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성지] 이스라엘 성지기행1: 주님 탄생 예고의 땅 나자렛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6-29 ㅣ No.1123

[사진으로 떠나는 이스라엘 성지기행] (1) '주님 탄생 예고의 땅' 나자렛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시나이다"


나자렛의 성모상. 주님 탄생 예고 성당에 모셔져 있는 '나자렛 성모상'. 소녀티가 나는 앳된 얼굴에 결연한 눈빛이 인상적이다.


사진은 이미지를 통해 소통하는 대화 수단이다. 특히 사진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 이미지는 그 대상에 대해 전혀 경험이 없어도 친근감을 주는 친화력을 갖고 있다. 신앙의 해를 보내며 더욱 생생한 그리스도교 신앙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 '사진으로 떠나는 이스라엘 성지 기행'을 시작한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요한 1,14).

그리스도교 신앙의 시원(始原)인 이 믿음은 바로 이 땅 위에서 실제로 일어난 역사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저서 「나자렛 예수」에서 "역사적 사실이란 성경적 믿음을 위해 다른 것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상징적 암호가 아니다. 그것은 믿음 자체를 구성하고 있는 근거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고 말할 때 우리는 하느님이 실제 역사 안으로 들어오셨다는 사실을 우리 신앙으로 고백하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요한복음의 시작이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신앙 고백으로 출발한다면 마태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로 첫 장을 연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 가계(家系)에 의해 하느님 백성의 역사 속에 편입된다. 이 분이 바로 메시아다. '예수 탄생'(마태 1,16)에 관해 마태오 복음서는 1장 18-25절에서 상세한 설명을 보탠다.

- 요셉의 환시. 마태오 복음서를 보면 요셉은 꿈의 환시를 통해 동정녀 마리아가 성령으로 아기를 잉태한 것을 확인했고 가브리엘 천사의 요청대로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예수라 지었다. 이 색유리화는 예수께서 유년시절 성장했던 성가정 집터에 세워진 '성가정 성당' 지하 동굴 제단화이다.


이 사건 현장은 이스라엘 갈릴래아 호수로부터 서남쪽으로 약 29km 떨어진 작은 마을 '나자렛'이다. 나자렛은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하느님 아들이 인간으로 태어나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마태 1,21-22)이라는 기쁜 소식이 선포된 현장이다. 아울러 동정임에도 성령으로 인해 아기를 잉태할 것이라는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인 성모 마리아의 위대한 신앙고백이 드러난 장소이다. 또 실제로 동정녀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들 예수를 잉태한 역사의 현장(루카 1,28-38)이다. 그리고 요셉은 꿈의 환시를 통해 아기 이름을 '예수'(구세주)라 지었다. 이 예수는 이사야(7,14)의 예언에 따라 인류가 기다리던 '임마누엘'(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니, 당신 백성 한가운데 계실 것이고(마태 18,20), 세상 끝날까지 그들과 함께 활동하실 것이다(마태 28,20).

예수 안에서 실현되는 신비, 곧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메시지는 이렇게 첫 순간부터 들어와 마지막 순간까지 지속하며, 구약의 하느님 백성에서 시작해 새로 형성되는 계약의 백성으로 넘어가 완성된다.

이처럼 나자렛은 주님 탄생이 예고되고,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며 인류 구원을 시작한 출발지로서 거룩한 땅으로서의 영원성을 지니게 됐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역사의 현장 나자렛에는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주님 탄생을 알렸던 성모님의 집(주님 탄생 예고 성당)과 유년시절 예수께서 마리아와 요셉과 함께 사셨던 집터에 세워진 '성가정 성당', 공생활 중 예수께서 희년을 선포하신 시나고그(루카 4,16-22)가 남아있다.

 


- 주님 탄생 예고 성당. 교회는 말씀이 사람이 되신 것을 기념해 매해 3월 25일에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을 지내고 있다. 지금의 나자렛 주님 탄생 예고 성당은 성모 마리아의 집터에 지어진 다섯 번째 성당으로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 건축가 조반니 무치오가 설계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봉헌금으로 1954년 착공, 1965년에 봉헌됐다. 성당 지붕은 백합이 피어나는 형상으로 꾸며져 있고, 성당 한가운데 8각형의 커다란 구멍이 나 있다.


 


- 나자렛 전경. 마리아와 요셉의 고향인 나자렛은 갈릴래아 남부 산악지역에 자리 잡은 조그만 마을이다. 계단식 과수원과 포도밭으로 에워싸인 농촌이었다. 하지만 나자렛은 고립된 벽촌이 아니었다. 인근에 세포리스라는 큰 도시가 있었다. 헤로데 안티파스가 그의 영지에 재건한 행정수도였다. 나자렛은 히브리말로 '파수꾼' '지키다' '꽃에서 나온 가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 주님 탄생 예고 성당 마리아의 집 .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동정녀의 몸에서 주님께서 탄생하실 것이라 예고한 역사의 현장이다. 성모 마리아의 집터는 초세기부터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잘 보존됐다. 신자들은 마리아 집을 보존하기 위해 그 위에 성당을 지었다. 제대 한가운데는 라틴말로 "Verbum Caro Hic Pactum Est"(말씀이 바로 여기서 사람이 되셨다)라는 신앙 고백문이 새겨져 있다.

 

[평화신문, 2013년 6월 23일, 글 · 사진=리길재 기자]



1,29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