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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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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109

2004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맞으며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 모두에게 일치를 바라시는 주님께서 주시는 참 평화가 가득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새해 첫 달에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마련하고 교회 일치를 위하여 기도하며, 교회 일치를 위하여 노력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맞이하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 위원회는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특별히 담화문을 발표하게 됨은 그 어느 때보다도 그리스도인들이 힘을 모아 기도하며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간 오랜 경제 성장 중심의 정책으로 많은 이들이 물신주의에 빠져들어 있음을 느낍니다. 물질 때문에 좌절과 시기, 미움, 경쟁심, 때로는 투쟁과 이혼, 낙태, 자살, 살인 등의 사회악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산천은 이미 병들어 있으며, 참 가치가 거짓 가치에 밀려나고 있고, 사람들은 날로 천박하게 변해 가고 있습니다. 서로 헐뜯으며 국가와 국민의 전체의 안녕보다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투신하는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해 가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참다운 인생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 사회의 잘못된 사고를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리스도교인들이 먼저 일치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1908년 폴 왓슨의 제안에 따라 성 베드로 사도 축일과 성 바오로 사도의 개종 축일 사이의 날들로 정해졌던 한주간이 이제는 매년 1월 18일에서 25일까지 고정적인 기도 주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천주교와 개신교는 갈등과 대립 속에서 지내왔지만 천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마치면서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을 발표하였습니다. “일치 교령” 1장에서 “일치의 재건을 모든 그리스도인 가운데 촉진하려는 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중대한 목적의 하나이다.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는 하나이고 유일하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의 많은 교파들이 사람들에게 저마다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상속자라고 내세우고, 참으로 모든 이가 자신이 주님의 제자라고 공언하지만, 그리스도 자신이 갈라지시기라도 한 것처럼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분명코 이러한 분열은 그리스도의 뜻에 명백히 어긋나며, 세상에는 걸림돌이 되고,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여야 할 지극히 거룩한 대의를 손상시키고 있다.”(1항)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천주교회는 이러한 바탕 위에서 여러 가지 일치 노력을 해 왔습니다.

 

199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인준으로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카시디 추기경의 이름으로 발표된 “교회 일치 운동의 원칙과 적용에 관한 지침서”는 일치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안내서로서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됨을 서로 인정한다는 것이 일치의 희망을 언제나 보여 주고 있으며 지역 주교는 유능한 사람을 일치 문제에 관한 교구 책임자로 임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199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하나되게 하소서”라는 회칙을 발표하셨습니다. 이 회칙은 좀 더 구체적으로 일치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8항의 예를 들어보면 “일치 운동은 신앙의 빛과 사랑의 인도를 받는 그리스도인 양심의 의무이며 그리스도교 일치의 희망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적 일치에 그 신적 근거를 가진다고 강조했습니다.

 

1999년 10월 31일, 교황청과 루터교 세계 연맹은 의화 교리에 관한 합동 선언문에 서명하였습니다. 이 합동 선언문에는 “이 합동 선언문이 의화 교리의 기초 진리들에 대한 합의를 정식화할 수 있게 하였고, 의화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수렴에 이르게 하였다. 이 합의에 비추어 볼 때, 16세기에 각기 내려진 교리적 정죄들은 오늘의 상대방에게 적용되지 않는다.”(13항)라고 선언함으로서 교회 일치를 위한 거보를 내딛게 되었습니다.

 

2000년 5월 14부터 20일까지 13개국 성공회와 로마 가톨릭 주교들의 회의가 열려서 일치를 위해 노력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아시아에서도 2001년 1월 태국에서 아시아 그리스도인 협의회와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가 아시아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증진을 목적으로 회의를 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괄목할 만한 교회 일치의 발전이 있음에도 아직도 많은 난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개신교 교파가 너무 많이 갈리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교파와의 합의가 다른 교파에서는 효용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천주교와 개신교는 합동으로 성서를 번역하는 역사적인 작업을 함께 하였으나 정작 천주교와 일부 개신교파에서만 공동 번역 성서를 사용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멀고 먼 일치의 길인 것 같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걱정하지 말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요한 14. 1). 주님을 의지하고 나아갑시다.

 

우리는 교회 일치를 위해서 기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들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 …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영광을 나도 그들에게 주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 21-22)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소망은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의 일치입니다. 함께 이 나라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 기도하고 노력하며 특히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랑의 실천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면서도 서로 미워하거나 음해하는 마음으로 행동한다면 비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을 비웃게 될 것입니다.

 

비록 일치 운동이 실현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포기함 없이 함께 이 어두운 사회에 하느님의 뜻을 일깨워 주고, 정부와 시민들이 인권을 짓밟는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경고하며, 가난하고 비천하여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권리와 요구에 대한 존중을 가르쳐 이 세계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하나되게 하소서”, 43항 참조).

 

“일치 교령”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양심이 요구하는 대로 공동선을 위한 온갖 일에서 그 교파들이 더욱 폭넓은 협력을 추구하고 또 가능한 곳에서는 함께 모여 한 마음으로 기도를 바친다.”(4항)라고 언급했습니다. 매년 교황청은 각 지역 교회에 일치 기도를 위한 여러 가지 자료를 보내 주고 있습니다. 한국 전체 교회의 차원에서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와 개신교 교회협의회 일치위원회가 합동으로 매년 일치 주간에 일치 기도회를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예수님 말씀대로 일치를 위해서 함께 기도할 것입니다. 각 교구 본당에서도 이미 교황청에서 배포한 일치 주간을 위한 참고 자료를 가지고 미사 후 또는 각 단체 회합 후 응용하여 사용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교회 일치를 위한 기도가 주님께는 찬미가 되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일치의 축복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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