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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천주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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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1-07 ㅣ No.119

[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15 · 끝) 천주교인권위원회


언제나 억압받는 이들 곁에 서서 그들을 대변하다

 

 

2014년 2월 열린 천주교인권위원회 후원의 밤 행사에 함께한 후원회원들. 천주교인권위원회 제공.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반대 현장. 

 

가장 외롭고 가장 힘겨운 투쟁의 현장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는 언제나 천주교인권위원회(이사장 김형태 변호사)가 함께 서 있었다. 이 땅의 가난한 이들, 소외당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고자 노력해 온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018년 어느덧 활동 30주년을 맞았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촉발된 민주화 요청에 부응해 고통받는 사람들의 인권증진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한 천주교인권위는 30년의 세월 동안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로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 왔다.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목소리

 

매주 월요일 오후 4시. 서울 명동에 위치한 천주교인권위 사무실은 낯선 사람들의 방문으로 분주하다. 이들은 모두 천주교인권위 소속 변호사들이 매주 진행하는 무료 법률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다. 갑작스레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교우들이 주로 방문하지만, 종교와 무관하게 법률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누구나 상담받을 수 있다. 천주교인권위는 지난 20년간 매주 1회 무료법률상담을 진행해 왔다. 경제적 이유로 법률 서비스를 누릴 수 없는 소외 계층을 돕기 위해서다.

 

- 2001년 11월 서울 명동 현재 위치로 사무실을 옮긴 후 열린 축복식에 참석한 고(故) 이돈명 변호사, 고(故) 김수환 추기경, 김형태 변호사(왼쪽부터).

 

 

이 가운데 공익적 목적의 소송은 특별히 돕는다.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사회적 약자의 벗으로서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한 고(故) 유현석(요한 사도) 변호사의 유족들이 출연한 기부금으로 구성된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이 천주교인권위의 모든 공익소송을 지원한다. 구치소에 적정한 수용인원을 초과하는 수형자를 수용해 문제된 ‘서울구치소 과밀수용 헌법소원 사건’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고, 유치장의 화장실이 여닫이문만 달려 있는 개방형인 것은 유치인들의 정신적 손해를 초래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낸 것도 유현석공익소송기금 덕이다. 

 

자본과 권력의 냉혹함을 마주하고 억압과 차별에 맞서는 이들을 법률적으로, 심리적으로 지원하는 연대 활동 또한 천주교인권위의 주요 활동이다. 특히 촛불혁명, 제주해군기지 반대활동 등에서 천주교인권위는 시민단체와 교회를 잇고 연대를 도모하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모든 차별과 억압, 침해에 대항하고자 하는 소외된 이들을 위한 목소리로서 천주교인권위는 30년째 작은 사무실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집행 후 명동성당 앞에서 열린 규탄집회에 참가한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외침 

 

사형제 폐지, 군 의문사 진상규명, 인혁당재건위 사건 등 간첩 조작 사건의 진실규명, 국가보안법 폐지, 사회보호법 폐지 등을 위한 활동은 천주교인권위와 역사를 함께하는 오랜 싸움이다. 

 

이 가운데 사형제도 폐지 운동은 교회 안팎을 막론하고 천주교인권위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함께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활동이다. 천주교인권위는 창립 당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고 현재도 완전한 사형폐지국을 위한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다. 

 

물론 인권과 다양성,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늘 순탄하지는 않다. 그러나 천주교인권위 활동가들은 더디지만, 분명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순간을 목격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장예정(소피아) 활동가는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국가폭력 사건들의 규명을 위해 오랜 시간 싸웠는데 차츰 국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조금씩 진전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사필귀정’(事必歸正,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이라는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강성준(사무엘) 사무국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보다 공권력에 의한 명백한 인권 침해 사례는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오히려 더 어려워진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는 국가 폭력이 줄어들었다 해도 자본과 권력의 냉혹한 속성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 탓이다. 

 

천주교인권위의 활동도 달라져 가는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국가 차원의 인권 침해에 맞서는 저항 활동에서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정책 지원 활동으로 폭을 확장해 왔다. 더불어 교회 내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수도자와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 강좌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김형태 변호사 - “이웃을 사랑하라는 교회 가르침 자체가 인권”

 

서울 강남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만난 김형태 변호사는 “교회의 가르침 자체가 인권”이라고 강조한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가르침은 인권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돕고, 그들이 인간답게 살도록 하자는 것이 인권입니다. 교회의 가르침 자체가 인권입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김형태(요한) 변호사는 교회와 인권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반박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인간 존엄성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인권인데 인권을 수호하는 일은 교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다.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의 인권소위원회로 활동을 시작, 1993년 2월 인권위원회로 독립해 활동 30주년을 맞기까지 김 변호사는 천주교인권위의 모든 역사를 함께했다. 그는 그동안 사형폐지 운동을 비롯해 재소자 인권 문제, 군 의문사 진상규명 사건 등의 진전에는 천주교인권위의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더불어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군사정권에 의한 재일 동포 간첩 조작 사건의 진실규명에도 천주교인권위는 사회적 관심이 적었던 시절부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교회 내 인권과 사회 참여에 대한 인식이 낮은 시절 출발한 천주교인권위는 교회가 말하는 정의와 평화의 시작은 인권 존중이라는 굳은 믿음으로 인권 존중 세상을 위한 연대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 김 변호사는 지난 30년을 지탱한 힘은 무엇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한 인권위원들과 활동가들, 십시일반 활동비를 보탠 후원회원들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수도회와 신자, 시민들이 오랜 세월 천주교인권위와 뜻을 함께했다. 

 

김 변호사는 교회 안에서도 교구별 정의평화위원회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천주교인권위의 역할과 비전도 모습을 달리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인권과 사회 참여 문제에 대해 교회의 참여가 활발해진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앞으로 천주교인권위의 역할은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이 낼 수 있는 목소리보다 반 발짝 앞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한 걸음 더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이런 앞서가는 목소리를 통해 우리 교회 전체가, 우리 사회 전체가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사회가 되도록 추동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가톨릭신문, 2018년 11월 4일,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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