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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세계교회사 100대 사건6: 예루살렘 사도회의 - 율법보다 믿음이 우선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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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1-03 ㅣ No.197

[세계교회사 100대 사건] (6) 예루살렘 사도회의 - "율법보다 믿음이 우선" 확인

 

 

사도 바오로를 비롯한 제자들의 열심한 전교로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이들이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다.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들 중에는 유다인 신자들뿐만 아니라 외교인(이방인)들도 많았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율법을 강조하는 유다인 신자들과 그렇지 않은 외교인들 사이에서 뜻하지 않은 심각한 갈등이 생겨 자칫 교회가 분열될 지경에까지 이르게 할지도 모를 중요한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바로 '할례' 문제였다.

 

첫 선교여행을 마치고 안티오키아 교회로 돌아온 바울로에게는 선교여행을 무사히 그리고 좋은 성과를 얻었다는 기쁨을 만끽하고 추가하기보다 골치아픈 문제에 당면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교회의 내부적인 갈등을 최초로 목격하게 된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사도행전 15,1-35 참조).

 

바울로가 선교여행을 떠난 후 예루살렘에서 온 신자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안티오키아 교회에 와서 '외교인들도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강요하고 나섰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베드로를 비롯한 예루살렘의 사도들과 원로들은 이들을 보낸 사실이 없다고 했다).

즉 구원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만 약속 되었으므로 할례 예식을 통해 외교인들을 이스라엘 백성에 입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역할보다 율법을 우선시 하고 있는 셈이었다.

 

격렬한 의견 충돌과 치열한 논쟁은 시간이 흘러도 그칠 줄을 몰랐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열심했던 신자들이 하나 둘 교회를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바오로는 고민에 빠졌다. 발이 부르트도록 다니면서 애써 전교한 결과가 겨우 이것인가 하는 실망만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오로는 결단을 내렸다. 예루살렘으로 가기로 했다. 예루살렘에 가서 확실한 결론을 얻어 더 이상 힘들게 전교한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을 막고 급기야 교회가 분열되는 불미스런 사태를 막고자 했다.

 

바르나바와 몇몇 신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에 도착한 바오로는 베드로와 사도, 원로들에게 그간의 이야기들을 보고했다. 그런데 '불난데 부채질 한다'고 바리사이파에 속했다가 신자가 된 사람들이 '외교인들에게도 할례를 주고 모세의 율법을 지키도록 해야한다'(사도 15,5)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급기야 사도들과 원로들은 회의를 열었다(사도 15,6). 때는 기원 후 49년경.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과 예루살렘 모교회의 원로들, 유다인 신자와 외교인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루살렘에서 가톨릭 교회 첫 공의회인 사도회의가 열렸다. 오래고 열띤 토론이 계속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외교인들이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는 것만으로 구언을 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할례를 기본으로 삼는 유다인들의 종교 율법과 관습을 따라야 하느냐를 판별해야 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 토론만 하다가는 결론이 날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베드로가 구원의 원칙을 세웠다(사도 15,7-11).

 

첫째, 유다인들도 잘 지키지 못하는 법, 즉 '할례'라는 멍에를 외교인들에게 강제로 부과할 수 없다. 둘째, 무엇보다도 예수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완전한 구원을 마련하셨으므로 불필요한 규칙은 폐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베드로의 해답은 외교인들도 사도들과 똑같이 성령을 받아 모시고 있고 주님도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았는데 과연 할례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구언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구원받는 것은 주님의 은총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열띤 토론장은 한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적막감이 흘렀다.

 

이어 주님의 형제인 야고보가 예루살렘 지방 교회의 책임자로서 지방교회의 일치와 화목을 위해 외교인 출신 신자들에게 부과한 규칙을 상기하면서 안티오키아 신자들에게도 이같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띄울 것을 요청한다(사도 15,19-21 참조).

 

결론은 내려졌다. 예루살레 사도회의에 참석한 사도들과 원로들은 안티오키아 신자들에게 전해 줄 편지도 쓰고 이 내용을 설명해 줄 바르사빠라는 유다와 실라를 대표로 뽑아 안티오키아로 보내기로 했다(사도 15,22).

 

이간은 결정은 대표로 파견된 이들이 예언자로서 편지 내용을 설명해 주고 여러가지 말로 안티오키아 신자들을 기쁘게 하고 힘을 얻도록 하기 위함이었고 실제로 안티오키아 신자들은 편지를 읽고 격려를 받았으며 기뻐하면서(사도 15,31) 예루살렘 사도외희에서 권고한 규칙을 지킴으로써 율법 자체보다 윤리 도덕적인 입장에서 거룩한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예루살레 사도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사도 15,23-29).

 

△ 엉뚱한 말로 괴롭히는 이들은 예루살렘 교회에서 시킨 것이 아니며 △ 외교인 신자들은 '할례를 받을 의무가 없고 △ 구원은 율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되는 것이며 △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을 먹지 말고 △ 피나 목졸라 죽인 짐승도 먹지 말고 △ 음란한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사도행전 15장 1-35절에 나오는 예루살렘 사도회의 소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도회의에서 결정된 내용도 중요하지만 '사도들과 원로들과 온 교회' 또는 '성령과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공동체가 사도들과 함께 내리는 결정에는 성령의 도움이 따름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도 국·내외 교회에서 수많은 대의원회의(시노두스)가 열리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것은 공동체가 함께 내린 그 어떤 결정도 인간의 능력으로가 아니라 성령께서 함께 하심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공동체에서 내릴 결정에 신자인 우리는 그것을 믿고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믿고 성령을 믿는, 다시말해 삼위일체의 신비를 받아들이는 하느님의 백성이기 때문이다.

 

[가톨릭신문, 2000년 4월 9일, 김춘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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