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천주가사: 피악수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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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01 ㅣ No.32

[천주가사] '피악수선가'

 

 

광대망망 천지간에 역려같은 사람이라

내역시 인생으로 이세상에 태어나서

조고여생 이내몸이 의지할곳 전혀없네

기박할손 이내모습 이십이 넘던마던

쓸데없는 외교공부 지성으로 배우려고

두루팔방 다니면서 불고염치 세월이라

식년정과 분향시며 정시알성 친림과와

진심갈력 과거보기 분에없는 허사로다

저러구러 이러구러 삼십광음 잠간넘어

이리생각 저리마련 전정이 가히없어

한양성을 하직하고 한강수를 건너서서

고향이라 돌아오니 누가있어 반겨하랴

<중략>

조성천지 조성만물 대주재를 모르느냐

사욕에 침익하여 천주성명 거역말고

사마유감 다들어서 영혼을 해칠마소

영혼하나 구하려면 삼구를 이겨내소

삼구유감 이길진대 성교대로 준행하소

<중략>

겸손함을 극진하야 교오를 없이하고

활협은혜 베풀어서 간린함을 보속하고

행실을 결정하여 미색을 멀리하고

화목하기 주장하여 분노를 안정하고

청렴함을 강작하여 탐도를 억제하고

유순하고 관후하여 질투를 금지하고

부지런이 힘을써서 나태함을 깨달아야

육신을 보존하고 영혼을 구하리라

체면조당 혐의말고 훼방냉담 염려말며

내일내시 핑계말고 명년후년 지체말아

피차서로 권면하여 피악수선 열심하세

사람사람 하는일에 믿는것이 무엇이며

바랄것이 무엇이며 사랑할것 무엇이냐

잠간평생 생각말고 영원세상 돌아보세

바라는분 천주시오 사랑함도 천주시라

삼구칠죄 막자르고 신망애로 공부삼아

우리천주 정한규구 잃지말고 준행하세

보세만만 위하여서 강생진주 감사하세

빈천곤궁 달게받아 고난진주 감사하세

악당중에 표양되어 치명진주 감사하세

우리진주 부활할제 환희성모 찬송하세

우리진주 승천할제 환희성모 찬송하세

성모따라 승천이오 성자따라 천당이라

무궁무진 진복진락 세상사람 주신게라

육신에서 떠난영혼 이게아니 본향이냐

은사은총 무궁하다 이게아니 본향이며

인의도덕 양식삼아 이게아니 진복인가

본향찾아 진복얻기 좋을시고 기쁠시고

좋고기쁜 우리일이 아름답고 조찰하다

이세상 사람들아 우습게 듣지말고

사후영혼 대관사를 깊이깊이 생각하소

 

 

<해설>

 

'피악수선가'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생활화된 신앙을 전한 작품이다. 그래서 교리 일변도의 작품에서 전하는 중압감이 체험에 대한 공감으로 바뀌며 독자의 마음에 호소력있게 수용된다. 최근 발견된 문헌에 따르면 이 작품은 경북 상주의 이생원이 지었다고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작품 내용상 젊어서 입신출세를 위해 권력가의 권문을 기웃거리며 과거 공부를 하다가 낙향한 선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향에 돌아와 남의 집을 빌려 서당훈장을 하며 생활하던 그에게 남겨진 것은 쉰을 넘긴 나이와 거느려야 하는 많은 가족, 송곳세울 한치의 땅도 집도 없는 가난이다. 이러한 허무는 곧 천주대전에 터를 빌어 집을 지은 기쁨으로 전환되며, 집을 짓는 과정을 일상어로 제시한다. '진복팔단'으로 병풍을 친 집을 완성하면서 그 기쁨을 통해 모든 사람들에게 신앙을 권유하고, 가톨릭 윤리를 통해 삼구(세속, 육신, 마귀)와 칠죄(교만, 인색함, 미색, 분노, 탐도, 나태, 질투)를 극복한다.

 

끝으로 주님과 성모를 찬양하며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흠결없는 본향을 찾아가는 마음을 표현한다. 세속의 어려움을 신앙으로 이겨내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선조들의 모습이 '피악수선가'에는 담겨 있는 것이다.

 

[평화신문, 2001년 7월 8일, 현대어역 및 해설=김영수 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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