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6년 성모 승천 대축일 서울대교구장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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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8-14 ㅣ No.202

2006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교회의 어머니, 신앙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모 마리아께서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치시고, 영혼과 육신이 함께 하늘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으신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이하여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오늘 61주년 광복절을 맞는 우리나라에 하느님께서 특별한 은총을 내려 주시어 분단의 상처와 아픔을 딛고 화해와 통일을 이루고 온 겨레가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지난번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고 고통받고 있는 많은 분들이 온 국민의 관심과 지원, 나눔을 통해 하루빨리 어려움을 극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성모 마리아는 온 생애 동안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 속 깊이 새기며 실천한 참된 신앙인이고 충실한 주님의 제자였습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위대한 신앙고백으로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셨고, 하느님의 인류 구원 역사에 중요한 협조자가 되셨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성모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 신앙의 어머니’로 존경해 왔습니다.

 

성모 마리아에 대한 존경은 무엇보다 성모님의 탁월한 신앙으로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모 마리아의 승천은 우리 신앙인들도 부활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하는 구원의 사건입니다. 실제로 하느님 나라에 대한 그리스도의 약속이 제일 먼저 성모님에게서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그 약속이 꼭 실현될 것이라는 사실을 성모님의 승천이라는 표지로 드러내 주셨습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비록 자유를 얻었지만 6·25전쟁을 겪으면서 극심한 가난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동안 다른 가치보다 경제발전을 최우선의 삶의 과제로 삼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희생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미덕인 사랑과 나눔의 정신은 많이 사라지고 물질지상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이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는 이기주의는 우리 사회를 비인간적으로 황폐화시키고 모든 면에서 후퇴시키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이기주의는 오늘날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죄악입니다. 우리만 행복하면 된다는 이기주의는 국제적으로도 갈등과 분쟁을 불러와 평화를 깨뜨리고 사람들을 죄악과 폭력으로 내몰아 불행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보다 인간답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사랑에 기초한 나눔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실천적인 사랑과 나눔이 없이는 아무리 좋은 생각과 외침도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신앙인들이 솔선수범해서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사랑의 나눔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께서 성모님의 승천으로 우리 인간에게 주신 희망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대교구는 ‘그리스도, 우리의 생명’이란 주제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 160주년을 기념하는 ‘2006 서울대교구 성체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성체대회를 통해 부디 우리 사회에 ‘사랑과 나눔’이라는 성체성사의 정신이 깊이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체대회의 준비로 벌이고 있는 헌혈운동, 사후 장기기증 운동, 하루 100원 모으기, 국내 영·유아 입양 운동 등은 실제로 사랑과 나눔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생명의 빛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합니다. 이것은 모든 인간이 하나로 일치하기를 바라셨던 예수님의 뜻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이웃이 누구냐”고 묻는 율법교사의 질문에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 주시며 자비를 베푸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루카 10,29-37 참조). 우리 신앙인은 자비와 사랑, 그리고 나눔이 흘러넘치는 사회를 만들라고 하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있음을 늘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아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와 어려움들이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의 사랑과 도우심으로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 번 성모 승천 대축일 맞아 성모님께서 우리를 진리의 길로 인도하시며 도와 주실 것을 간청하며 온 겨레에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님! 우리나라와 온 세상에 평화의 은총이 넘치도록 주님께 빌어 주소서, 아멘.”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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