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70: 이탈리아 고딕의 완성 - 밀라노 주교좌성당(Duomo di Mila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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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이야기] (70 · 끝) 이탈리아 고딕의 완성 밀라노 주교좌성당(Duomo di Milano)
15세기 이탈리아의 고딕은 지난 세기 수도원 성당의 ‘대형화’를 넘어서 ‘거대화’(gigantism)의 경향을 띠었습니다. 밀라노 주교좌성당이 대표적인데, 여러 나라에서 건축가들뿐만 아니라 수학자와 화가 등 전문가들이 모여 계획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건축가는 구조주의를, 독일 건축가는 외관의 수직성을, 이탈리아 건축가는 고전주의를 주장했을 터인데, 결국 그들의 관심은 수직성과 수평성이 모두 반영된 거대화에 집중되었습니다. 평면은 5랑식으로 네이브 폭이 16.7미터, 전체 폭이 72.9미터이며, 트란셉트의 폭은 83.3미터입니다. 네이브의 천장고는 45미터, 크로싱의 천장고는 65.5미터에 이릅니다. 성당 전체 길이는 158.6미터입니다. 구조는 고딕 보편주의가 적용되어 포인티드 아치, 리브 그로인 볼트, 다발 기둥, 플라잉버트레스로 구성되었으나, 거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구조재들이 과도하게 사용되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외관에는 수직성과 화려함이 강조되었는데, 107미터의 크로싱 첨탑을 중심으로 수많은 소첨탑들이 성당을 둘러쌌습니다. 창의 크기는 다양했지만, 좁고 긴 다수의 랜싯과 플랑부아양 장식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반면에 내부의 조도는 깊은 아일과 육중한 구조물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의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어두웠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추구했던 거대화를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였습니다.
밀라노 대성당으로 이탈리아 고딕 성당 이야기를 마칩니다. 그리고 로마네스크(1-35회)와 고딕(36-70회)의 성당 이야기도 함께 마칩니다. 3년여 동안 부족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응원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성당 이야기를 카롤루스 대제(Carlo Magno)의 아헨 왕궁 성당에서 시작했는데, 가롤로 보로메오(Carlo Borromeo) 성인이 묻혀 있는 밀라노 대성당에서 마치게 되어 나름의 의미를 새깁니다. 성당 건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를 거치며 근대의 시간으로 넘어갑니다. 공간을 시간으로 바라보는 것은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 일입니다. 그 일로 다시 만나 남은 ‘성당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2년 3월 13일 사순 제2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0 1,302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