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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순례: 부족한 것도 신명으로 메우고 마음을 다하여 석전동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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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순례] 부족한 것도 신명으로 메우고 ‘마음을 다하여’ 석전동성당
무반주에도 굴하지 않는 노래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로부터 미사곡도 노중래 비오 주임 신부의 선창으로, 무반주에도 굴하지 않는 신자들의 노래로 이어진다. ‘못 불러도 괜찮으니 소리만 내어달라’는 사제의 속마음을 간파한 듯 성심성의껏 소리를 합친다. 신자들은 뚱하게 입을 닫고 있을 수 없고, 노래를 부르며 주님 가까이 오른다.
마산의 도심지라고는 하나 작은 본당 석전동성당에는 연로한 신자들이 많기도 많다. 젊은 신자들을 찾기가 힘들어 자꾸 가라앉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노중래 신부는 지난해 부임하여 한동안 이러한 현상들을 파악하고, 지난 7월에 사목위원들을 개편하면서 적극적인 사목방향을 잡았다. 성당에 오면 정답고, 미사에서는 ‘흥이 나고 신명이 나는’ 시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래서 굳은 얼굴로 앉아 시간을 때우는 일이 없도록 마음을 온통 쏟았다. 무덤덤하게 돌아가는 신자들이 없게 하려고 몸을 던졌다.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목소리를 돋우고, 노래로 장단을 맞추었다. 미사 중간 중간 신자들이 알아듣도록 설명을 붙이며 함께하여 살아 있는 전례가 되도록 했다. 뭐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소신으로 “으샤으샤!” 해댄다.
절대 잊지 못할 사랑과 열정의 시간
천장 보수공사의 시간 또한 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김경호 베드로는 지금처럼 큰 책임을 맡지 않은 시절에도 성당에 일이 있으면 솔선수범 소매를 걷었다. 한번은 성전 천장이 찌그덕 했다. 미사 중에 내려앉지나 않을까 모두들 긴장했다. 공사비용이 많이 들까 고민이 컸다. 그때 천장 위 공간으로 조심스레 올라가 부실공사로 불거진 문제를 알아내고 본당 형제들의 힘을 모았다. 업체에 맡기지 않으려고 직장이 있는 형제들이 토요일마다 모여 조금씩 일을 했다. 김창도 요셉도 선원 일을 하면서 휴가가 되면 페인트를 맡아 도왔다. 그러다보니 수리기간이 1년 정도 걸렸지만, 신자들의 손으로 단단하게 복구한 자부심이 컸다.
쭈글, 위축, 주눅 같은 낱말은 사절
성탄선물은 색다르게 준비했다. 하얀 비닐배낭에다 아삭 달콤한 웨하스를 비롯하여 열 가지가 넘는 과자종류를 넣었다. 성탄미사를 마친 거룩한 밤에 저마다 선물배낭을 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신자들의 어깨에 하얗게 은총의 눈이 내린 것 같았다고 했다. 연말 송년미사에서는 또 다른 이벤트가 있었다. 1년을 뒤돌아보는 동영상을 만들어 신자들과 공유했다. 코로나라는 괴물의 손을 피해서도 주님 안에서 함께한 평화의 시간들을 되새기며 마무리하는 인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동영상은 원하는 경우 멀리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도 전송하여 새해를 맞는 희망이 피어오르는 은혜로운 시간이 되었다. 요즈음 석전동성당에서는 ‘바오로회’를 활성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때 본당활동의 중심이 되었던 바오로회의 팔팔한 일꾼들은 연로하게 되거나 떠나게 되어 주춤거린다. 사목위원들과 다른 축의 젊은 힘으로 새롭게 정비하여 본당에 활력을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
성전에서 앉을 자리를 찾으면 성경구절이 먼저 반겨주는 성당이다. 거리두기를 표시한 자리에 책갈피가 붙어있다. “네 앞날은 희망이 있다.”(예레 31,17)란 말씀의 책갈피가 붙은 자리에서 마음이 열린다. 미사를 마치고 나온 뜰에서는 복지분과에서 진한 국물을 우려 끓인 온기가 담긴 시락국 봉지를 어르신들에게 나눈다. 석전동성당은 위기의 틈새를 찾아내고 “마음을 다하여” 사랑의 싹을 틔운다.
[2022년 2월 13일 연중 제6주일 가톨릭마산 4-5면, 황광지 가타리나] 0 884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