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16일 (화)
(녹)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심판 날에는 티로와 시돈과 소돔 땅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수도 ㅣ 봉헌생활

유럽 수도원 기행: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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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31 ㅣ No.608

[유럽 수도원 기행]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

 

 

아름다움과 어두움. 딱히 상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울리지도 않는다. 독일의 겨울은 아름다움과 어두움이 어우러져 마음 한구석을 답답하게 만든다. 글뤼바인(Glühwein)을 파는 대림장터(Adventsmarkt, Weihnachtsmarkt 혹은 Christkindlmarkt)가 없었다면 이 우울한 시기를 어찌 견디랴. 그동안 방문했지만 지금껏 여기 쓰지 않은 수도원들이 있다. 아름다움과 어두움 사이에 있어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수도원들.

 

 

십년 후가 걱정되는 수도원

 

유럽의 베네딕도회 수도원들을 돌아보면, 자랑이 아니라 우리 연합회의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만한 공동체가 없다. 많지는 않지만 젊은 형제들이 꾸준히 들어오니 전례도 활기차고 원내 작업장들이 유지되어 수도원에 생기가 돈다. 예전만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수도원들에는 역동성이 감지된다. 아쉽게도 다른 대부분 수도원들은 그렇지 못하다. 대개 성소 문제가 심각해서, 그 좋다는 베네딕도회 특유의 전례가 맛깔나지 않고, 그나마 있는 형제들이 너무 나이가 많으니 수도원이 돌아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소개한 수도원들은 한 가지만은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살아있음. 다들 늙었지만, 젊은 형제들처럼 일하거나 손님을 맞이하거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 그러니 사람이 없어도 왠지 계속 유지되어 나아갈 것 같은 희망이 보인다. 아무튼 그동안 당장은 적어도 살아있고, 살아가겠다 싶은 수도원 이야기였는데, 이번엔 10년 후에 과연 살아있을까 걱정되는 수도원 이야기다.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 우리 연합회에서 세 번째로 설립된 수도원이자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과 비슷한 시기인 1914년 초에 아빠스좌로 승격되었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수도원들에 비해서는 아직 신생공동체이다. 그래서인지 이 수도원을 방문할 때면, 할아버지 수사들이 내 손을 붙잡고 수도원 곳곳을 설명해 주며, “저기 저 성당 천정 보이지? 저 돌은 내가 놓은 거야” 하며 연신 아름다운 수도원을 자랑했다. 100년 조금 넘는 역사를 지닌 수도원에서 70-80대의 노인 수사들이라고 하면, 제2차 세계대전으로 무너진 수도원을 복구한 세대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들어온 중장년층 수사들이 거의 없고, 그분들이 아직도 대다수를 차지한다.

 

 

뚝심으로 일군 수도공동체

 

그래도 수도원, 특히 성당이 아름다웠다. 1970년대에 성당 내부 공사를 시작했고, 80년대에 외부 공사까지 마무리했다. 그러고 나서 90년대 말에 유겐트 양식(Jugendstil)로 새롭게 성당 내부를 단장했고 2000년에 오르간을 들여오면서 장장 30년이 넘는 건축 공사가 끝이 났다. 오랜 기간 동안 수도원의 모든 건축 공사를 스스로 해낸 수도형제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일전에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서 왜관 수도원 성당의 제대 십자가와 성당 한쪽 스테인드글라스가 자기네 것과 닮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기서도 같은 얘기를 들었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선교활동을 하다 모원으로 귀원한 나현승 스테파노 신부(Stephan Raster, 羅賢承)는 성당을 구경시켜 주면서 이 부분도 왜관에서 따라한 거고, 저 부분도 왜관에서 따라한 거라고 하셨다. 자부심이 가득찬 말투였다.

 

수도원 형제들은 대개 밝은 편이다. 마침 1주 전에 보이론 수도원에 다녀온지라, 마음이 하늘까지 올라갔는데, 이 할아버지들의 유머는 몇 마디 대화로 사람을 다시 땅으로 끌어내리기 충분했다. 유쾌하고 즐거웠다. 이곳 니더바이에른(Niederbayern) 사람들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황소같이 돌진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전형적인 니더바이에른 사람인 나 스테파노 신부가 남긴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한 번은 어느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는 중에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이야기가 나와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에서 본당 사목을 하는 동안 저도 즐겨 먹었습니다.” 그 방송을 본 사람들이 수도원으로 찾아와서 시위를 벌이는 통에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나 스테파노 신부는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나라 문화를 함부로 비판하거나 폄훼해서는 말라는 맥락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으리라.

 

공동체 구성원이 대부분 고령임에도 황소 같은 뚝심으로 지금껏 수도원을 유지해왔지만 쇠락의 기운은 역력했다. 연로한 수도 형제들이 세상을 뜨는 반면에 입회하는 젊은이는 없으니, 예전에 봉쇄구역이던 공간이 손님의 집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무리 쾌적하기 이를 데 없는 손님의 집을 갖춘들 코러스(수도자 기도석)가 비어버렸는데 무슨 소용이랴 싶었다. 수도원 도서관을 관리하는 형제가 힘에 부치는지, 서가에 먼지가 뽀얗게 내려 앉아 있었다. 그 수사는 동행한 내 친구 알렉산더에게 수도원에 더 이상 필요 없는 음악 전문 사전류를 선물했다. 레겐스부르크에서 나와 같은 학교에서 교회음악을 공부하는 알렉산더는 이곳 출신으로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다녔다. 한때 수도원 입회를 고민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교회 음악가로 자원봉사하며 수도공동체를 돕는다.

 

 

 

 

기대 반 걱정 반, 수도원 소생의 기미

 

수도원에는 젊은 수사가 한 명뿐이다. 지원기가 따로 없는 유럽 수도원의 관례대로 짧은 청원기를 보내고 바로 수련을 받은 뒤 올해에 첫서원을 했다. 수도공동체의 막내 요한네스 슈트랄(Johannes Stral) 수사가 1996년 생이고 그 다음으로 젊은 수사가 1966년이니 꼭 한 세대가 차이 난다. 온 수도공동체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이 형제를 바라본다. 수도원 건물이야 아깝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만 수도공동체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출신이면서 2007년에 수도원장으로 선출된 라바누스 페트리(Rhabanus Petri) 아빠스도 이 사정을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올해 형제들의 모임에서 수도원을 더 이상 운영하기 힘에 부치니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예속 수도원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수도원 성당의 돌 하나까지 직접 놓은 수사들은 이 의견에 동의했을 리가 없다. 다른 수도원에서 아빠스를 모셔온 것도 사실 수도원을 회생시키려는 자구책이었는데, 지난 10년 동안 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아빠스는 사임하여 모원으로 복귀했고 원장 선거를 실시하여 오랫동안 본당 사목을 하던 베네딕트 슈나이더(Benedikt Schneider) 신부를 3년 임기의 관리원장으로 선출했다.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베네딕도회 수도원이 두 곳이 있다. 하나는 지난 번에 방문한 니더알타이히(Niederaltaich) 수도원이고, 다른 하나는 메텐(Metten) 수도원이다. 두 수도원 역시 극심한 성소부족에 휩싸여 있다. 과거 이곳에 베네딕도회 수도원들이 자리 잡은 여러 가지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분명 입회 희망자들이 접근하기 좋은 지리적 이점이었을 것이다. 니더바이에른의 중심이자 주교좌성당이 위치한 파싸우(Passau)도 비슷한 분위기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접경이라는 이점을 활용하여 융성하던 이 도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국경 변두리에 위치한 생기 없는 도시가 되어 버렸다. 당연히 수도원에 입회할 젊은 친구들의 숫자는 더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이 아름다운 수도원이 어떻게 생기를 되찾을지. 아니면 최근 문을 닫은 독일 시토회 힘머로트(Himmerod) 수도원처럼 수도공동체가 소명을 마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 혹은 소수만의 결정이 아니라 모든 형제들이 함께 공감하며 나아갔으면 한다.

 

*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 누리집 http://www.schweiklberg.de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7년 겨울호(Vol. 40), 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 사진 제공 슈바이클베르크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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