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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통일사목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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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01 ㅣ No.1091

통일사목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상) 분단 73년, 한국 천주교회 통일사목을 돌아본다

 

 

- 2000년 대희년 당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대회. 가톨릭평화신문 DB.

 

 

북한선교위원회, 민족화해위원회, 평화위원회…. 

 

분단 이후 교회의 대북 사목 기구는 시대마다 그 양상을 달리했고 이름 또한 다양했다. 냉전시대에는 ‘북한선교’라는 이름으로, 1995년 북 식량난으로 시작되면서부터는 ‘민족 화해’라는 이름으로, 최근 들어서는 ‘평화’라는 이름이 강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결국 그 뜻은 하나였다. 분단된 겨레의 하나됨, 곧 통일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담아내는 큰 그릇으로서 ‘통일사목’이었다. 그 통일사목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세 차례에 걸쳐 살핀다.

 

통일사목은 그간 어떤 양상으로 어떻게 전개돼 왔을까?

 

1988년 10월 30일은 한국 천주교회 분단사에 한 획을 그은 날이다. 전후 36년 만인 1988년 10월 9일 남평양 선교구역에 장충성당이 완공됐고, 교황청 특사로 파견된 서울대교구 사목연구실장 장익(전 춘천교구장) 신부와 정의철(현 로마 한인신학원장) 신부가 분단 이후 북녘땅에서 첫 미사를 봉헌한 역사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 교회를 상징해온 장충성당은 남북을 잇는 신앙적 연대의 다리와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수십 년 증오의 대상이던 북한과의 민족화해 운동을 시작한 건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김수환 추기경이다. 1989년 11월 김 추기경은 “기도는 핵무기보다 강하다”며 남북 통일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운동에 들어갔다. 이어 1992년 교구 예산의 3%를 통일기금으로 적립하기 시작했고, 그해 가을에는 당시 북한선교위원회 위원장 이동호 아빠스의 제안으로 교구별로 통일기금 마련에 들어갔다.

 

물론 그 이전에 북한과 북한 교회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앞둔 1982년 12월 한국교회는 ‘북한선교부’를 출범시켰고, 1985년 10월에는 북한선교위원회로 개칭, 북한 선교정책 결정과 대외 활동, 북한 선교를 위한 기도 운동을 담당하게 했다. 하지만 당시 기도문이 1965년 제정된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인 데서 알 수 있듯이, 기도만 가능했던 시절이다. 이 기도문이 1992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로 바뀌기까지는 27년이 걸렸다.

 

1995년은 통일사목의 분기점이 되는 해다. 북한에서 큰물 피해 사태와 함께 가뭄으로 대규모 기아ㆍ탈북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해 3월 1일 서울대교구에 민족화해위원회가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전국 교회에 대북지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고, 이후로 남북 교류의 물꼬가 트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린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는 100만 명(NGO 집계, 학계에선 30만 명으로 추정)의 아사자를 냈다. 이는 교회의 대북지원이 시작되는 계기였다. 이후 2010년 5ㆍ24조치와 함께 남북관계가 다시 얼어붙기까지 16년 동안 한국 교회는 대북지원을 통해 교류로 나아갔다. 북의 만성적 식량난에 한국 교회는 형제적 연대로 응답했다. 그 와중에 한국 교회는 1999년 10월 북한선교위원회를 민족화해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화해와 일치의 사도직을 본격화했다.

 

특히 해마다 기념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은 분단과 전쟁, 갈등과 증오로 얼룩진 겨레가 서로 참회하고 용서를 청하며 이 땅에 참된 평화와 통일이 성취되기를 기원하는 기회가 됐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특히 23년간 매주 화요일 7시 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를 봉헌해오면서 기도운동의 중심이 됐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는 “이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잘 진행돼 8년간 중단됐던 교류가 가능해지면, 한국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중요한 것은 용서하고 화해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4월 1일, 오세택 기자]

 

 

통일사목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중) 오늘의 한국 교회 민족 화해와 일치 사도직


본당 일꾼들, 기도와 화해교육 두 마리 토끼 좇다

 

 

지난 2015년 1월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봉헌된 1000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DMZ 접경인 의정부교구에는 타 교구 본당에는 ‘그리 많지 않은’ 분과가 있다. ‘민족화해분과’다. 79개 본당 가운데 50여 개 본당에 민족화해분과가 설치돼 있다. 전국적으로 7개 교구에 140개 본당에 민족화해분과가 설립돼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3분의 1이 의정부교구에 몰려 있는 셈이다. 물론 편차도 있다. 분과장만 달랑 있는 민족화해분과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교구에 본당별로 민족화해분과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 3년을 넘기면서 민족화해분과 활동도 본궤도에 올라섰다. 민족화해분과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월례 화해 미사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찾아가는 민족화해학교 교육에 참가하고,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 열리는 토요 기도회에 참석하며, 북한이탈주민 정착 도우미 역할도 맡는다. 생각보다 일이 많다.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강주석 신부는 “맨땅에서 시작했지만, 민족화해분과장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동영상을 나눌 정도로 활성화됐고, 민족화해분과는 최근 들어 민족화해 사도직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2010년 5ㆍ24조치 이후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8년째 ‘개점 휴업’ 상태가 되면서 한국 천주교회의 시선은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 운동과 교육, 본당 활동 등으로 저변을 다지는 데 집중돼 있다.

 

 

기도 운동과 북녘 본당 갖기 운동 등 펼쳐 

 

특히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는 ‘기도 운동’에 열심이다. 2015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매일 밤 9시 ‘민족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묵주기도를 시작했고, 3년이 지난 지금도 기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정세덕 신부)도 같은 해 11월 말 대림시기를 시작하며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기도 운동의 닻을 올렸고, 이 운동은 기도 애플리케이션(앱) 개발과 함께 평화를 위한 기도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평협(회장 손병선) 역시 지난해 11월 평신도 희년을 시작하면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날마다 바칠 것을 결의했다. 

 

분단 체제의 극복과 함께 통일을 지향하는 교육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교회 안팎에서 통일에 대한 공감대가 선행되지 않으면, 설사 통일이 이뤄져도 진정한 통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는 평화나눔학교(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민족화해학교(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등을 통해 서로 다름을 껴안고 공존하기 위한 화해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지만 교류 협력의 물꼬가 됐던 대북 지원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1995년 당시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과 당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최창무(전 광주대교구장) 주교의 선구적 사목으로 시작된 대북 지원은 20여 년간 220억 원을 넘어섰다. 이제 한국 천주교회의 대북 지원은 한국 카리타스, (재)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로 일원화돼 추진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사도직 활발하게 

 

교류 협력은 중단됐지만 2016년 12월로 3만 명 시대를 맞은 북한이탈주민 사도직은 오히려 더 활성화되고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김운회 주교)를 중심으로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본당별 민족화해분과, 남녀 수도회 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가 힘을 보태면서 북한이탈주민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수도회를 중심으로 탈북 여성이나 청소년, 아동 생활공동체나 쉼터를 꾸리고 있고,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지원을 받아 주택 미배정자를 위한 쉼터도 3곳을 운영하는 중이다. 

 

통일연구원 임강택(마르티노)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기적이라고 할 정도의 대반전인데, 이 기회를 놓치면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교회도 기도를 통해 연대해줘야 한다”면서 “특히 두 정상회담이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통일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교회가 함께해야 할 몫이 크다”고 강조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4월 8일, 오세택 기자]

 

 

통일사목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하) 민족 화해와 일치 사도직, 과제와 전망


북과의 교류 · 나눔의 물꼬부터 터야

 

 

- 지난 2011년 7월, 재단법인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 개성시를 경유, 황해북도 강남군 일원에 밀가루 100t을 보내기에 앞서 당시 사무국장 이종건 신부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교회가 민족 화해와 일치 사도직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23주년을 맞는다. 1995년 북한에 큰물피해(수해)가 발생, 긴급구호로 대북지원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1995년 9월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사회 개발과 국제협력 대상 국가에 북한을 포함하고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함께 북녘 형제들과의 나눔을 본격화했다. 이후 2010년 5ㆍ24조치와 함께 대북지원이 사실상 중단되기까지 16년간 대북지원과 교류 협력이 이뤄졌다. 지난 24년간 기도와 교육, 나눔이라는 세 기둥으로 지탱돼 온 교회의 민족 화해와 일치 사도직, 통일사목은 어떤 과제를 안고 있을까.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되는 건 교회 내 ‘이념 갈등’ 문제다. 표면적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른바 ‘남남갈등’은 교회 안팎에서 존재한다.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난무하고, 교회 공동체를 갈라놓고 분열시킨다. 그래서 ‘기도운동’이 더 절실하다. 교구장이 평양교구 서리직을 겸직해온 서울대교구나 휴전선 접경 교구인 의정부ㆍ춘천교구 등지에서만 활발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 운동과 북한 교회를 위한 기도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게 교회 통일사목에 가장 큰 어려움이다. 

 

서울대교구 평화나눔학교나 의정부교구 민족화해학교 등 일부 교구에서만 이뤄져 온 화해 교육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도 큰 과제다. 교회 내 이념 갈등을 해소할 방안은 결국 기도와 교육밖에 없고, 예수님을 따라 평화의 사도, 화해와 일치의 도구가 되게 하기 위한 지름길이어서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풀어가도 안 된다. 평화와 통일, 남북문제를 단숨에 풀어버리려는 섣부른 시도나 기대, 실천이 파국으로 끝났다는 것은 경험으로 배웠다. 통일연구원 성기영(이냐시오) 연구위원은 “평화와 통일의 문제는 어찌 보면 이인삼각 경기처럼 어느 하나가 과속하면 넘어진다”며 “점진적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 접촉, 왕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것이 통일로 가는 디딤돌이고, 교회도 이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 카리타스 등 국제단체를 통해서만 일시적으로 이어졌을 뿐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한 북녘 형제들과의 나눔 또한 실마리를 풀어야 할 난제다. 지난 9년간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핵 개발이나 미사일 발상 등 북의 위협을 들어 사실상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중단했기에 어려운 처지에 놓인 북녘 형제들은 사실상 잊혔다. 북에 시장도 생겨나고 경제지표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빈부격차나 식량 부족, 교육 부재, 전염병 창궐에 따른 약품 부족은 여전하고, 영ㆍ유아나 임산부,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 상황은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교회는 2011년부터 가톨릭 대북지원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미완에 그쳤다. 다만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한국가톨릭의료협회 등 한국 교회의 대북지원 등록단체를 전국의 모든 교구 민족화해위원회로 넓히려는 노력이 최근 들어 시도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정책실장 김훈일 신부는 “가톨릭 대북지원협의회는 대북지원 사업에 교회의 역량을 모으고 북한 주민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북녘 형제들에 대한 지원의 전문성 확보, 재원의 효과적 투입과 배분과 현장 점검(모니터링), 북한 주민에 대한 실질적 도움, 사업의 지속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는 남북, 북미 관계 개선 이후 대북지원과 교류 협력을 준비하면서 통합과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가톨릭평화신문, 4월 15일, 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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