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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아카데미: 정치참여! 애써 찾은 민주질서를 지키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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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28 ㅣ No.1823

[사회교리 아카데미] 정치참여! 애써 찾은 민주질서를 지키는 일입니다


무관심과 냉소주의, 피해자는 결국 우리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는 쿠데타로 권력을 빼앗았고 전두환 일당은 1980년 5월의 광주 민주화운동을 총칼과 군화로 짓밟았습니다. 이들은 정치군인들로 군 병력을 동원, 민간과 정부를 장악하고 성실한 군과 선량한 시민을 무참히 죽였습니다. 군은 적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영토를 보호함이 목적이지만 오히려 이들은 시민의 생명을 살해했습니다. 민주주의 원리대로 선거를 통한 권력이 아니라 총칼로 권력을 잡은 범죄입니다. 봄빛 눈부신 성모성월, 5월은 이처럼 총구를 시민들에게 겨눈 범죄가 떠오르는 하염없이 슬픈 계절입니다.

 

정치군인들은 2012년 대선에도 개입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의 직할 부대인 국군 사이버 사령부 120여 명의 요원은 인터넷에 1만2000여 차례 댓글로 대선에 개입했습니다. 2013년 6월 24일 당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국가기밀인 ‘남북정상회담대화록’을 공개하며 그 역시 분명히 정치군인의 범주에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들 정치군인들의 정치개입은 쿠데타와 다름없는 심각한 범죄행위이며 국기문란행위로 단죄되어야 합니다.

 

지난 3월 보건사회연구원은 국민 90%가 정치냉소주의에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습니다. 정치군인들은 정치 냉소주의와 정치혐오를 부추겨 정치를 진흙탕으로 유도합니다. 그들은 깨어있는 시민들을 두려워하고 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모든 힘을 동원합니다. 그래야만 정치를 위한 정치, 자신들만을 위한 정치, 권력을 위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정치의 목적을 그들의 이해관계에 묶어놓고 시민들의 행복할 권리를 빼앗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러나 「사목헌장」(25항)은 ‘모든 사회제도의 근원도 주체도 목적도 인간이며 또 인간이 아니어서는 안 된다’고 함으로써 정치의 목적은 인간임을 천명합니다. 때문에 ‘인간을 정치 공동체의 토대와 목적으로 여긴다는 것은 근본적이며 양도할 수 없는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여 인간존엄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다.’(「간추린 사회교리」 338항)는 것을 말합니다. 오죽하면 교종 프란치스코께서 ‘정치 참여는 자선이다’라고 했을까요.

 

“사랑을 실천하는 한 방법으로, 능력껏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정치가 혼탁하다고 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계속 혼탁해질 것입니다. 교회의 사회교리에 따르면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입니다.” 2013년 교종께서 하신 말씀은 정치를 외면하면 종교적 실천도 없다는 것입니다. 교종은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종교는 정치적이며 역사적이며 사회적임을 말씀한 것’이지요.

 

5월 9일 새 대통령이 뽑히는 과정에 ‘이번은 정치군인들이 무슨 짓을 할까? 사이버 사령부, 국정원이 2012년처럼 여론조작을 하면 어쩌지?’ 가슴 졸였습니다. 이제 그런 시대가 끝났다 하겠으나 이는 매우 합리적 추론입니다.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한 순간, 잠깐 방심하는 순간 그들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여론을 조작하며 애써 찾은 민주질서를 파괴하는 쿠데타를 시도할 것이며 총과 군화보다 더 기막힌 방법으로 패악을 저지르고 숨통을 조일 것입니다. 정치참여의 중요함을 새삼 느낀 19대 대선이었습니다. 다시는 총칼과 군화에 짓밟히는 상처의 역사를 반복할 수 없음을 눈 부릅뜨고 다짐하는 5월이 가고 있습니다.

 

*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5월 28일, 양운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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