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성인ㅣ순교자ㅣ성지

[시복시성] 한국교회 창립 주역 등 순교자 214위 시복추진 본궤도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7-06 ㅣ No.1128

한국교회 창립 주역 등 순교자 214위 시복추진 '본궤도'

한국천주교회 2차 시복 통합추진 '조선 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와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 81위는 누구인가


103위 시성식 이후 한국 천주교회의 시복시성추진 작업은 크게 1차 통합추진과 2차 통합추진으로 나눌 수 있다. 1차 통합추진은 현재 시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및 증거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 통합추진 건이고, 2차 통합추진은 교황청이 이번에 통합추진을 승인한 '조선 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와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 81위의 시복 통합추진 건이다.

이 가운데 '조선 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는 1차 통합추진 당시 순교사료나 증거가 미비해 누락됐던 순교자들에 대한 자료를 보완해 시복추진 대상으로 선정한 순교자들이다. 또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 81위는 6ㆍ25전쟁을 전후해 신앙 때문에 희생된 순교자들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조선 왕조 치하 순교자들은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라는 제목으로,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들은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라는 제목으로 통합추진하겠다고 교황청 시성성에 알렸고, 교황청은 이를 승인한 것이다.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한국천주교회사에서 '믿음의 초석'이 된 한국 천주교회 창설 주역들이 시복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벽(요한 세례자)과 이승훈(베드로), 김범우(토마스), 권철신(암브로시오)ㆍ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 형제,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 등이다.

또 '백서'를 작성, 반역자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던 황사영(알렉시오)이나 '백서'의 발신자로 서명한 인물이자 교회의 밀사였던 황심(토마스) 등도 들어 있다. 이 밖에 정조의 이복동생이자 철종의 할아버지인 은언군 이인의 부인 송마리아와 며느리 신마리아 등 왕족도 포함됐다는 점이 특색이다. 세례명 미상이나 자료 미비 등을 이유로 1차 시복에서 누락됐던 홍봉주(토마스), 정은(바오로), 김사범, 여기중, 권중심 등도 시복대상자에 들어갔다.

대상자들은 한국교회 초기부터 병인박해 때까지 약 100년에 걸친 박해 와중에서 순교했으나 1차 시복추진 과정에서 누락된 순교자들이다. 133위 가운데는 양반 23명이 들어 있다. 유생이나 훈장 등까지 포함하면 지식층이 상당수를 이룬다. 회장도 민윤명(프란치스코)과 김사범, 김화숙(베드로) 등 12명이나 되는데, 이들은 대부분 병인박해 당시 순교했다.

순교 시기별로 보면 1785년에서 1791년까지 3위(2.26%), 1801~02년이 19위(14.29%), 1815~19년이 4위(3.01%), 1831년~41년이 12위(9.02%), 1866~79년이 95위(71.43%)다. 순교지 관할 교구별로 보면 서울대교구가 47위(35.34%), 수원교구가 45위(33.83%), 대전교구가 12위(9.02%), 청주교구가 9위(6.77%), 대구ㆍ안동교구가 각각 5위(3.76%), 광주대교구가 3위(2.26%), 의정부ㆍ전주교구가 각각 2위(1.50%), 마산ㆍ부산ㆍ춘천교구가 각각 1위(0.75%)다.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교황청의 2차 시복 통합추진 허락으로 해방 이후 공산 치하와 6ㆍ25전쟁 와중에서 피랍과 행방불명 등 사유로 순교 여부 입증이 어려웠던 성직자와 수도자, 신학생, 평신도들을 시복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됐다.

공산 치하 순교자들의 경우 공산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죽음을 은폐하고 유해조차도 유기한 정황이 인정되기에 그 죽음이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어도 순교했다는 '윤리적 확신'이 있으면 시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교황청 시성성의 방침에 따라 시복 추진이 가능해졌다. 이같은 윤리적 확신은 단순한 심증을 넘어 이들의 피랍 및 행방불명이 순교로 이어졌다는 개연성에 현지 주민들이 동의한다면 시복 추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시복 추진 대상자 81위 중 피랍자는 30명(37.04%)이며, 피살자는 37명(45.68%), 병사나 옥사자는 13명(16.05%), 생매장된 순교자도 1명(1.23%)이다. 한국인은 58위(71.6%)이고, 외국인(성직ㆍ수도자)도 23위(28.4%)나 된다.

북녘 공산치하 순교자는 평양교구가 24위(29.63%)로 가장 많고, 서울대교구가 22위(27.16%), 대전교구 15위(18.52%), 춘천교구가 7위(8.64%), 광주대교구가 5위(6.17%), 수원ㆍ인천ㆍ제주교구가 각각 1위(1.23%)다.

또 가르멜수녀회와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순교자도 각각 2위(2.47%)와 3위(3.70%)가 있다. 메리놀외방전교회나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파리외방전교회, 메리놀수녀회,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등 5개 남녀수도회 출신은 해당 교구 시복대상자에 포함돼 있다.

이를 신원별로 보면 신부가 48위(59.26%)로 가장 많고, 주교 2위(2.47%), 신학생 3위(3.70%), 수녀 7위(8.64%), 평신도가 21위(25.93%)로, 박해시대에 견줘 평신도보다는 성직자와 수도자(70.3%)가 훨씬 더 많다.

또 중국 애국회를 거부하고 반혁명분자로 낙인찍혀 이국 땅 헤이룽장성에서 병사한 김선영(서울대교구) 신부와 같이 북한 공산치하 순교자뿐 아니라 공산화된 중국에서 체포돼 병사한 경우도 시복대상자에 포함됐다. 1901년 5월 제주 신축교난 당시 순교자인 신재순(아우구스티노)도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에 포함됐다.



[평화신문, 2013년 7월 7일, 오세택 기자]
 

[인터뷰]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위 위원장 안명옥 주교

2차 대상자 214위는 한국교회 전체의 순교자


- 안명옥 주교는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와 근ㆍ현대 순교자 81위에 대한 시복 안건은 이제 시작 단계로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한국 천주교회가 신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더 성숙한 공동체로 새롭게 나기를 기대했다.


하느님의 종 124위 시복건이 상당히 진척된 데 이어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와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 81위 시복건 통합 추진도 곧바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1일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 의미와 특징, 향후 시복추진 일정, 교구별 현양운동 등에 대해 들었다.
 
안 주교는 우선 하느님의 종 124위와 최양업 신부 시복추진 상황과 관련, "시성성 신학위원회 심의를 앞둔 124위 시복건은 마무리단계지만, 최양업 신부 시복건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증거자 최양업 신부 시복 안건은 이제 시성성 역사위원회에 제출할 포지시오(심사자료) 작성이 마무리 단계여서 올해 말에 역사위원회 심의를 받을 예정이지만 역사위원회와 신학위원회 심의가 끝나고 교황이 신부의 영웅적 성덕을 승인한다 하더라도 최 신부의 전구를 통한 치유 기적이 더 추가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치유 기적 또한 한국교회 차원의 재판을 거쳐 교황청 시성성의 심의를 통과해 기적으로 인정돼야만 시복이 되기 때문에 그 기간은 앞으로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안 주교는 예상했다.

안 주교는 또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와 근ㆍ현대 순교자 81위 시복안건은 현재 기초자료 수집 단계에 불과하며 앞으로 10여 년간에 걸쳐 진행될 사안"이라고 내다보고 "124위는 삶과 순교 사실에 대한 논란이 없는 분들이 주를 이뤘지만, 133위는 삶과 순교 사실에 대한 논란이 있는 분들도 있어 더 많은 시간과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특히 신학적 측면에서 유교와 천주교와의 화해, 더 폭넓은 신앙적 시야가 필요한 연구가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20세기 순교자 81위와 관련해선 "전쟁 동안 신앙의 증오로 처형된 분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분들 중 최종 죽음이 확인되지 않은 분들에 대한 합리적이고 확실한 죽음의 증거를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안 주교는 강조했다.

안 주교는 시복 대상자 선정 경위와 관련해 "조선왕조 치하 2차 시복대상자 133위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병인박해 순교자들의 경우엔 흥선대원군이 선참후주(先斬後奏), 곧 먼저 베고 나서 나중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박해가 이뤄져 순교사실을 뒷받침할 자료가 충분치 않은 순교자들이 시복 대상자에서 많이 누락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행방불명자의 행적 미확인과 죽음 확인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논의가 대두된 근ㆍ현대 신앙의 증인들의 경우엔 시성성 관계자의 자문을 받아가며 81위를 선정했다"고 그 경과를 설명했다.

이번에 시복대상자로 선정된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는 △초기 한국천주교회 신앙공동체 형성에 구심점이 되고 큰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 주로 선정됐고 △관련 교구에서 18세기 후반 순교자들의 자료 수집과 연구가 두드러져 병인박해 순교자들이 많이 선정됐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또 병인박해 순교자들 가운데 부부 순교자가 7쌍이나 되는 점도 두드러진 점이라고 지적했다. 81위의 특징으로는 신앙을 증오하는 근ㆍ현대 특정 집단이나 이념에 의해 살해된 경우에 해당되는 순교자들이 주로 선정됐다는 점을 들었다.

안 주교는 특히 2차 시복 대상자인 133위와 81위는 특정 교구의 순교자일 뿐 아니라 한국천주교회 전체의 순교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기에 모든 교구가 다 함께 시복에 힘과 정성을 모아야 하며 시복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기도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양운동은 관련 단체나 교구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시복시성은 영적인 일이기에 기도운동이 제일 중요합니다. 또한 그분들의 삶을 본받는 신앙 쇄신이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나아가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 추진을 통해 시복시성의 기본 가치와 정신을 우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차분하지 못한 마음가짐을 멀리하고 하느님의 인도와 섭리에 모든 것을 맡기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조선왕조 133위 순교자와 근ㆍ현대 81위 순교자의 시복추진은 관련 교구의 요청으로 인해 한국 천주교회 차원에서 시복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안 주교는 "이를 교황청 시성성이 각각의 단일 안건을 승인한 것"이라고 밝히고 "너무 많은 순교자들의 시복 추진이 한꺼번에 이뤄져 신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주교는 그러나 "시복시성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우리 믿음과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야 하며, 영원한 생명에 대한 증거와 선포라고 봐야 한다"고 신자들에게 당부하면서 "관련 교구에서 지속적으로 시복시성을 요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먼 미래에는 주교회의 차원이 아니라 각 교구에서 자체적으로 시복시성을 추진해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평화신문, 2013년 7월 7일, 오세택 기자]


1,17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