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5년 서울대교구장 성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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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12-16 ㅣ No.176

2005년 성탄 대축일 메시지


하느님은 생명이십니다(요한 14,6)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구세주이신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맞이하여 여러분과 온 세상에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고통과 어려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주님의 성탄이 새로운 희망과 빛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오늘 다시 예수님의 성탄을 맞이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성탄이 지금 우리의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깊이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해결을 인간적인 방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탄생하시는 예수님 안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은 외아들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시어 무한하신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모든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며, 특히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더 큰 기쁨이 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가장 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이 세상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탄생으로 우리 인간이 죄와 죽음을 극복한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해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존엄한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지켜내야 할 인류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리 사회는 무신론적인 물질주의로 젖어 있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대립과 자기주장만을 일관하는 이기적인 세태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약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최소의 인간적 품위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난 해 자살률은 부끄럽게도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생명 경시 풍조와 죽음의 문화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인간 생명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창조주 하느님이십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을 자기 마음대로 조작하고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우리 사회에 반생명의 문화가 주도하고 객관적인 윤리규범을 거부하면서 인간 생명을 조작하는 실험과 연구를 계속한다면 인간의 미래는 어떤 재앙을 맞게 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생명존중과 수호'는 교회의 시대적이고 예언자적인 소명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서울대교구는 지난 10월 생명 문화의 적극적인 창조를 위해 '생명위원회'를 발족하고 난치병 환자 치료에 있어서 윤리적 문제가 없는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지원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도 축복해 주셨고 세계 가톨릭교회의 약 2,000여 교구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이것은 세계 가톨릭교회가 생명의 존엄성 수호를 시대적 소명으로 공감하고 있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생명으로 가는 길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 길만이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주신 진리와 생명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거룩한 것이기에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생명은 신비 자체이며 인간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생명을 지키는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생명 존엄성의 수호를 위해,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마치 아기를 기르는 어머니의 사랑처럼 헌신적인 희생과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성탄의 신비 안에서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생명이십니다(요한 14,6 참조). 생명을 경시하고 파괴하는 행동은 하느님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성탄은 우리가  죄악에 물들었던 어두운 삶을 청산하고 내적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교회가 먼저 생명의 문화가 활짝 꽃피는 사회를 만들도록 나서야 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생명을 수호하고 존중하는 모범을 이 사회에 보여 주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공동체와 사회 안에 예수님 탄생의 기쁨이 가득하고 생명의 문화가 활짝 꽃피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비천한 모습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함께 기뻐하며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과 축복이 이 시대 모든 사람, 특히 북녘의 동포들에게도 충만하게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12월 25일 성탄 대축일을 맞이하여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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