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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교회 청년과 청년 사목: 교회에 청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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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0-21 ㅣ No.114

[경향 돋보기 - 우리 시대 교회 청년과 청년 사목] 교회에 청년이 있다

 

 

교회 어느 단체에서도 그 흔적을 찾기 힘들어진 존재가 있다. 주님을 따르다 길을 잃은 이들, 그분을 먼발치서 바라보고만 있는 이들, 애써 그분을 외면하는 이들, 교회 밖을 서성이며 마음 한편에 그분을 품고만 있는 이들까지…. 바로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마음의 안식과 평안함을 얻고, 사랑 그 자체이신 주님의 현존을 믿고자 언제라도 교회와 가까워질 수 있는 청년은 어디든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 안에 청년이 없는 이유를 조명하는 작업은 가치 있는 일이다.

 

그 일련의 흐름에 사회 교리를 함께 공부하고자 필자를 포함한 세 명의 청년이 뭉친 소모임, 이른바 ‘사교뭉치’가 교회 안팎의 청년에 대해 알아보고자 마음을 한데 보탠 작업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바로 ‘가톨릭 청년보고서’(이하 보고서)를 통해 펼친 이야기이다.

 

 

청년이 청년에게 묻다

 

교회에서도 줄어드는 청년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16년 부산교구에서는 주교와 청년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사전에 기획된 방송이었기에 제약이 따랐던 것일까. 여러 이유로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청년들의 말을 대신 전달하러 갔던 우리가 느끼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발언할 기회는 매우 한정적이었고, 그래서 청년의 목소리를 잘 담았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부족했다.

 

결국 당사자인 우리가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작업이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욱 생생히 전하고자 우리는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고 2017년 2월 사교뭉치의 이름으로 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교구 청년 단체와 본당의 청년회와 교사회, 그 밖의 교회 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교회를 떠난 청년들,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30대 청년 스무 명을 만났다. 또한 미래의 교회 사목자가 될 또래 신학생 열일곱 명과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발품을 들여 취재 대상자를 섭외하고 일정 조율을 거치며 인터뷰를 진행하기까지는 힘든 시간도 많았다. 먼저 청년들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를 옮겨 적고, 글을 다듬었다. 또 책의 형태로 내려고 서너 번에 걸쳐 편집 작업을 이어가느라 여러 밤을 뜬눈으로 지새워야 했다.

 

 

청년이 청년에게 듣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청년들의 고민도 들어볼 수 있었다. 일상에서 학업과 일을 병행해 가면서 부딪치는 사람들과의 관계, 신앙 활동에서 오는 갈등 등 어떻게 보면 그리 특별한 것 없는 오늘날 청년들이 가질 법한 고민이었다.

 

숨 가쁘게 지내 온 지난 삶을 돌아보며 비로소 한숨을 들이는 이도 있었고, 깊은 성찰 없이 살아 온 시간을 반성하는 이도 있었다. 자신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인터뷰였기에 자신의 삶을 거리낌 없이 마음 편히 터놓을 수 있었던 덕분일까, 다시금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마주해 볼 수 있었다는 소회를 남긴 청년도 있었다.

 

오늘날 청년들의 삶의 무게는 생각보다 상당했다. 하루하루를 야근과 아르바이트, 공부와 취업 준비 등으로 밤늦은 시간까지 빼곡하게 쓰면서 애써야 하는 이들의 고달픈 삶은 평일뿐만이 아닌 주일에도 계속 되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에서는 신앙인으로서의 청년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으로서의 일상도 촘촘히 들여다보고자 했다. 삶을 동반한 신앙의 의미도 되새기려 했기 때문이다. 질문도 교회 내 활동에 관한 부분과 청년 개인의 삶에 관한 부분으로 나누어 구성했다. 보고서에서 다룬 내용 가운데 핵심 내용 몇 가지를 전해 본다.

 

“‘왜 사람들이 안 오지?’가 아니라 ‘왜 이 사람들이 힘들다고 할까?’ 하고 먼저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마음에 여유가 없을 거라고 청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교회는 이미 떠난 양들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에만 골몰하다가 남아 있는 양들마저 잃어버리고 나서야 찾아 나서는 상황을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교회가 현실을 살아 내는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에 대한 세세한 이해도 없이 믿음만을 재촉하는 모습은 아닌지….

 

“대학원생인 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르바이트를 네 개나 하고 있어요. 주일에도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서야 성당에 가요. 지금 제 일상은 일과 일 사이의 이동 시간만 존재하는 것 같아요.”

 

청년들의 평상시 일상에 관심이 없는 교회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일까?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채 교회 공동체의 일만 보살피는 교회가 청년들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오늘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오후 5시에 일을 마치고 지금 미사에 왔어요. 하지만 이번 주와 다음 주 근무 일정이 같지는 않아요. 이번 주는 마감해야 해서 미사에 못 가요. 최대한 편의를 봐 달라고 관리자에게 얘기는 했는데, 번번이 저만 그렇게 말할 순 없죠.”

 

청년들이 성당에 가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사회 현상이나 문제들과 맞물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교회 안팎 청년들의 상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거듭 물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청년이 교회에 묻다

 

보고서를 내고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이 보고서를 향한 관심 덕분에 여러 교회 언론 매체를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조금은 대변할 수 있었다. 이 결과물을 기점으로 후속 작업에 기대를 거는 이도 많다. 청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나온 제안과 요구에 맞게, 그에 응답하는 대책을 마련해 보라는 조언도 들려왔다. 그만큼 어깨도 무거워졌다.

 

후속 작업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부산교구 내 청년 사목을 담당하는 곳에 찾아가 우리가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진행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뜻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묵히고 쌓아 두면 그 자리에 고인 채로 남아 있을 뿐이다.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않으면 그 생명력은 사라질 것이다. 입 밖으로 꺼내어진 청년들의 생생한 언어가 세상과 마주하게 될 때 비로소 빛을 볼 수 있기에 이 보고서를 교회에 알리고자 했다.

 

심포지엄이나 세미나장을 나오면 생명력을 잃어버리는 담론이나, 형식만 갖추거나 보여 주기식의 행사가 아닌 이제는 교회가 그 의지를 달리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청년들에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던지는 외침이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청년의 소리를 들어 달라고, 또 들어 보라고 시작한 외침이었다. 그 미약한 외침이 그저 한순간의 이벤트로만 끝나지 않기를, 단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연기 같은 존재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청년들과 나눈 여러 질문 가운데 마지막 두 개는 청년의 입장에서 교회에 하고 싶은 질문과 교회 공동체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교회에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물으며 청년들의 허심탄회한 대답을 바랐던 마음과는 다르게, 청년들은 의견을 내놓아도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는 건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선의 질문인지 등 질문에 대한 의구심부터 내비쳤다. 같은 청년으로서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안타까웠다.

 

“있는 그대로 받아 주고, 세상의 잣대로 평가하지 않는 거요. 청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요.”

 

“먼저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게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요. 한 명 한 명한테 다가간다는 마음으로 말이에요. … 물어보지도 않고 청년들한테 뭐든 한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죠. … 그리고 끈질기게 물어봐야 해요. ‘진짜로 그러니?’라고요. 청년들이 ‘네!’라고 대답했다고 끝이 아니거든요. 신부님이 물으니까 그냥 대답하는 것도 있어요.”

 

“먼저 다가와 줬으면 좋겠어요. 계속해서 꾸준하게. 성경을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예수님은 먼저 다가가시는 분이시잖아요.”

 

 

스스럼없이 묻고 답하는 교회와 청년

 

성당에서 행해지는 나눔과 담론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신앙에만 치우쳤다는 의견도 여럿 있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신앙은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어그러지게 된다. 점차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생기는 것도 그에 상응하는 현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작 교회에서 청년의 목소리를 모을 공식적인 창구는 왜 보이지 않는 걸까?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토크 콘서트와 청년 신앙 학교, 청년 대회 등이 마련되면서도, 이것이 피부로 와 닿을 만큼 오늘날 청년의 목소리를 잘 담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청년들은 소통하는 교회를 바란다. 서로가 스스럼없이 묻고 답하며, 다양한 층위의 생각들이 본당뿐만 아닌 교구까지 늘 원활히 오가는 교회를 상상해 본다. 세상 사람들에게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을 둔 교회가 잠가 둔 문을 활짝 열고 언제라도 이들을 맞이하는 곳이길 바란다.

 

보고서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던 때로 돌아가 본다. 왜 이 작업을 하게 되었을까? 어떻게 끝마칠 수 있었던 걸까? 오롯이 우리의 힘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온 걸까? 그 답은 청년으로 살아가는 현재의 내 모습과 내 안의 갈망에서 발견하게 된다.

 

우리 곁의 평범한 청년들의 목소리에는 현재의 내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하고,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각자의 모습이 비슷하게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세대로서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교회 공동체 속 우리 모두의 모습 말이다.

 

이달에 있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5차 정기 총회 주제는 ‘젊은이, 신앙과 성소 식별’이다. 교회가 청년들과 함께 나아갈 방안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들이 있을 예정이라 이번 세계 시노드가 더욱 기대된다.

 

이 시간을 통해 교회의 성직자와 수도자, 지도자들은 청년들을 이끌고 동반하면서 끊임없는 사랑과 용기와 신뢰를 전하는 참목자로 살길 바란다. 청년들도 교회의 구성원으로 담대히 자신의 삶을 책임지면서 가장 아름답고 심오한 것을 지향하며 언제나 자유로운 마음으로 주님을 기쁘게 선포할 수 있기를 또한 바란다.

 

* ‘가톨릭청년보고서’는 https://goo.gl/7MMyHb에서 볼 수 있다.

 

* 김희영 세레나 - 가톨릭 사회 교리를 알리고자 세 명의 부산교구 청년들이 뭉친 ‘사교뭉치’ 구성원으로 2017년 2월 ‘가톨릭청년보고서’를 함께 펴냈다. 남북한 어린이들의 문화와 정서적인 교류를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부산어린이어깨동무’에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8년 10월호, 김희영 세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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