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6년 제21차 청소년주일 교황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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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3-13 ㅣ No.188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제21차 청소년 주일 담화

(2006년 4월 9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18],105)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제21차 청소년 주일을 준비하는 젊은이 여러분에게 기쁜 마음으로 인사하며, 지난 해 8월 독일에서 함께 했던 풍요로운 경험의 기억을 되살려 봅니다. 지역 교회별로 거행되는 올해 청소년 주일은, 쾰른에서 일깨워진 열의, 많은 젊은이들이 각자의 가정과 본당과 단체와 운동에 전달해 준 그 열의를 다시 불타오르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도를 향한 젊은 세대의 영적 순례에 여러분의 벗들을 초대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이기도 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주제는 시편 119[118]편의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105절)라는 구절입니다. 사랑하는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이 시편 구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삶의 어두운 길을 걸을 때에 하느님 법을 등불로 삼으며 이 법에 감사를 드립니다”(2001년 11월 14일 수요일 일반 알현). 하느님께서는 역사 안에서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말씀하시고, 그분의 말씀은 창조적인 힘을 지닙니다. 흔히 ‘말’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낱말 dabar는 실제로 ‘말’과 ‘행동’의 의미를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행하시는 일을 말씀하시고, 당신이 말씀하시는 바를 행하십니다. 구약 성경은 이스라엘의 자녀들에게 메시아께서 오실 것과 ‘새’ 계약이 세워질 것을 말합니다. 사람이 되신 말씀 안에서 이 약속은 이루어집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도 이를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의 완전하고 결정적인 유일한 말씀이시다. 성부께서는 모든 것을 그분 안에서 말씀하셨고, 그 말씀 외에 다른 말씀은 없다”(65항). 성경 저자들에게 영감을 주시어 선택된 민족을 이끄신 성령께서 신자들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주십니다. 같은 성령께서는 또한, 성찬례 거행에서 사제가 ‘그리스도의 자격으로’(in persona Christi)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는 축성의 말씀을 선포할 때에 신자들의 영적 풍요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현존하고 계십니다. 하늘나라를 향한 우리의 지상 순례를 계속해 나가기 위하여 우리는 모두 영원한 생명의 빵과 말씀으로 힘을 얻어야 하며, 이 둘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사도들은 구원의 말씀을 받아, 마치 교회라는 보석함 안에 고이 간직된 소중한 보석처럼 후계자들에게 물려주었습니다. 교회가 없으면 이 진주를 잃어버리거나 상하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하느님 말씀을 사랑하고 교회를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엄청나게 값진 보물을 만나고,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교회를 사랑하고 따르십시오. 교회는 그 설립자에게서 사람들에게 참 행복의 길을 보여줄 사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참된 행복을 알아보고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현대의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비정상적인 이념들의 착오나 오류 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자유 자체가 해방될 필요가 있으며”(회칙 「진리의 광채」, 86항 참조), 인류를 둘러싼 어둠에 빛을 비출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1-32). 강생하신 말씀, 진리의 말씀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고 우리의 자유를 선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하느님 말씀을 자주 묵상하고 성령을 스승으로 삼으십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생각하시는 방식이 인간의 방식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참 하느님을 관상하고 역사의 사건들을 그분의 눈으로 읽게 될 것입니다. 진리에서 비롯되는 충만한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를 속이기도 하는 쉽지 않은 삶의 여정에서 여러분은 어려움과 고통에 부딪히게 될 것이며 가끔은 시편 저자와 같은 마음으로 “저는 몹시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시편 119[118],107) 하고 외치고 싶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편 저자는 “주님, 당신 말씀대로 저를 살려 주소서. 제 목숨이 늘 위험 속에 있으나 당신의 가르침을 잊지 않습니다.”(119[118],107.109) 하고 덧붙인 것을 잊지 마십시오. 당신 말씀을 통한 하느님의 사랑의 현존은 가장 힘들 때에도 두려움의 어둠을 물리치고 길을 밝혀주는 등불입니다. 

 

히브리서 저자는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4,12)라고 하였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영적 투쟁에 없어서는 안 될 ‘무기’로 생각하라는 명령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가 그 명령에 귀 기울이고 따르는 법을 배운다면 유익할 것이며 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신앙의 복종이란(‘복종하다’라는 라틴어 oboedire는 ob[에게]와 audire[듣다]의 합성어이다) 자신이 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자유로이 복종하는 것이며, 이는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그 말씀이 진리임을 보증하시기 때문이다.”(144항)라고 설명합니다. 아브라함이 이러한 순종의 경청의 모범을 보인 한편, 솔로몬은 말씀 안에 담긴 지혜를 열정적으로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서 솔로몬에게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하고 물으셨을 때, 이 현명한 왕은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십시오.”(1열왕 3,5.9)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듣는 마음”을 얻는 비결은 여러분의 마음이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단련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꾸준히 묵상하며, 하느님 말씀을 더욱 잘 알아가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함으로써 그 말씀 안에 굳게 뿌리박을 때에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성경과 더욱 친해지고 성경을 늘 가까이 하여 여러분이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으로 삼으십시오. 성경을 읽으면 그리스도를 아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예로니모 성인은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라틴 교부 총서』[Patrologia Latina] 24,17; 계시 헌장, 25항 참조)이라고 하였습니다. 하느님 말씀에 맛들이고 공부하는 유서 깊은 한 방법인 영적 독서(lectio divina)는 단계별로 나아가는 실제적이고 참된 영적 여정이 됩니다. 성경 구절을 되풀이하여 읽고 주요 요소들을 받아들이는 독서가 끝나면, 영혼을 하느님께로 향하여 오늘 우리에게 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내적 성찰의 시간인 묵상으로 넘어갑니다. 그런 다음에는 하느님과 직접 대화하고자 머무르는 기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그리스도의 현존에 마음을 집중시키도록 돕는 관상에 이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은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날이 밝아 오고 샛별이 떠오를 때까지, 어둠 속에서 비치는 불빛”(2베드 1,19)입니다. 그러므로 말씀에 대한 독서와 공부와 묵상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가르침에 일관되게 충실한 삶으로 이끕니다. 

 

야고보 성인은 말합니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사실 누가 말씀을 듣기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그는 거울에 자기 얼굴 모습을 비추어 보는 사람과 같습니다. 자신을 비추어 보고서 물러가면, 어떻게 생겼었는지 곧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완전한 법 곧 자유의 법을 들여다보고 거기에 머물면, 듣고서 잊어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실천에 옮겨 실행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러한 사람은 자기의 그 실행으로 행복해질 것입니다”(1,22-25).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언제나 그 말씀을 따르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튼튼한 토대 위에 짓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24)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집은 궂은 날씨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스도 위에 여러분의 삶을 지으십시오.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십시오. 제삼천년기의 젊은이 여러분, 이것이 여러분의 계획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에 굳건하게 매여 있는 새로운 세대의 사도들, 우리 시대의 도전들에 응답할 수 있고 복음을 널리 전파할 준비가 된 사도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바로 이것이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요구하시는 것이며, 바로 여기로 교회가 여러분을 초대하는 것이고, 바로 이것이 세상이 비록 깨닫지 못하고 있더라도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입니다. 예수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신다면, 특히 봉헌 생활이나 사제직 안에서 당신을 따르도록 부르신다면, 두려워 말고 기꺼이 그분께 응답하십시오. 두려워 마십시오. 그분을 믿으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는 4월 9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거행할 제21차 청소년 주일에 우리는 2008년 7월 시드니에서 열릴 세계 젊은이들과의 만남을 향한 여정을 마음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는 성령과 선교라는 주제를 함께 성찰하면서 그 중요한 약속을 차근차근 준비할 것입니다. 올해에는 사람이 되신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드러내시고, 진리의 충만함으로 이끄시는 구원의 말씀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시는 진리의 영이신 성령께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내년 2007년에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13,34)라는 요한복음 말씀을 묵상함으로써, 우리 안에 하느님의 사랑을 불어넣어 주시고 우리 형제자매들의 물적 영적 요구를 깨닫게 하시는 사랑의 영이신 성령에 대하여 더욱 잘 알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준비를 거쳐 2008년에는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는 말씀을 주제로 세계청년대회가 열립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지금 이 순간부터 하느님 말씀에 꾸준히 귀 기울이면서, 세상 끝까지라도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할 수 있도록 굳셈과 증언의 영이신 성령께 간청하십시오. 다락방에서 성령 강림을 기다리는 사도들 곁에는 성모님이 계셨습니다. 성모님께서 여러분의 어머니로, 여러분을 이끌어 주시기를 빕니다. 성모님께서, 당신이 일생을 그렇게 사셨듯이, 하느님 말씀을 받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는(루카 2,19 참조) 법을 여러분에게 가르쳐 주시기를 빕니다. 성모님께서 여러분이 ‘신앙의 순종’을 실천하면서 주님께 ‘예’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기를 빕니다. 성모님께서 여러분이 굳건히 신앙을 지키고, 한결같이 희망을 간직하며, 꾸준히 사랑 안에 머무르고, 언제나 하느님 말씀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여러분을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기도 안에서 저도 여러분과 함께 있으며, 제 마음을 다해 여러분 한 명 한 명을 축복합니다.

 

바티칸에서

2006년 2월 22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에

교황 베네딕토 1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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