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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신흥종교 교리의 핵심 - 종말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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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04 ㅣ No.921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신흥종교 교리의 핵심: 종말 신앙

 

 

신흥종교의 핵심 교리는 종말 신앙이다. 신흥종교들의 모든 교리나 주장은 대부분 종말 신앙에서 출발한다.

 

종말은 그리스도교에서도 중요한 교리에 속한다. 그러나 신흥종교들의 종말 신앙과 그리스도교의 종말 신앙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종말 신앙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세상에 오신 예수께서는 복음을 선포하시고 하느님 나라의 씨앗을 뿌리셨으며,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실 것이고(마태 28,20), 세상 마지막 날에 다시 오실 것(마르 13,26)”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에 따라 ‘종말’로 표현되는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의 선포로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기에,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께서 뿌리신 복음의 씨앗을 키우고 가꾸어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예수께서 다시 오셔서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실 것이고, 그때에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나라에 참여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지니며 살아간다. 그러나 예수께서 언제 오실 것인지, 세상 종말이 언제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분의 말씀대로(마태 24,36)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흥종교의 종말 신앙은 이와 다르다. 신흥종교들은 종말의 때를 알 수 있고, 그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단정한다. 그러면서 종말 때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파멸되고 자신들만 구원받아 이 세상에 전개될 ‘복된 세상’에서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곧 파멸될 정치제도 · 경제제도 · 교육제도 등과 같은 세상의 모든 제도들이나 문화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말라고 가르친다. 이들은 세상들은 모두 버리고 오직 곧 닥칠 최후심판에만 대비하라고 요구한다. 신흥종교나 이단 종파를 믿게 되면서 학교나 직장, 재산 그리고 심지어는 가정까지 포기하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는 것은 이러한 신앙 때문이다.

 

 

개벽 때에는 세상을 구원하고 심판할 제세주(濟世主) 출연

 

이단 종파나 신흥종교에서는 내세에 관한 교리가 전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대단히 미약하다. 이들의 신앙은 오직 곧 닥칠 종말에서 심판을 면하고 살아생전에 이 세상에 이루어질 지상천국에 참여하는 것이다.

 

종말을 뜻하는 용어는 약간씩 다르다. 대부분의 민족종교들은 ‘종말’보다는 ‘개벽’(開闢)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그리스도계 이단 종파들은 ‘말세’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개벽’이라는 말은 지난 세기말부터 크게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서점에서는 개벽과 관련된 책들이 베스트셀러 급으로 팔렸고, 인터넷에서는 개벽에 관한 이야기가 넘쳐났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 신흥종교들에 의해 주도된 것이었다.

 

개벽이란 하늘(신명계)과 땅(자연세계)과 인간(사회)의 세 가지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민족종교들은 천지인(天地人) 삼계(三界)는 성격을 달리하는 두 시대로 구분된다고 설명하면서, 지금까지를 ‘선천시대’(先天時代), 다가올 세상을 ‘후천시대(後天時代)’라고 부른다.

 

민족종교에서는 선천시대와 후천시대는 각각 특정한 원리에 따라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민족종교에 따르면, 선천시대를 지배하는 원리는 ‘상극지리’(相克之理)이다. 선천시대에는 모든 것이 대립적이고 상극적인 관계를 지닌다. 선천시대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지배하는 계급과 지배받는 계급, 강한 민족과 약한 민족이라는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 찬 시대이다. 따라서 개인간 · 집단간 · 계급간 · 민족간 · 국가간의 대립과 갈등과 투쟁이 발생하게 되고, 못 가진 자나 지배받는 계급 그리고 약한 민족의 한(恨)이 맺히고 쌓이게 된다.

 

반면, 후천시대에 작용하는 원리는 ‘상생지도’(相生之道)이다. 후천시대에는 모든 모순과 부조리가 사라지고, 모두가 더불어 살게 된다. 따라서 사랑과 평등과 평화와 복지가 완전무결하게 실현된다.

 

개벽이란 선천시대가 후천시대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때, 세상에는 대변혁이 일어나고, 홍수 · 지진 ·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치료할 수 없는 괴질이 세상을 뒤덮는 병겁(病劫)이 닥치게 된다.

 

그러면 개벽의 시기에 관해서는 종단마다 약간씩 다르게 설명한다. 그러나 대체로는 선천시대와 후천시대는 각각 5만년이고, 선천시대 5만년이 지나면 후천시대가 열린다고 설명한다.

 

개벽의 때가 되면 여러 징표들이 나타난다. ‘새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묵은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들이 깨끗이 말소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벽의 때가 이르면 그동안 잠재되었거나 은폐되었던 모든 모순과 부조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게 되고, 그에 따라 세상은 소란해지며, 사회문제가 급증하게 된다.

 

한편, 후천시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선천시대에 맺히고 쌓였던 모든 한(恨)들이 깨끗이 해원(解寃)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벽의 때가 이르면 한을 풀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터져 나오게 된다. 예를 들면, 지배계급에 억눌렸던 민중의 한을 풀고자 하는 시민사회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노동자들의 한을 풀고자 하는 노동운동이 격렬하게 발생하며, 가부장제도에서 쌓였던 여성들의 한을 풀어내고자 여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이런 현상들이 요즈음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개벽이 임박했다는 증거이다.

 

개벽의 때에는 세상을 구원하고 심판하실 제세주(濟世主) 또는 심판주가 출현한다. 그분은 모든 모순과 부조리를 없애고 모든 한들을 풀어주며 이 세상을 심판하실 것이다. 그 심판에서는 지금까지 영화를 누리던 자들이 심판을 받아 파멸할 것이고, 자신들은 그분이 펼칠 ‘후천선경’(後天仙境)에 들어가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될 것이다.

 

 

신흥종교의 확산은 건강하지 못한 사회를 나타내는 척도

 

종말에 대한 민족종교들의 이러한 설명은 그리스도계 이단 종파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단 종파들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사탄이 다스리는 ‘사탄 주관(主管)의 시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는 악이 넘쳐났고, 각종 사회문제들이 발생하였다. 말세에는 묵시록 20장에 기록된 대로 구세주께서 재림하시어 사탄의 권세를 거꾸러뜨릴 것이고, 모든 악들을 깨끗이 청소할 것이다. 그리고 그분은 이 세상에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하나님 나라’를 세우실 것인데, 그 나라는 천년동안 지속될 것이다.

 

또한 말세에는 대심판이 있게 된다. 그 심판을 통해 지금까지 권력과 부를 누리던 사람들과 기성교회에 다니던 사람들은 유황불에 던져지거나 멸망하게 될 것이고, 억눌리고 소외되고 상처 받고 고통 받아왔던 자신만이 그분께서 이루실 ‘천년왕국’에 들어가 그분과 함께 온갖 복락을 누리며 살게 될 것이다.

 

종말론이 넘쳐난다는 것은 종말을 바라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신흥종교가 크게 확산하는 것은 소외되거나 고통 받거나 상처받은 사람들 그리고 세상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지 못한 사회인지를 나타내는 척도이기도 하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4월호, 노길명 요한 세례자(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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