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강론자료

2013-0922...한국성인순교자 기념축일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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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3-09-21 ㅣ No.1409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대축일 [0920]

지혜서 3,1-9                 로마서 8,31-39              루카 9,23-26

2013. 9. 22. (주일). 등촌3.

주제 : 신앙을 드러내는 방법

오늘은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신앙의 본보기와 모범을 남기신, 신앙의 성인들과 순교자들을 함께 기억하는 날입니다. 우리가 공경하는 이 땅의 성인은 103위이고, 현재 시복시성운동에서 추진하는 순교자와 증거자들은 124위가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성인들 축일은 이틀 전이 제날짜였습니다만, 오늘, 주일로 기념일을 바꾸어 그분들을 기억합니다.

 

오늘은 성인들이나 순교자들 혹은 증거자들이 남겼을 삶의 본보기들을 말하는 일 대신에, 조금 다른 입장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들을 살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신앙생활을 내가 선택해서 시작하고, 내가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말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신앙인으로 내가 하는 일도 내 의지가 작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내 삶의 끝에 오는 결과도 내 맘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신앙인이라고 말은 하지만 신앙을 먼저 생각해서 하는 일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입장에서 신앙을 삶의 도구로 생각하고, 사람선택한 일을 더 크게 보려고 하는 자세에 것입니다.

 

시작에 대해서 우리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삶의 결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는 사람들이 되겠습니까? ‘삶의 시작에 인간의 판단과 열정을 먼저 생각한 사람들이 삶의 끝에 대해서는 사람의 힘 대신에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으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렇게 살아온 세상의 사람이 신앙에서 말하는 올바른 사람으로 바뀔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불협화음일 것입니다.

 

삶의 시작에 대해서 사람의 선택과 판단을 중요시 한 사람이라면, 삶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도 하느님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이런 내용이 신앙인이라고 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것은 아닙니다. 신앙인이라고 기준을 삼는 세례를 받은 사람70% 가량인 우리본당의 신자들이 삶의 과정에는 철저하게 사람의 기준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이 아쉽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삶에서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셨습니다. 오늘 루카복음이 전해주는 내용입니다. 루카복음사가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와 함께 살아야만, 당신의 뒤를 따르는 합당한 사람이 된다고 말씀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꿔 얘기하면, 신앙인이란 모름지기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신앙인으로 올바르게 살고자 하는 사람은, 내가 열심히 살았다는 생활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젯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 젯밥을 의미 있게 만드는 내 삶의 자세와 정신은 어떠한지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고, 자기 목숨을 잃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용기 있게(?) 나서는 사람의 세상목숨의 길이가 짧을 수도 있다는 것은 세상의 시각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알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시각을 예수님은 앞뒤를 바꾸어서 말씀하시고 판단을 달리 하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이 말씀을 어떻게 믿는 사람들인지, 어떻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인지 그에 따라서 우리가 드러내는 삶의 태도는 아주 다를 것입니다.

 

이렇게 삶에 대해서 다르게 보는 것은 지혜서에 나오는 말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서 의롭게 살았을 법한 의인들에 대한 세상의 태도는,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것이고, 그들에 대한 태도는 결코 부드럽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의인들은 현실 삶에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고, 고난 속에 있었던 사람들이며, 자기들이 생각한 파멸의 길로 갔다는 것이 분명한 모습인데, 지혜서의 저자는 그렇게 세상의 시각으로만 사람의 삶을 보지 말고, 하느님의 시각으로 다르게 보도록 권고합니다.

 

그 어떤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사람의 시각을 내려놓고, 신앙의 기준에 따라서 사람의 인생을 살피겠습니까? 말 그대로 참된 신앙인이 아니라면, 성경에서 말하는 삶의 기준에 따른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려운 일입니다. 삶에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힘겨움과 역경은 나를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며, 하느님의 뜻을 잘 받아들이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누가 올바르게 생각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바오로사도 역시도 하느님에게서 우리를 떼어놓은 세상의 사물은 아무것도 없다고 세상의 시각과는 다르게 말씀하십니다. 환난과 역경, 박해와 굶주림, 헐벗음과 위험 그리고 칼 앞에서 신앙을 한결 같은 자세로 드러내는 사람이 진정한 신앙인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알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겠느냐는 것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쉬운 길을 따라 살지는 않겠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우리나라 신앙의 역사에도 1만 명이 넘는 순교자와 신앙을 증거한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만, 우리가 아는 성인의 숫자는 103위뿐이고, 이제야 124위의 흔적을 찾아 시복시성을 준비하는 단계일 뿐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이 땅의 순교자들이나 성인들의 숫자, 그리고 그분들이 내 조상들 가운데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은 아닙니다. 2013, 이 시간을 지내고 있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면, 피를 흘리는 적색순교자가 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백색순교자나 녹색순교자가 될 수 있는지 내 삶을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이 땅의 순교성인들을 기억하는 날, 참된 신앙인의 길은 어떤 것인지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고, 올바른 길에 들어섰으면서도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제3의 신앙인들에게 빛과 길이 될 수 있도록, 마음과 생각과 뜻을 모아 기도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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