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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창교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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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9-08 ㅣ No.1022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창교자는 누구인가?

 

 

일반적으로 신흥종교 창교자나 교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좋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하거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여자들을 범접하기 위해 종교를 만들거나 이용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신흥종교의 창교자나 교주들 가운데는 그러한 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흥종교는 창교자들의 종교 체험을 바탕으로 발생한다. 종교 체험이란 일상적인 것과는 구분되는 체험이다. 그것은 초월적이고 신비적이며 영적인 것과 관련된 체험이다. 예를 들면, 하느님의 계시를 받았다거나, 어떤 환영을 보았다거나, 갑자기 몸이 떨리면서 방언이 터져 나왔다거나, 모호하게만 느껴지던 성경 말씀이 갑자기 이해되었다거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나 문제의 원인을 종교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들이다.

 

종교 체험은 모든 종교들의 기본 요소이다. 그것은 신앙생활을 풍성하고 윤택하게해주는 역할을 한다. 체험이 결여된 신앙은 무미건조하며, 따라서 쉽게 약해질 수 있다.

 

그동안 가톨릭교회에서는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거나 성모님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는 등 엄청난 종교 체험을 가졌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한 주장이 제기될 경우, 교회에서는 그러한 체험이 과연 하느님이나 성모님으로부터 온 것인지, 아니면 당사자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는 영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갖게 된 환상이나 환청은 아닌가를 검토한다. 그리고 그러한 분별 과정을 통해 그의 종교 체험이 초월적 세계로부터 온 것으로 인정될 경우, 교회는 성경과 전승을 바탕으로 그러한 종교 체험을 통해 하느님께서 계시하시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칠 때, 한 개인의 종교 체험은 당사자는 물론 교회를 위해서도 유익한 체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당사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부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그는 자신이 가진 체험은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했던 가장 강렬하고 신성하며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교회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 체험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제도교회와 거리를 두면서 자신의 종교 체험 속으로 빠져드는 경향을 나타내기 쉽다. 이때 그의 종교 체험을 인정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생기면, 그것이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면서 제도교회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종교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창교자의 공통점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거나 어려운 고통 겪어

 

신흥종교를 창교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들이 있다.

 

그 하나는 그들의 대부분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거나 어려운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동학의 창교자 최제우는 두 번이나 상처(喪妻)했던 극빈한 몰락 양반이 63세에 얻은 아들로, 그의 부모는 모두 어릴 때 사망하였다. 증산교를 창교한 강일순 역시 몰락 양반 출신이었지만 너무 가난하여 머슴살이와 나무꾼 생활을 하였고, 전도관을 만든 박태선의 아버지는 술을 많이 마시어 주사(酒肆)가 심했으며, 통일교를 창교한 문선명은 형과 누나가 정신이상에 걸렸기 때문에 안수기도를 받고자 교회를 찾았었고, 신천지를 만든 이만희는 한센병 병력이 있는 가정 출신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부조리나 민중이 겪는 고통에 대단히 민감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것과 우리의 민족사가 수난과 고통으로 이어져온 것에 대한 이유를 찾으면서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이다. 동학이나 증산교와 같은 민족종교는 물론 6.25전쟁 직후에 출현한 수많은 그리스도계 이단종파의 창교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흥종교를 만든 사람들이다.

 

상당수의 창교자들은 자신이나 세상이 직면한 문재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세속적 방법으로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를 때, 종교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다. 또한 자신이 겪는 긴장이나 갈등을 위로받고자 종교를 찾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불치병이나 난치병으로 고통 받던 사람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마지막으로 안수기도를 받기 위해 기도원을 찾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나름대로는 종교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교리 연구에도 열성을 다한다. 그러나 그 종교가 자신이나 세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되면, 다른 종교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종교들을 섭렵하다가 기존의 종교들을 통해서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여러 종교를 통해 배운 교리와 수련방법을 바탕으로 수도하거나 기도에 매진한다. 그러고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종교 체험을 갖는다. 이와 같이 신흥종교 창교자들의 대부분은 여러 종교를 전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창교자들은 대부분 여러 종교 전전

 

한 개인의 종교 체험이 새로운 종교집단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의 종교 체험을 인정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종교 체험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졌던 종교 체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나 민족이 겪는 고통이나 고난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그는 추종자를 불러 모으게 되고, 그 결과 새로운 종교 집단이 등장하게 된다.

 

대부분의 창교자들은 추종자들로부터 특수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는다. 그들은 하느님이나 초월자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병을 고치며, 기적을 행하는 능력을 지닌 것으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의 주장이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존경심을 일으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구세주로 받들어지기도 한다.

 

창교자의 권능은 예언자형이나 주술사형으로 나타난다. 예언자형이란 미래를 정확히 예견하고, 사람들을 가르치며,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새로운 세상을 제시하면서 그러한 사회를 만들도록 투신할 것을 촉구하는 유형을 말한다. 반면, 주술사형이란 잡신(雜神)이나 초능력을 빌어 병을 고치거나 미래를 점치는 유형을 말한다.

 

예언자와 주술사는 혼동되기 쉽다. 그러나 예언자는 윤리적이고 교도적임에 반해, 주술사는 개인에게 재앙을 피하고 복을 가져다 줄 것을 약속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또한 예언자는 권력이나 재산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지만, 주술사는 그러한 것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그렇기 때문에 주술사형이 이끄는 신흥종교에서는 신자들의 재산을 수탈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비리가 심하다. 이러한 종교들은 비윤리적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대부분 일시적인 종교운동으로 끝나고 만다.

 

창교자가 사망할 경우 신흥종교는 위기에 봉착한다. 이러한 위기는 자신들과 이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라고 믿었던 창교자가 사라졌다는 상실감과 허탈감 그리고 그에 따른 집단구심점의 약화, 종단의 권력과 재산을 둘러싼 갈등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창교자가 사망할 경우 대부분의 신흥종교들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급속히 위축되거나 분열하거나 소멸한다. 증산교가 강일순이 사망한 후 수십 개 종파로 분열된 것이나, 가장 많은 신도를 가진 것으로 일컬어지던 대순진리회가 교주 박한경이 사망한 다음 6~7개의 종단으로 분열되고 심한 대립을 나타내는 것, 문선명이 사망한 후 종권과 재산 문제로 부인과 자녀들 사이에 극심한 갈등을 나타내는 것 등은 창교자의 권능이 사라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9월호, 노길명 요한 세례자(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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