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아카데미: 정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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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1-09 ㅣ No.1541

[사회교리 아카데미] 정치 공동체

 

우리의 정당은 정당한가?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총선 때마다 등장하는 공천갈등, 예산안 처리 과정과 쟁점법안 처리에서 당내 갈등, 당 대 당 갈등, 입법부와 행정부의 갈등을 보여주었습니다. 총선 준비를 시작한 정당도 있고, 내부 문제로 인해 소속의원들이 탈당한 정당도,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며 생겨난 정당도 있습니다.

 

교육에서 교사의 문제, 교회에서 성직자의 문제가 중요한 것처럼, 정치 문제에 있어서, 특별히 현재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정당의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국어사전에서 정당이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를 말합니다. 여기서 우리 정당이 정당한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제를 서로 다른 차원에서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첫째는 본래의 목적을 찾는 일입니다. 국어사전에서도 정당의 최종목적은 정치적 이상의 실현입니다. 교회의 사회교리는 이를 보다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정당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정치 공동체의 최종 목적은 ‘공동선의 실현’이어야 합니다(사목헌장 74항 간추린 사회교리 413항). 사실 이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입니다. 현 정당들은 정권교체를 통해 권력을 얻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시민사회의 열망을 한데 모으고 공공의 책임이 전체에 모든 사람에게 미치게 해야 할 의무는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참으로 필요한 도덕적 요소는 모두가 외면한 채 영향력 확대와 개인의 경제적 이익에만 눈이 멀어 있습니다.

 

둘째는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틀을 벗어 버리는 일입니다. 한국의 진보와 보수는 경제적인 관점의 차이만이 아니라, 일제강점과 독립운동 세력이라는 민족주의의 문제, 남과 북의 분단에서 비롯한 이념갈등이 더해져 한결 복잡한 양상을 보입니다. 이는 친일경력이 있으며 공산당에서 활동하다가 남한에서는 보수진영에서 정치활동을 한 전력이 있는 정치 인사들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단순히 이원화해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색깔론으로 변질시켜선 안 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편향성이 아니라, 도덕성과 공동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셋째로 이를 위해서 시민사회가 정치 공동체에 대해 갖는 우선성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교회는 인간의 구원을 위해 존재합니다. 인간은 가정과 자신이 속한 사회 안에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바를 실현하고자 노력합니다. 이를 보다 쉽게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공동선의 확대이며 정치공동체의 존재이유도 여기에 있고, 이념적인 추구도, 정권교체의 목적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당은 개인과 시민 사회의 공동선에 대한 열망을 반영하고 추구하는 일을 등한시한 채 정당 간, 정당 내의 싸움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당은 정당한가? 그리스도인은 이 질문을 단순히 헌법과 민주주의, 법치에서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복음의 기준에서 던질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소속과 이념을 떠나서 그리스도인의 양심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5-26)

 

* 김성수 신부 -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현재 고덕동본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월 10일, 김성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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