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전례와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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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02 ㅣ No.74

[전례 상식] 전례와 미술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도스토예프스키).

 

구소련의 저명한 미학자인 에브도키모프는 “아름다움의 신학”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위의 말을 인용하여 전례 미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어떻게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할 정도로 위력 있는 것일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은 이 가르침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① “훌륭한 미술, 특히 종교적인 미술과 그 정점인 성 미술은 인간의 창조적 재능의 가장 고귀한 업적의 하나이고, 본질상 인간의 작품으로 어느 정도 하느님의 한없는 아름다움을 지향’하며, ② “성 미술은 작품을 통해, 사람의 정신을 정성되이 하느님께 향하게 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을 두지 않는 만큼 하느님과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영광을 위해 봉헌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항상 훌륭한 미술의 애호자였고 또한 미술가들을 양성해 왔다. 특히 거룩한 전례에 속하는 제구가 참으로 품위 있고 아름다우며, 천상의 미를 드러내는 표지와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미술의 고귀한 봉사를 요구해 왔다”(전례 현장, 122항 참조).

 

그러나 교회 미술의 전반에 관한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은 1947년 교황 비오 I2세의 회칙 “하느님의 중재자”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 가르침은 1963년에 공포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전례 헌장 7장에 수록되어 있으며 공의회의 다른 헌장과 공의회 이후의 문헌에서도 다루고 있다.

 

또한 교황청은 여러 가지 교령과 기록으로 공의회 문헌의 내용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시도했었지만 교회 미술만을 다룬 단행본은 아직 발행하지 않았다. 특히 1967년 공포한 “성체 신비 공경에 관한 예부성성의 훈령” 제3부에서 성당 건축(특히 성체를 보존하는 장소로서)을 다루고 있다.

 

 

우리 교회의 현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30년이 지난 한국 교회의 현실은 어떤가? 영세 입교자가 많다고 세계 교회가 부러워하는 우리 교회의 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 것(뿌리)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 교회 역시 “전례야말로 그리스도교의 모든 활동아 지향해야 할 정점이며, 그리스도교의 모든 힘이 흘러 나오는 원천”(전례 현장, 10항)으로서 지금껏 전례를 강조해 오고 있지만 정작 그 전례가 거행되는 장소와 분위기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하였고, 전례헌장의 정신을 살릴 수 있는 연구나 기타 발전을 요하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제3세계의 복음화를 지향하는 선교의 해를 보내면서 우리는 먼저 우리 문화를 수용하는 성 미술 작업을 우선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교회 미술 자체의 목적과 가르침, 규정에 맞는 성당 신축이 이루어지고 오늘의 우리 현실에서 볼 수 있는 물량주의, 실적 과시주의, 과소비로 치닫는 풍조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전례 분위기야 어떻게 되든 외부 위용만 당당하면 되는 성당 신축, 주민들의 삶과는 무관한 크고 높고 복잡하고 육중하고 사치스런 성당 건축이 난무하는 오늘은 과연 전례 헌장의 정신에 대한 염려가 앞서는 현실이다. 조그만 땅덩이에 외국의 건축을 모방한 기괴한 성당들은 오히려 도심과 자연의 미관, 민족의 정서까지 해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또한 “거룩한 전례에 속하는 제구가 참으로 품위 있고, 아름답고, 어울리고, 천상 사물의 표지와 상징이 되도록 미술의 고귀한 봉사를 교회가 계속 요구해 왔으며, 미술가들을 장려하고 양성해 왔다면”(전례 헌장, 122항 참조) 오늘과 같은 많은 제구나 성상, 성물이 품위 없고, 비례가 맞지 않으며 조잡한 느낌만 주는 복제품이 활개를 칠 리 없다. 예를 들면 제단 위의 복제된 값싼 십자가, 경박한 색유리, 성모상, 십자가의 길, 성당의 높은 곳에 모셔둔 팔을 벌린 거대한 예수 성심상 등은 차라리 없는 편이 훨씬 나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성 미술의 역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두운 실망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아름다움을 필요로 한다. 미(美)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마음속에 기쁨을 안겨 주고 시대를 초월하여 각 세대를 감탄 속에 일치시키고 연결시키는 고귀한 열매인 것이다”(예술가들에게 보낸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메시지). 성 미술 역시 인간의 마음 속에 하느님의 영상을 그리도록 도우며 그 신비를 묵상케 한다. 나아가 그리스도교 영성의 특징들을 세대를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 일깨워 주며, 한 세대를 장식한 미술품을 통해 시대에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게 한다. 한편 전례 미술은 다른 미술과 또 다른 방법으로 인간 정신 안에 작용한다. 기타 미술이 미적 감수성과 미적 만족감을 안겨 준다면 전례 미술은 진리와 신비, 영원한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묵상과 함께 감각적으로도 느끼게 해준다. 가령 예를 들어 하느님의 사랑에 불타는 예수의 데레사의 신비 체험을 형상화한 조각은 그리스도교 신비를 한결 가깝게 우리에게 연결시키는 고리이며 우리 또한 그러한 사랑에 불타고 싶다는 열정을 가지게 한다. 성 미술은 우리를 하느님 체험으로 이끄는 매체이다.

 

 

전례 용기에 대한 교회의 규정

 

성혈을 담는 성작과 성반의 재료는 쉽게 깨지거나 썩는 재료여서는 안 되며 특히 성작은 수분을 흡수하지 않는 재료여야 하고 그릇을 받치는 다리 부분은 단단하고 품위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야 한다(미사 경본 총지침, 290-292항 참고).

 

성작과 성반, 성합, 이외에도 우리 고유한 전통의 재료로 성수대, 세례대, 제단, 촛대, 부활 촛대, 14처 등의 전례 도구들을 제작할 수 있고 또한 고상하고 품위 있게 만들 수 있다.

 

[경향잡지, 1993년 1월호, 송현섭 베드로(광주가톨릭 대학교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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