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강론자료

2013-0815...성모님승천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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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3-08-14 ㅣ No.1396

성모승천 대축일 [0815]

묵시 11,19; 12,1-6.10ㄱㄷ          1코린 15,20-27ㄱ       루카 1,39-56

2013.8.15. ()  등촌3.

주제 : 하느님의 다스림에 대한 사람의 반응

세상에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은 많습니다. 그것들 가운데서 영향이 가장 큰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아직까지는 체험하지 못한 죽음이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제가 질문하고, 제가 대답한 것이기는 합니다만, 이 죽음이 무엇이기에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이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죽음이라는 낱말의 뜻을 우리말 사전에서는, ‘죽는 일 /혹은/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일이라고 설명합니다만, 우리가 올바른 신앙인이라면, 죽음을 이렇게 대해서는 부족한 자세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죽음에는 세상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만사를 허무로 돌리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의 생명을 마치고 나서 내 삶의 결과를 갖고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인 또 다른 의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삶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죽음이 오는 경우는 없습니다. 죽음은 삶의 시작과 함께 우리를 찾아와 우리 안에 자리를 잡고, 언젠가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둘 사이의 시간간격이 하도 짧아서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도 있고, 그 간격이 생각보다 길어서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과는 아주 다른 판단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은 성모님의 승천대축일입니다. 성모님께서 세상의 삶을 마치고, 그 결과를 갖고 하늘로 오르신 것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사람은 많은 것을 동시에 생각하지 않는 특성에 따라, 우리가 자칫하면, 성모님의 삶에 찾아왔던 힘겨움을 잊어버리고 영광만 기억하고 부러움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만, 올바른 신앙인이라면 판단은 잘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표현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삶에서 우리가 노래하는 단 맛은, 삶의 힘겨움을 이겨내고 난 다음에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지, 그 순서가 반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삶의 끝에서 단 맛을 기대하고 사는 사람이라면, 나를 찾아온 힘겨움과 역경들도 잘 설득해서 제 갈 길로 가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루카복음은 요셉과 혼인을 약속한 처녀, 마리아가 결혼을 하기도 전에 예수님을 잉태할 것이라는 혼란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소식을 들은 다음, 가까운 친척이라고 하는 엘리사벳의 집을 방문했을 때에 일어난 일을 전합니다. 예수님을 태중에 품은 마리아가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던 세례자요한도 반겼다는 얘기는 그의 어머니인 엘리사벳만이 아는 놀라운 일이고, 세례자요한의 어머니만 해석할 수 있는 감정입니다. 그 놀라운 내용을 들은 마리아가 하느님을 찬송하고 칭송하는 노래를 부른 내용이 오늘 복음에 나왔습니다.

 

복음에서 우리는 마리아의 정성이 담긴 찬양노래를 들었습니다만, 실제로 우리의 정성을 담아서, 마리아처럼 하느님을 찬미하고 찬송하는 노래를 바칠 순간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놀라운 일이 가능하려면, 우리가 현실 삶에서 어떤 일을 만나야 하겠습니까?

 

신앙인들이 다른 사람의 본보기를 보고, 감탄하는 것은 결과론(結果論)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결과론은 잘못 드러날 수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나와는 다른 사람으로 살았기에 성현들이 놀라운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같은 체험을 할 수 없다고 미리 짐작하고 결정하는 태도가 그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성인(聖人)들도 자기들 삶에 일어난 일을 그러한 모양의 결과론으로 대했을까요?

 

우리가 진실한 사람으로 살게 되고, 하느님의 뜻을 충실하게 따르는 사람이 되는 것은, 나에게 일어날 놀라운 일을 내가 미리 예상하고, 나에게 축복이 다가올 것을 예상한 만큼 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충실한 자세로 대했을 때, 나에게 찾아오는 선물이 된다는 올바른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사람은 자기 삶에 일어날 놀라운 일을 미리 알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의 배경이 되었을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천사의 놀라운 환시와 엘리사벳의 축하와 같은 것들이 우리에게 온다면 놀라운 체험이 되겠지만, 그것도 당사자가 아니면 하느님의 방문이나 천사의 방문을 알아챌 가능성은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오늘 마리아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을 경축합니다. 그 일은 마리아가 세상에 우리처럼 살았던 사람이면서도 하느님의 축복에 따라 하늘로 오르시어,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고, 인류구원에 대한 놀라운 중개자로서 지금도 끊임없이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분으로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머무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놀라운 일로만, 마리아의 삶에 일어난 일을 바라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 과정을 전체 인생을 통해서 겪었을 마리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우리도 삶에서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마리아에게 특별한 영광을 허락하신 하느님,

저희도 하느님께서 저희를 위해서 준비하신 영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삶에 성실을 다하며 살게 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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