에 ‘대건신학대학’이 설립되었다. 따라서 서울 ‘가톨릭대학’과 광주 대건신학대학이 ‘관구(연립) 신학교’와 같은 위상을 지니게 되었고, 1968년 9월에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은 가톨릭대학을 ‘서울관구 대신학교’(Inter-diocesan Major Seminary of Seoul)로 정식 인가했다. 하지만 1980∼90년대에 서울관구에 속한 교구들이 자체 신학교를 설립하자, 인류복음화성은 서울대교구의 요청에 따라서 1995년 5월에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서울대교구 대신학교’(Archdiocesan Major Seminary of Seoul)로 환원 인가했다. 이로써 다시 교구장이 직접 신학교장(Rector of Seminary)을 임명할 수 있는 교구 신학교가 되었다. 

 

가톨릭대학에는 문교부 등록 정식 교수가 아니더라도, 1959년부터 신학생들에게 고해성사와 영성지도를 하는 외래 신부가 있었으며, 1962년부터 생활까지 지도할 목적으로 상주하는 지도 신부가 있었다. 1970년에 지도 신부들은 생활과 영성 지도를 본격화하고자 ‘지도신부단’을 구성했으며, 1971년 2학기부터는 ‘기숙사 사감 제도’를 신설했다. 결국, 1972년 8월에 학장이 대외적인 행정 업무와 학사를 책임지는 신학교, 신학원장이 대내적인 업무와 생활 지도를 책임지는 신학원으로 분리하는 이원화 제도를 단행했다. 하지만 1979년에 서울관구 주교회의에서는 신학생 양성에서 통합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학장이 신학원장을 겸임하는 일원화 제도로 회귀를 결정했다.

 

사실 당시 이원화는 신학대학과 대신학교로의 분리라고 볼 수 없다. 대학이면서 신학교로 인식되었던 가톨릭대학이 단지 학사와 기숙사에 대한 기능적인 분리만 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후 1998년 9월∼1999년 11월에 학사와 기숙사를 분리하는 이원화 제도를 한 차례 더 도입했으나, 다시 일원화로 환원하여 2018년 12월까지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에 단행하는 이원화는 현 서울대교구의 실정에서 문헌 「사제 성소의 선물」에 따라 사제 양성을 더욱 효율적이고 성실하게 할 수 있는 제도와 방향을 과거와는 다른 시각에서 모색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월 13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장)]

 

 

[특별기고] 신학대학과 대신학교 이원화 (3 · 끝)


신학대학 · 대신학교 협력 통해 사제 양성 책무 근본적 통합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1965년에 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 「온 교회의 열망(Optatam Totius)」과 사제의 생활과 교역에 관한 교령 「사제품(Presbyterorum Ordinis)」을 공포하면서 신학생 양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재천명했다. 

 

이에 따라 교황청 가톨릭교육성은 1970년에 「사제 양성의 기본 지침(Ratio Fundamentalis Institutionis Sacerdotalis)」을 발표하고 영성 지도와 함께 신학생들이 배워야 할 필수 교과목을 제시했다. 이때만 해도 양성에 관한 주무부서가 가톨릭교육성인 관계로 문헌에서는 주로 지성 교육을 강조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1992년에 교황 권고 「현대의 사제 양성(Pastores Dabo Vobis)」을 발표하면서 양성에서 지성 차원을 강조했던 과거 지침의 균형을 조정해 인성, 영성, 지성, 사목 차원의 통합적인 양성을 제시하고 사제의 지속 양성을 제안하셨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2013년에 자의 교서 「성직자 양성(Ministrorum Institutio)」을 발표하면서 사제 양성의 책무를 더 근본적으로 통합하기 위해서 신학생 양성에 대한 담당을 가톨릭교육성에서 성직자성으로 이관한다고 강조하셨다. 

 

이에 주무부서가 된 성직자성은 2016년에 「사제 양성의 기본 지침」을 개정한 「사제 성소의 선물(The Gift of the Priestly Vocation)」을 발표했다. 이 문헌에서는 인성, 영성, 지성, 사목 양성을 균형 있게 강조하면서 ‘초기 양성’과 ‘지속 양성’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문헌에서는 양성에서 나타나는 선교 정신과 공동체성을 함께 언급했다. 그러나 문헌이 무엇보다도 강조했던 것은 양성 과정에서 모든 양성자가 신학생들과 지속적으로 동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일원화든지 이원화든지 인성, 영성, 사목 양성 담당자들은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일원화 체제에서 지성 양성을 담당하는 교수들은 교육과 연구를 하면서도 생활 지도를 위해 신학생들과 밀착 동반해야 하는 과중한 책무를 짊어져야 했다. 반면에 이원화 체제에서 교수들은 신학생 생활 지도에서 자유로워지므로 늘어난 시간을 교육과 연구에 활용하면서 교육 전문화를 꾀할 수 있다.

 

그런데 신학생들을 교실에서만 만나게 되는 교수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신학생 양성에서 제외되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이원화 시도도 신학생 양성을 더 잘하자는 의미이다. 

 

신학대학 교수들은 지성 양성에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학습에 미진한 신학생들이 있다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학습 향상을 위해 도와주고, 대신학교 양성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신학생들의 지성 양성을 통합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교수들은 교육 역량이 강화되어 평신도 신학 교육과 한국 신학 학계의 발전에도 함께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미 신학교를 운영하던 교구들은 신학교(Seminarium) 체제를 유지하고, 신학교를 운영하지 않던 교구들은 신학원(Collegium) 체제를 갖추어 전문화된 신학대학의 교육 과정에 참여해 양질의 지성 양성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시도하는 신학대학과 대신학교의 이원화 과정을 애정 어린 시선과 인내심을 가지고 한동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월 20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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