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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유사종교의 도전 앞에서: 유사 종교, 사목적으로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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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8-18 ㅣ No.1011

[경향 돋보기 - 유사 종교의 도전 앞에서] 유사 종교, 사목적으로 어떻게 대응할까

 

 

이제는 가톨릭교회를 노린다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신자 수가 17만 2,775명이다(2016년 기준). 눈여겨볼 점은 2010년 이후 계속 증가하다가 최근 3년 사이에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비 증가율이 2013년에는 19.3%, 2014년에는 16%, 2015년에는 13.5%, 2016년에는 6.9%이다(CBS ‘노컷뉴스’ 송주열 기자, ‘사교 집단 신천지 신도 17만, 한국 교회 대책은?’).

 

이렇게 성장세가 둔화한 이유는 개신교에서 대책 위원회를 결성하고 상담소와 언론 활동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이제 신천지와 같은 유사 종교에서 개신교 신자가 아니라 천주교 신자를 더 적극적으로 포섭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말해 준다. 교회의 사목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건강한 교회, 유사 종교의 바이러스를 이긴다

 

건강한 사람은 쉽게 병들지 않는다. 바이러스가 들어온다 해도 그것에 감염되지 않는 항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행여 항체가 없어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질병을 버틸 수 있게 몸의 지체들이 균형을 잡는다. 그러나 몸이 허약한 사람은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될 뿐 아니라, 감염되었을 때 큰 시달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왜 신앙인들이 유사 종교에 빠지는가? 우리 교회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과 거짓, 빛과 어둠, 순결함과 부정함 사이를 분별할 힘도, 그것에 따라 참된 결단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사 종교에 대한 사목적인 대책에 앞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오늘날 한국 가톨릭교회가 잃어버리고 있는 건강함이다. 이를 다음의 네 가지 내용으로 살펴본다(제언 가운데 첫째와 둘째는 두란노에서 펴낸 탁지일의 「교회와 이단 - 이단 대처를 위한 교회 개혁」을 참조하였다).

 

 

윤리적, 신학적으로 건강해야

 

첫째, 윤리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교회는 유사 종교를 거짓 종교이며 나쁜 종교라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한국 가톨릭교회는 참종교이며 좋은 종교여서 사회적 비판에서 자유로운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톨릭교회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이미지는 좋았다. 물론 지금도 대체로 그러하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교회에서 벌어지는 폐단들, 예컨대 권위적이고 세속적인 사목 구조, 부도덕한 성직자나 수도자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 사회 문제에 대한 무관심한 자세 등이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더 따가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작 유사 종교들은 대외적인 이미지를 가꾸는데 주력한다. 그들은 사회 친화적인 봉사 활동을 펼치며 사회적 공신력을 얻으려고 애쓴다. ‘신천지’는 이른바 ‘하늘 봉사’라는 활동을 하고, ‘하나님의 교회’ 또한 여러 봉사 활동을 하면서 이를 각 언론에 보도 자료를 통해 알린다.

 

이는 자신들이 결코 사회에서 문제나 피해를 일으키는 종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정체를 감추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성 그리스도교의 폐단을 끊임없이 거론하며 사람들을 호도한다. 유사 종교의 교리 대부분이 선과 악의 이원론을 바탕으로 하고, 기성 그리스도교를 악으로 규정한다. 이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다종교 사회이다. 그래서 하나의 종교를 두고 평가할 때 그 종교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교회가 대외적으로 또는 내적으로 유사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외쳐 봐야 사람들은 그저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므로 교회는 유사 종교의 폐해를 알리는 일뿐만 아니라, 교회 내적으로는 청렴하고 깨끗한 모습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며, 교회 외적으로는 사회에 참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둘째, 신학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유사 종교는 ‘리플리 증후군’(Ripely Syndrome)을 불러일으킨다. 리플리 증후군이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만든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고 그 허구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증상을 가리킨다. 미국의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리플리 씨」(1955년)라는 소설에서 그 용어가 나왔다. 신천지와 같은 유사 종교들에 빠진 이들이 예배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면 매우 행복한 표정을 띠는데, 그 이유가 바로 리플리 증후군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유사 종교는 사람들에게 재림 교주를 믿는 이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고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침에 현혹된 사람은 취업 준비, 입시, 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 등 고통스러운 삶의 현실이 더는 문제로 다가오지 않게 된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치열하게 살기가 무척 버거웠는데, 예배에 열심히 참석하고 선교하며 가르침에만 전념해도 구원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쉬운가?

 

이런 까닭에 유사 종교에 빠진 이들은 교주가 사망하거나 시한부 종말론이 현실화되지 않는다 해도 그 종교에서 벗어나기를 주저한다. 또는 그 종교에서 벗어나도 정통 그리스도교보다는 자신이 몸담았던 유사 종교와 비슷한 곳을 찾아 헤맨다. 헛된 망상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어떠한가? 오늘날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를 신학적으로 어떻게 풀어 가고 있는가? 그 답을 제시하고 있는가? 많은 신자는 강론이나 설교를 자기 삶과는 상관없는 이론이라 생각한다. 마음에도 와닿지 않고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삶을 철저하게 파고들어 신자들이 자기 삶을 대면하여 그 삶을 잘 이겨 나갈 힘을 주지 못하는 복음 선포는 더는 복음적이지 않다. 한마디로 육화한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교회 자체가 리플리 증후군에 쉽게 노출되고 만다는 말이다.

 

 

말씀과 공동체의 친교가 건강해야

 

셋째, 말씀 안에서 건강해야 한다. 유사 종교에 빠진 이들은 한결같이 “성경 공부가 재밌다.”라거나 “이제껏 들어 보지 못한 놀라운 가르침이다.” 하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유사 종교가 제시하는 성경 해석은 여러 그리스도교 이단들의 교리를 다듬고 다듬어 만든 것으로, 성경의 본디 의미를 심각하게 왜곡한다. 또한 그들의 성경 해석을 살펴보면 그 자체로 중대한 모순을 가지며, 성서학계에서 통용되는 상식적인 논리를 벗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기성 그리스도교에 몸담은 신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유사 종교들의 성경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그러한 내용을 접하게 되면 쉽게 매료되어 버린다. 이는 이미 교회 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것처럼 성경에 대해서도, 바른 성경 해석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매주 술잔을 나누면서 친교를 이루는 신자는 많아도, 말씀의 잔을 나누는 신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교회. 매주 신문이나 뉴스 기사는 잘 알고 그것을 나누는 신자는 많아도 성경의 장절을 외우고 그것이 삶에 주는 의미를 나누는 신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교회. 매주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신자는 많아도 말씀 나누기와 강론 말씀에 울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신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교회. 이러한 모습으로 머물러 있는 한, 왜곡된 성경 해석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의 친교가 건강해야 한다. 유사 종교의 포교 전략을 보면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나 소외된 상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의 교육 방법은 대체로 일대일, 또는 일 대 이의 대화에서 시작하여 소규모 그룹으로 연결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최소 두세 명이 한 사람을 에워싸고 그를 포섭한다.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는 이들은 그들의 포교 전략에 쉽게 당하기 마련이다.

 

가혹한 현실에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음에도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했는데, 자신의 사정을 열심히 들어 주고 먼저 연락하며 따뜻하게 대해 주는 이들이 생겨나니 얼마나 다행스럽고 안심되겠는가? 자신을 포섭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그들이 그저 고맙게 여겨져서 마음을 열게 되고, 그러다가 어느새 유사 종교의 거짓 가르침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어떠한가? 대형화된 본당 구조 속에서 목자는 양들의 이름을 부르지도, 손을 잡아 주지도 않는다. 더 효율적인 본당을 구축하려고 시간과 경제에 여유 있는 신자들을 주축으로 교회에서 친교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교회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일 여력이 없다. 몇몇 사람의 친교일 뿐 공동체 전체의 친교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처럼 참된 친교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는 교회는 더는 그리스도의 온전한 몸이 될 수 없으며, 유사 종교로 이탈하는 이들을 붙잡을 수도 없게 된다.

 

 

사목적 대응 : 예방과 처방

 

건강한 사람도 전염병이 돌면 예방 주사를 맞고, 행여 그 병균에 감염되면 적절한 처방을 받는다. 유사 종교의 바이러스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회는 거짓 가르침에 대해 ‘예방’과 ‘처방’으로 대응해야 한다.

 

예방 차원은 유사 종교의 실체와 폐해에 대해 지속해서 홍보하는 것이다. 그들의 잘못된 교리가 한 사람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병들게 할뿐 아니라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만든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또한 그들이 사용하는 포교 방법, 그들이 즐겨 쓰는 용어 등에 대해서 신자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주보나 소공동체 소식지에도 꾸준히 홍보해야 한다.

 

또한 본당별, 지구별로 유사 종교에 대한 특강을 실시할 수도 있다. 교회 내 언론 기관에서 유사 종교에 대응하는 특집을 기획할 수도 있다. 개신교에서는 이러한 예방 차원을 오래전부터 갖추었고, 그 결과 최근에는 유사 종교에 현혹되는 신자 수가 많이 줄었다.

 

처방 차원에서 볼 때 유사 종교에 빠진 사람이 그곳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담소가 필요하다. 현재 가톨릭교회에서는 이러한 상담소가 없다. 그래서 신자들 가운데는 개신교의 이단 상담소를 찾아가거나 본당 신부나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신부, 수도자에게 연락하여 상담을 부탁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유사 종교와 관련된 상담은 매우 전문적인 일이다. 신학적인 면뿐 아니라 성경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고, 때로는 법률적인 자문을 구해야 할 때도 있다. 또한 유사 종교에 빠진 이들에 대한 최적화된 상담 기술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교구별로 전문적인 상담소가 있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지난 3월 주교회의의 결의에 따라 ‘한국천주교유사종교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다. 지금이라도 위원회가 갖추어져 다행스럽다. 이 위원회를 주축으로 교구별 실무 담당자를 임명하고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된다. 더 체계적인 예방책과 처방책을 갖추려면 유사 종교에 대응하는 신학과 사목 연구소를 설립해 홍보물을 제작하고 유사 종교 대응 상담가를 양성해야 한다.

 

* 한재호 루카 - 제주교구 소속 신부로, 2015년부터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신약 성경 담당)로 있다. 2002년에 사제품을 받았다.

 

[경향잡지, 2017년 8월호, 한재호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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