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문헌ㅣ메시지

가정 폭력에 관한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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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118

가정폭력에 관한 담화문


“가정폭력 없는 생명의 가정, 평화의 공동체를 이룹시다”


"어둠 속 죽음의 그늘에 앉은 이들을 비추며 우리 발걸음을 평화의 길로 인도하시리로다."(루가 1,79)


2004년 5월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가정폭력 없는 생명의 가정, 평화의 공동체를 이룹시다”

 

 

생명의 소중함과 가정의 평화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성모성월과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특별히 가정폭력의 종식에 관심을 두고 이 담화문을 발표합니다.

 

1. 가정의 평화와 인간 존엄성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기관과 개인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역대 교황님을 비롯하여 세계 주교회의, 아시아 주교회의와 한국 교회는 언제나 가정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했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하여 교회 내 많은 기관과 본당의 여러 활동단체, 그리고 수많은 개인이 가정의 소중함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교회 안팎으로 가정 해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 더 깊이 인식하고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2. 가정은 생명의 공동체요 사회생활의 배움터입니다.

 

가정은 생명이 움트고 양육되는 곳입니다. 부부와 부모 자녀 간에 이뤄지는 사랑과 친교를 통해 가정은 생명 보호가 보장되는 “생명의 성역”(「생명의 복음」, 92항)이 됩니다. 부부는 배우자를 통해서 자신의 존엄과 동등함을 가장 실감나게 체험하고, 또 자녀는 부모를 통해서 인간관계를 배우고 사회를 배웁니다. 이렇게 “가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권위와 안정과 사귐의 생활은 사회 안에서의 자유와 안전과 형제애의 기초가 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07항).

 

“자녀들은 부부애의 살아 있는 표상입니다”(「가정 공동체」, 14항). 불안정하고 신뢰가 깨진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배운 대로 폭력적인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반대로 가정에서 인격적 존엄성과 건강한 관계를 체험하면 사회관계에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이렇게 사회의 기초이고 핵심 단위인 가정이 평화로우면 사회가 평화롭고, 가정이 불안하면 사회가 불안해지게 마련입니다. 가정 문제는 곧 사회 문제인 것입니다. 그런데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정폭력입니다.

 

3. 가정폭력에는 부부 사이의 폭력뿐만 아니라, 자녀학대와 노인학대 등이 포함됩니다.

 

또 신체에 가해지는 상해뿐만 아니라 정신과 정서를 파괴하는 것, 경제적이고 언어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도 해당됩니다. 우려되는 것은 가정폭력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신자 가정도 일반 가정과 별 차이 없이 가정폭력이 30%이상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개인적인 집안 일로 치부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생명 존중과 평화로운 사회 건설을 크게 위협하는 사회적 범죄입니다. 또한 태초에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의 모상대로”(창세 1,28) 존엄하고 평등하게 지어내신 뜻을 명백하게 거스르는 행위입니다.

 

특히 급증하고 있는 아동학대와 노인학대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약한 처지의 그들이 생활고 등을 이유로 방치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처럼 취급되어 학대와 동반자살의 대상이 되는 등, 만연한 생명경시와 물질만능주의 풍조 속에서 가장 큰 희생자가 되고 있습니다. 아내학대도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여성의 존엄성과 권리가 증진되는 희망적인 지표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가정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현실은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여기고 차별하며, 또 아내를 때리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는 그릇된 가치관이 여전히 존재함을 말해 줍니다. 이는 남편과 아내 사이는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에 바탕을 둔 ‘상호순종’의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여성의 존엄」, 24항)는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납니다.

 

4. 누구보다도 교회 구성원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데 앞장서 주길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매일의 사건과 문제, 어려움, 상황을 통해서 부부가 계속 혼인 안에 머물도록 부르십니다”(「가정 공동체」, 51항) 그러므로 부부는 경제적으로 힘들고 서로 부족한 점이 있어도 위로하고 채워 주는 속에서 부부애와 신앙을 키워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언제나 고통받는 이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신뢰하고 용기를 내기 바랍니다. 가정평화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이들은 자신의 변화만이 사랑과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평신도는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이들, 소외된 이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지속적으로 관심과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목자와 수도자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지원 체계를 갖추는 일, 가정의 중요성과 올바른 부부관계에 대해 교육하는 일 등에 관심과 정성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가정과 교회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다시 한 번 일상적 폭력으로부터 가정과 사회의 평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수고하는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이 “자기의 모범과 증거로 세상에 죄악을 밝히고 진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어 줄 수 있도록”(교회헌장 35항), 생명과 평화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며 기도드립니다.

 

2004년 5월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위원장

염수정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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