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1차 정기총회 메시지: 성체성사, 세계 평화를 위한 살아 있는 빵

스크랩 인쇄

조용종 [fpyc] 쪽지 캡슐

2005-12-06 ㅣ No.171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1차 정기총회 메시지

성체성사, 세계 평화를 위한 살아 있는 빵

 

사랑하는 형제 주교님들,  

신부님들과 부제님들

사랑하는 모든 형제자매 여러분,


1,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부활하시기 전날 밤에 예루살렘의 다락방에 나타나신 주님의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요한 20,21).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가 여러분에게 위안을 가져다주고 여러분의 삶 전체에 의미를 주며, 주님 안에서 언제나 기쁨과 희망이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약속대로(마태 28,20 참조) 당신 교회 안에 살아 계시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세상 마지막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성사 안에서 당신을 우리에게 내어주시며, 당신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기쁨을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승리의 사랑을 전 세계의 형제자매들과 나누라고 명령하십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체성사에 관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마치며 우리가 여러분에게 선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기쁨의 메시지입니다.


하느님의 어머니시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과 함께 우리가 다시 다락방에 모여 성체성사의 탁월한 은사를 되새기도록 해 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찬미 받으소서.

   

2. 선종하신 존경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소집하시고,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승인하시어 우리는 교회 생활과 사명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체성사에 대하여 함께 성찰하고 기도하기 위하여 전 세계 오대륙에서 이곳 로마에 모였습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목적은 교황 성하께 교회의 성찬 생활을 쇄신하고 심화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제안들을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성체성사가 맨 처음부터 의미해 왔던 것, 곧 베드로 후계자와 가시적인 친교를 이루어 같은 생명의 빵을 먹고 자라는 하나의 신앙과 하나의 교회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3. 주교님들과 참관인들 그리고 다른 교회 대표들과 형제애를 나누는 가운데 우리는 성체성사가 동방과 서방의 개별 교회들의 삶뿐만 아니라 지극히 다양한 우리 삶의 환경 안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인간 활동에 활력과 변화를 주고 있다는 확신을 새롭게 하였습니다. 우리의 예법과 문화, 사목적 상황은 지극히 다양하지만, 성찬 신앙의 일치를 체험하면서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수많은 형제 주교님들의 참석으로 우리는 우리의 다양한 전례 전통의 풍요로움을 더욱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다양성은 성체성사의 심오하고 유일한 신비를 더욱 빛나게 해 주는 것입니다.


모든 교회의 사랑하는 그리스도인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에게,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 드리신 기도와 같이, 성찬례의 거행을 통하여 화해의 날이 오고 완전하고 가시적인 교회 일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하십시오”(요한 17,21).


4.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교황직에 계시면서 당신의 마지막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Ecclesia de Eucharistia)에 뒤이어, ‘성체성사의 해’를 연 교황 교서「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Mane nobiscum Domine)를 발표하게 해 주신 데 대하여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동시에 그분의 증언과 가르침이 더욱 많은 열매를 맺게 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우리는 또한 모든 하느님 백성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기도하고 성찰하며 보낸 지난 삼 주 동안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함께 결속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리는 중국의 지역 교회들과, 이번 주교대의원회의에 우리와 함께할 수 없었던 중국 교회 주교님들을 특별히 생각하며 기도드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오신 주교님들, 신부님들, 부제님들, 선교사들, 남녀 봉헌생활자들, 평신도, 그리고 선의의 모든 남녀 여러분에게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성령 안에서 평화와 기쁨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세상의 고통에 귀 기울이기


5.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여러 대륙의 교회 생활을 함께 나누고 증언하는 충만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전쟁과 기아, 온갖 형태의 테러와 불의로 야기되는 비극적인 상황과 고통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중동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과격한 폭력은 세계 여론이 아프리카 대륙에 무관심해 왔음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갈수록 증대하는 자연 재해는 더욱 큰 존중심으로 자연을 바라보게 하고, 그 피해자들과 연대를 더욱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서구에서 종교에 대한 무관심과 다양한 상대주의의 표출로 이끈 세속화의 결과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세계 곳곳, 특히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불의와 극심한 빈곤을 기억하며 그러한 상황을 고발하였습니다. 이 모든 고통이 하느님께 부르짖으며, 인류의 양심에 묻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파괴의 위험으로 위협받는 환경, 우리의 지구촌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이 세계화 시대에, 연대를 통하여 고통과 비참을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또한 국가 통치자들을 생각하며, 그들이 모든 사람의 공동선을 보장하기 위하여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고, 임신[수정受精]에서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증진하며, 혼인과 가정의 천부적 권리들을 존중하는 법을 규정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 또한 그 누구도 일용할 양식이 부족하지 않는, 모든 인류 가족의 진정한 발전을 지속시키는 조건들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공동 노력에 적극 동참해 나갈 것입니다.


6. 우리는 이 모든 고통과 물음들을 우리 안에 간직한 채 성찬례를 거행하고 성체 조배를 하였습니다. 토론을 할 때에는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교회의 전 역사에 걸쳐 존재해 왔고 오늘날에도 존재하는 세계 수많은 지역의 순교자들의 증언에 벅찬 감명을 받았습니다. 주교대의원회의 교부들은, 순교자들이 언제나 성체성사에서 사랑으로 증오를, 용서로 폭력을 누를 수 있는 힘을 얻어 왔다는 것을 기억하였습니다.


“나를 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7. 수난 전날 밤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6-28).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1코린 11,24-25). 처음부터 교회는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에서 하신 바로 이 말씀과 행위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며, 성령께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켜 달라고 간청해 왔습니다. 우리는 사제가 미사에서 성령의 힘으로 하는 예수님의 말씀이 그 말씀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이를 교회의 항구한 전통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말씀들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현존하시게 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366항). 교회는 바로 이 탁월한 은총으로 살아갑니다. 교회를 불러 모으고, 정화시키고, 같은 성령의 힘으로 그리스도의 한 몸이 되게 하는(에페 5,29 참조)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성체성사는 사랑의 은총입니다. 곧 세상을 구원하시고자 당신 외아드님을 보내신(요한 3,16-17 참조)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요한 13,1 참조), 우리 마음 안에서 “아빠, 아버지”하고 외치시는(갈라 4,6) 성령을 통하여 우리 마음에 부어진 하느님의 사랑(로마 5,5 참조)의 은총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거룩한 희생 제사를 거행하면서,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영광스러운 죽음을 전하며 세상의 구원을 기쁘게 선포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몸을 모시는 영성체로 우리는 우리 부활에 대한 ‘보증’을 받습니다.


8.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끝난 지 사십년이 된 지금, 우리는 모든 전례 모임에서 신앙의 신비들이 어느 정도 적절하게 표현되고 거행되는지 검토하고자 하였습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진정한 전례 쇄신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는 것을 거듭 확인합니다. 이제는 이 개혁의 실질적인 열매를 성장시키고, 전례 관행 속에 끼어들어와 있는 남용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합법적 권위를 가진 전례 규범에 참으로 충실할 때만이 전례의 거룩한 성격이 존중될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그 누구도 자신을 교회 전례의 주인이라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주님의 현존을 깨닫는 산 신앙이야 말로 아름다운 전례 거행의 첫째 조건입니다. 전례 거행은 하느님의 영광에 진정으로 ‘아멘’하고 응답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성찬 생활의 빛


9. 주교대의원회의의 활동은 형제적 기쁨을 나누는 우호적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으며, 다양한 문제들을 터놓고 토론하며 성체성사의 해의 열매들을 자연스럽게 나누는 가운데 형제애가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 참석하시어 귀 기울여 주시고 발언해 주심으로써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시고, 소중한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많은 발언들이 긍정적이고 기쁜 소식들을 전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주일 미사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 세계 여러 곳의 사제 성소와 수도 생활 성소의 증가, 독일 쾰른에서 최고조에 이른 세계 청년 대회의 강렬한 체험, 거의 전 세계 도처에서 성체 조배를 위하여 펼치는 수많은 일들,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토대로 세례성사와 성체성사에 관한 교리교육 쇄신, 새로운 복음화를 위하여 선교사를 양성하는 공동체들과 운동 단체들의 성장, 새로운 성소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주는 젊은 제대 복사들의 수적 증가, 그 외 다른 많은 일들에 우리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교대의원회의 교부들은 성체성사의 해가 성체성사로 시작되는, 세계화 시대 인류의 새로운 복음화의 시작이며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10. 우리는 “성체성사의 경이로움”(「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6항)이 신자들을 언제나 더욱 열심한 신앙생활로 이끌어 주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 동방 정교회와 동방 가톨릭 교회 전통들이 거룩한 전례를 거행하고 예수님의 기도와 성찬의 공복재를 장려한다면, 라틴 전통은 성찬례 거행에서 정점에 이르는 ‘성찬의 영성’과 미사 밖의 성체 조배, 성체 강복, 성체 행렬, 건전한 대중 신심의 표현들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영성은 분명히 일상생활을 뒷받침해 주고 우리의 증언에 힘을 실어주는 매우 풍부한 원천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11. 우리는 사제가 없었거나 사제들이 지하에서 활동해야만 했던 많은 나라들에서 지금은 교회가 자유롭게 거룩한 신비들을 거행할 수 있게 된 것에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복음 선포의 자유와 새로운 열정을 가진 증인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상실한 지역들에 신앙의 불을 조금씩 다시 지피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박해로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애정의 인사와 격려의 말을 보냅니다. 우리는 또한 그리스도인들이 소수인 지역들에서 그들이 자유롭게 주님의 날을 거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성찬례의 쇄신을 위한 과제


12. 우리의 교회 생활은 우리 자신도 잘 알고 있는 그림자와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먼저, 우리는 죄의식의 상실과 고해성사 관행의 지속적인 위기를 생각하게 됩니다. 고해성사의 심오한 의미를 재발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고해성사는 회개이며, 우리가 죄를 용서하고(요한 20,23 참조), 당신과 우리 형제자매들을 더욱 깊이 사랑하도록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귀중한 치유제입니다.


적절한 교리교육을 받은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합당한 영성체를 위해서는 화해가 요구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13. 그러나 주일 성찬례를 거행할 사제의 부족은 우리의 큰 걱정거리이며, 우리가 사제 성소를 위하여 기도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성소 증진에 힘쓰도록 요구합니다. 일부 사제들은 신자들의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기 위하여, 여러 번 미사를 거행하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녀야 하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그들에게 감사하여야 하고, 그들과 일치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또한 수많은 선교사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복음 선포에 대한 그들의 열정에 힘입어 우리는 온 세상에 가서 당신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고 하신 주님의 명령(마태 28,19 참조)에 오늘도 충실할 수 있습니다.


14. 다른 한편, 우리는 사제 부족으로 미사 거행과 주님의 날 거행이 불가능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제 부족을 겪고 있는 여러 대륙에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거행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톨릭 전통에서 소중한 ‘신령성체’ 관행을 더욱 장려하고 더 잘 설명함으로써, 신자들이 더욱 깊이 성사적 친교를 이루고, 여러 가지 이유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실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안을 가져다 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 관행이 홀로 사는 사람들, 특히 장애인들, 노인들, 죄수들, 그리고 난민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5. 우리는 주님의 계명에 일치하지 않는(마태 19,3-9) 가정 상황 때문에 영성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슬픔을 알고 있습니다. 이혼한 후 재혼한 사람들 가운데는 영성체를 할 수 없는 그들의 상황을 슬프지만 받아들여 이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러한 제한을 이해할 수 없어서 내적인 불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선택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가톨릭 교회 교리서』, 2384항) 그들이 교회 생활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리며, 그들이 주일미사에 참석하고 하느님 말씀에 열심히 귀 기울임으로써 그들의 신앙생활을 살찌우고 사랑과 회개의 삶을 가꾸어나가도록 권유합니다. 우리가 기도와 사목적 관심에서 얼마나 그들과 가까이 있는지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우리 다함께 주님께 그분의 뜻을 충실히 따르게 해달라고 간청합시다.


16. 우리는 또한 일부 지역에서 거룩함에 대한 의식이 감소하고 있어서 신자들의 적극적이고 유익한 미사 참여뿐만 아니라 미사 거행 방식과 그리스도인들의 증거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주목하였습니다. 일부 국가에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므로, 우리는 성찬례를 통하여 가톨릭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거기에서 오는 기쁨을 되살리고자 노력합니다. 탈그리스도교화 현상은 성사 실천을 부활시키고 신앙의 내용을 참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신앙생활에 대한 교육에 더욱 주력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모들과 목자들 그리고 교리교사들이 이 새 천년기 초에 복음화와 신앙 교육을 위한 전략을 재수립하는 방향으로 일해 주시기를 권유합니다.


17. 모든 세대와 오늘날의 가난한 사람들,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고 있는 불의의 희생자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잊혀진 사람들이 역사의 주님과 세계의 미래 앞에서 우리에게 과제를 던져 줍니다. 그들은 세상 마지막 날까지 그리스도의 고통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그러한 고통은, 인간 존엄성과 인간 중심성을 증진하는 교회의 사회 교리를 토대로 우리가 모두 정의를 위하여 일하고 적극적이고 의식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도록 요구하는 성찬의 신비 거행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기만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 사랑하고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일 때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참 제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요한 13,35; 마태 25,31-46 참조). 이것은 성찬례 거행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주님 저희와 함께 머무소서」, 28항).


너희는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18.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요한 13,1). 요한 사가는 발 씻김 이야기에서(요한 13,1-20) 성찬례 제정의 의미를 밝히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한계를 넘어서는 당신 사랑의 표시로 스스로를 낮추시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십니다. 이러한 예언자적 행위는 다음 날 십자가 위의 죽음으로 자신을 낮추시게 됨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세상의 죄를 없애고 우리 영혼에서 모든 죄를 씻어주는 행위입니다. 성찬례는 사랑의 은총이며,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과 만남이고 영원한 생명이 샘솟는 원천입니다. 주교들과 신부들 그리고 부제들은 이 사랑의 첫 증인들이며 봉사자들입니다.


19. 사랑하는 신부님들, 우리는 요즈음 여러분을 아주 많이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헌신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와 일치하여 날마다 하느님 백성을 사목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신자들을 성찬의 신비로 인도하는 데에 여념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봉사는 참으로 큰 은총입니다. 우리 다함께 주님의 사랑에 충실할 수 있도록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또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우리와 함께 그리고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모범을 따라, 항구한 사제 생활로 “주님 포도밭의 겸손한 일꾼들”이 되어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여러분이 회개하는 죄인들에게 주는, 또 성찬 모임들에서 주는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증거로 사는 공동체에 넘쳐흐르기 바랍니다.


우리는 종신 부제들과 교리교사들, 사목 종사자들, 그리고 공동체를 위하여 일하는 수많은 평신도들의 헌신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억합니다. 여러분의 봉사가 여러분 공동체의 목자와 더불어 정신과 행동의 충만한 일치로 뒷받침되어 언제나 풍성한 열매를 맺기를 바랍니다.


20.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우리 삶의 형태가 어떠하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고(필리 2,2 참조),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서로 겸손을 경쟁하면서 우리가 세례 때 받은 소명을 실천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우리 서로의 사랑은 주님을 닮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가운데 계신 생명을 주시는 주님의 현존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포도밭의 선택받은 일꾼으로서 다시 오실 신랑의 기쁜 소식을(묵시 22,17-20 참조) 거리낌 없이 증언하는 모든 봉헌 생활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그리스도를 위한 여러분의 성찬의 증언은 세상의 어둠 속에서 들리는 사랑의 외침이며, 옛 성모 찬가(Stabat Mater와 Magnificat)의 반향입니다. 별들로 화관을 쓰신 사랑이 넘치시는 탁월한 성찬의 여인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시고 하늘로 불려 올라가신 동정 성모님께서 부활의 기쁨 안에서 세상의 희망을 위하여 하느님과 가난한 이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여러분을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21.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여러분이 그리스도께 자신을 바칠 때에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누차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여러분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여러분을 참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강력하고도 진실한 교황 성하의 즉위 미사 강론을 다시 들려 드립니다. “그리스도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분께서는 아무것도 빼앗아가지 않으시고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주십니다. 우리 자신을 그분께 바치면 우리는 백배의 보상을 받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를 향해 문을 넓게 여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참된 생명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 안의 긍정적인 가치들을 발전시키고 불의와 폭력을 바로잡고자 하는 여러분의 바람과 능력을 크게 신뢰합니다. 우리 다 같이 그리스도와 함께 미래를 건설할 과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우리가 여러분을 지원하고 여러분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은 “새벽의 파수꾼”이며 “미래의 탐험가들”입니다. 필요한 변화를 가져오려면 성찬례에서 하느님 힘의 원천을 이끌어 내도록 하십시오.


우리는, 사제 직무를 준비하면서 그들 세대와 함께 미래에 대한 같은 희망을 나누고 있는 젊은 신학생 여러분이 참된 성찬의 영성으로 물든 교육을 받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22. 친애하는 그리스도인 부부와 가족 여러분, 여러분의 성덕에 대한 소명은 가정 교회로 시작되어, 성찬의 거룩한 식탁에서 자라납니다. 혼인성사에 대한 여러분의 믿음은 여러분의 혼인 결합을 성령의 성전으로, 그리고 여러분 사랑의 열매인 자녀를 낳는 새 생명의 풍부한 원천으로 변화시킵니다. 우리는 현대 세계의 허약성과 불확실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므로 주교대의원회의에서 여러분에 대하여 자주 언급하였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를 신앙 안에서 교육시킬 수 있도록 굳건히 노력해 나가십시오. 여러분은 사제 성소와 수도 생활 성소가 생겨나는 원천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결합 안에 머무신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소명을 거룩하게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모든 은총으로 그 결합을 강복해 주십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주일 성찬례에 온 가족이 참례하는 습관을 지켜 나가도록 권고합니다. 그럼으로써 여러분은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마태 10,14)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23. 우리는 고통 받는 모든 이들, 특히 자신의 고통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희생과 결합되는(로마 12,2 참조) 병자들과 장애인들에게 특별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육체와 마음의 고통을 통하여 성찬의 희생 제사에 참여하여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을 특별한 방식으로 증언할 특권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나약함과 한계를 경험하는 순간에 성찬례의 힘이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결합됨으로써, 특히 죄 없는 어린이들이 병마에 시달릴 때에 우리는 고통과 죽음의 번뇌에 대한 해답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특히 하늘나라로 가는 마지막 여정을 위하여 그리스도의 몸을 노자성체로 받아 모시는 임종자 한 사람 한 사람 곁에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기를


24.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교회가 일치 운동의 대의에 엄숙히 투신하고 있다고 재차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례성사로 하느님 가족의 일원이 되어, 똑같이 근본적인 존엄성을 은총으로 받았고 성사를 통하여 하느님 생명의 놀라운 은총을 나누어 받았으므로, 우리 모두 교회 일치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요한 17,21 참조). 우리는 모두 성찬례를 함께 거행할 수 없게 하는 분열의 슬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공동체 안에서 일치 기도를 더욱 열심히 드리고 교회들과 교회 공동체들이 서로 은사를 나누며 모든 사람이 서로 존중하며 형제적인 만남을 가짐으로써 서로 더 잘 알고 더 사랑하며, 우리의 차이점과 공동의 가치들을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회의 규정들은 우리와 아직 완전한 친교를 이루지 못하는 형제자매들과 성찬례를 함께 거행하면서 지켜야 할 태도를 결정해 주고, 건전한 규율은 참된 친교를 해칠 수 있는 부주의한 행위들과 혼란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25.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다른 아브라함의 후손들과 가까이 있습니다. 곧 계약의 첫 상속자였던 유다인들과 그리고 무슬림들입니다. 성찬례를 거행할 때에 우리는 또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말대로, 우리가 ‘인류의 성사’〔「신국론」(De civ. Dei), 16〕, 곧 지상에서 하느님께로 올라가는 모든 기도와 간청의 목소리라고 믿습니다.


결론: 희망으로 가득 찬 평화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6.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사십주년이 되는 해에 소집된 이번 제11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 총회를 통하여 우리가 교회 신비의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데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로써 우리는 일치 안에서 굳건해지고 사도적 선교적 열정으로 새로워진 ‘성체성사의 해’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4세기 초까지도 그리스도교 예배는 황제의 권한으로 금지되었습니다. 북아프리카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날 거행에 헌신하면서 그러한 금지에 도전하였습니다. 그들은 주일 성찬례를 거행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순교하였습니다. 아비테네의 순교자 49위가, 성찬례를 삶의 중심으로 삼았던 수많은 성인들과 복자들과 일치되어, 이 새 천년기의 시작에 우리를 위하여 기도해 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맺은 새 계약의 모임에 충실하도록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번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마치면서 우리는 엠마오의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께 뜨거운 가슴으로 받았던 희망에 찬 그 평화를 체험합니다. 그들은 믿음 안의 한 형제자매들과 기쁨을 나누기 위하여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서둘러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기쁜 마음으로 성찬례 안에 계신 그분을 만나러 가서, 그분께서 하신 말씀의 진리를 체험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끝.





53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