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2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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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가르멜 영성과 기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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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빈 [ssk5762] 쪽지 캡슐

2017-08-13 ㅣ No.1003

겸손 가장한 교만은 악마의 교활한 속임수

잘못된 기도의 위험(중)

 # 거짓 겸손
 겸손이 진리 안에 사는 것이고 하느님께 나아가도록 밀어주는 것이라면 거짓 겸손은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겸손을 가장한 교만이라 할 수 있다. 참다운 겸손은 결코 영혼을 불안과 초조와 당황으로 몰아넣지 않고 도리어 평화의 기쁨과 안정을 가져다 준다. 자기가 지옥에 가야 할 몸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고 괴로워하지만 마음속에는 평화와 느긋함이 있다.
 반대로 거짓 겸손은 처음부터 불안과 혼란을 일으켜 영혼으로 하여금 암흑, 비애, 슬픔을 일으켜 기도와 그밖의 온갖 좋은 일에 싫증을 느끼게 한다. 하느님께 버림받은 양 그 자비하심까지 의심하게 되고, 좋은 일을 해도 쓸데없다고 생각되며, 남들이 하는 좋은 일도 자기한테는 죄가 된다고 믿기도 한다. 참된 겸손인지 아닌지 식별하는 기준인 평화와 기쁨, 활달함이 없으면 유혹으로 간주해야 한다.
 
 #데레사 성녀가 체험한 거짓 겸손
 데레사 성녀가 부질없는 짓(기분 풀이)을 한창 하고 있을 때 묵상기도를 하면서 그전처럼 친밀하게 사귀는 일이 부끄러워졌다.
 이런 기회만 노리던 악마는 성녀의 심리 상태를 놓치지 않고 거만에 뒤덮인 겸손을 권유했다. "그렇게 숱한 은혜를 받고 나서도 이렇듯이 비참한 꼴인데 어떻게 묵상기도를 계속 할 수 있겠는가? 기도를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하느님께 대한 존경의 부족이요, 그 은총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유혹으로 인해 1년간 묵상기도를 그만둔 후 데레사 성녀는 이 유혹이말로 악마의 가장 교활한 속임수였다고 고백한다.
 또 한번은 당시의 저술가들이 쓴 것을 읽고 실천하다가 뼈아픈 체험을 하는데, 저술가들은 초자연적 기도를 체험한 후에는 천주성에 대한 관상만을 하라고 권했다. 비록 주님의 인성일지라도 드높은 상태에 다다른 영혼에게는 가장 완전한 관상에 방해가 되고 해롭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요의 기도의 은총(초자연 기도의 시초)을 조금 맛보고 있었던 성녀는 그대로 실천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잘못가고 있음을 바로 알아차린다. 오히려 생각은 이리저리 흩어지고 영혼은 마치 앉을 자리를 못찾아 파닥거리는 새처럼 많은 시간을 낭비 할 뿐, 덕에 나아가거나 기도가 나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주님의 인성이 진정 한가지 방해가 되는 듯 느꼈던 것입니다. 오, 내 영혼의 임이시여!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을 뼈저린 슬픔 없이는 결코 되새길 수 없습니다. 그것은 무지한 탓이라고 하지만 나로서는 큰 배신이었던 것처럼 생각됩니다"(자 22,3).
 성녀는 이 뼈저린 체험을 통해 단언한다. "길잡이, 어지신 예수님을 놓쳐버릴 때 바른 길을 가늠하지 못하는 법, 나는 그들이 이 마지막 두 궁방(6,7궁방)에 들지 못하리라는 것을 적어도 확언할 수 있습니다"(「영혼의 성」 6,7). 기도 중에 있는 맛이란 늘 있는 것은 아니다. 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이 미혹에서 벗어나 정신 차리기 위해 있는 힘을 다 써야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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