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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가사: 삼세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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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01 ㅣ No.31

[천주가사] '삼세대의' (상)

 

 

남녀교우 형님네야 이내말씀 들어보소

역려같은 이세상에 이슬같이 스러지네

죽음에는 노소없고 죽는기한 모르나니

보배같은 이세상을 어찌하여 허송하며

만물중에 으뜸되어 알본분이 없단말가

하늘내어 덮으시고 땅을내어 실으시며

일월내어 밝게하고 만물내어 양육하니

어찌하여 주재되어 우리상벌 없을소냐

투미할사 사람이여 아득히도 모르도다

무시무종 천주께서 무슨권능 없을소냐

천지만물 일월성신 육일창조 하신후에

천당으로 궁궐삼아 구중천에 자립하니

높고높은 천신이여 흠숭함도 한이없다

무슨낙이 부족하여 반시각에 범명하노

애달도다 천신이여 저형벌을 어찌할꼬

주의의노 혁혁하여 천당밖에 내치시니

애고답답 설움이여 무슨일로 범명인고

천신위는 어디가고 마귀탈이 무엇이며

빛난영광 어디가고 침침야색 무슨일고

한을하고 원을한들 어찌하여 갚을소냐

아담에와 만드실제 흙덩이로 체를지어

영혼들라 명하시니 명령대로 남자되매

취한잠을 재운후에 늑골하나 빼어내여

여인마저 만드시니 건장하고 슬기있네

주의공이 각별하여 자주장을 주신후에

생명하라 생명과요 시험하라 선악과라

이실과를 주신후에 엄명으로 경계하니

간교로운 마귀계교 배암에게 숨어있어

없는정을 자아내며 에와에게 묻는말이

이실과는 무엇이며 저실과는 무엇이오

이실과는 생명과요 저실과는 선악과라

생명과는 먹고살고 선악과는 범계로다

어찌하여 범계더냐 천주친히 말씀중에

이실과를 따먹으면 엄한벌을 당하리라

주의훈계 이러하니 못따먹는 연고로다

마귀배암 하는말이 주의말에 속앗도다

그런연고 아니로다 이실과를 따먹으면

주능력과 같은고로 못따먹게 함이로다

넘어가네 넘어가네 배암에게 넘어가네

따는구나 따는구나 선악과를 따는구나

먹는구나 먹는구나 선악과를 먹는구나

애달도다 원조아담 주의벌을 어찌할고

받는구나 받는구나 주의벌을 받는구나

무섭도다 무섭도다 주의의노 무섭도다

내치시네 내치시네 지당밖에 내치시네

슬프도다 슬프도다 어디가서 정원할까

통회없이 죽는다면 가는곳이 지옥이라

통회하나 남았으니 주대전에 빌어보세

<뒷부분 생략>

 

 

<해설>

 

민극가(1787-1840, 스테파노) 성인의 작품으로 밝혀진 '삼세대의'는 총 287구로 된 장편가사다. 이본에 따라서는 '보세만민책'이나 '권선피악가'라고도 불린다. 교회 내에 10여종의 이본(異本)이 전해지는 것으로 미루어 '사향가'와 함께 가장 많이 불려진 천주가사로 보인다. 비신자를 염두에 둔 '사향가'에 비해 '삼세대의'는 신구약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일반 신자들의 신앙을 더욱 심화시키기 위한 의도로 창작됐다는 점이 다르다. 이처럼 심도 있는 교리가 19세기 중반 가사 형식으로 창작됐다는 것은 그만큼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일반 신자들의 수용이 신속했고, 한편으로는 천주교 신앙이 이미 생활 속에 파고들어 우리의 것으로 육화돼 있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이 가사의 저자인 민극가 성인은 특히 교리지식이 해박해 많은 교회서적을 필사, 신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이 같은 사실은 그의 대자였던 김성서의 아내 함 막달레나의 증언으로 밝혀지고 있다. 적극적인 전교활동과 자선 사업으로 회장에 임명돼 활동하기도 한 성인은 1839년 기해박해 당시 서울 근교의 교우집에서 체포돼 1840년 1월 30일(음력 1839년 12월 26일) 교수형을 받고 순교했다. 1925년 7월 5일 시복됐고, 1984년 5월 6일 시성됐다. [평화신문, 2001년 6월 24일, 현대어역 및 해설 김영수(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

 

 

[천주가사] '삼세대의' (하)

 

 

(앞부분 생략)

사십일을 왕래하여 성사칠적 세우시고

정한기약 다다르니 공중으로 승천할제

모든영광 드러나며 모든풍악 갖추었다

저품천신 옹위하고 오색채운 가리우니

거룩함도 거룩하고 기이함도 기이하다

즐거움도 그지없고 섭섭함도 그지없네

진실하다 진실하다 오주예수 진실하다

승천하신 십일만에 천주성신 강림하사

성인성녀 꼭뒤마다 소혀같은 불덩이라

전후의심 풀어지며 모든두렴 없어지고

오주예수 하신말씀 거울같이 밝아지니

수종도의 베드로는 주의영광 드러내어

만국사람 모인중에 열심으로 권화하니

이국소리 상통하여 천만인이 쫓는구나

오주예수 강생하사 삼십삼년 하신표양

십계칠극 진복팔단 지의용절 사추덕과

봉교인의 본분이요 영복받는 값이로다

옛적성인 성녀들의 사언행위 살펴보면

고신극기 불고세속 승순주지 으뜸삼아

삼구험한 이세상에 덕을닦고 공을세워

살아서는 성총이오 죽은후에 영복이라

애달을손 우리사람 입교한지 몇몇해에

보는것이 세속이요 짓는것이 죄악이라

예수공의 저버리고 헛된일락 탐하다가

선문없이 죽는기한 부지중에 돌아오면

어느누가 거역하며 어느곳에 피할손가

이모양에 죽어지면 저심판을 어찌할고

불사불멸 이영혼이 가는곳이 두곳이라

천당으로 가자하니 비성이면 불입이오

이세상에 있자하니 영구지계 아니로다

애고답답 설움이여 이를어이 하잔말가

교우본분 없었으나 고상하나 걸어놓고

주모성명 자주불러 가슴치며 체읍하여

추사정개 하온후에 열심으로 통회하면

주모인자 무한하사 차마어찌 버리실까

공있다고 믿지말고 죄있다고 실망마소

악과죄는 내가짓고 공과덕은 주덕이라

할본분도 못하거든 공과덕이 있슬소냐

통회정개 한다하나 제힘으로 못하나니

자기먼저 힘을쓰고 주모전에 기구하소

 

 

<해설>

 

민극가 성인이 '삼세대의'를 창작하게 된 것은 회장에 임명되면서 전교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신자들의 신심 함양을 위한 쉬운 우리말 가사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창작시기는 박해 중에 지었다는 박순집의 증언으로 미루어 1827년께 창작됐다는 주장이 압도적이다.

 

'삼세대의'는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한 모습을 시작으로 천주의 천지창조 내용, 아담과 이브의 창조와 추방, 노아의 홍수, 아브라함,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는 내용,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전교, 예수의 기적,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에서의 죽음, 예수 부활과 승천, 성령강림 등 모든 교리가 제시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업에 대한 내용과 천주께 의지하여 정신적 구원을 얻도록 기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목에 나타나는 '삼세'란 '과거 현재 미래'나 '전세 현세 내세' 혹은 '천당 현세 지옥' 등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본문이 내용으로 보면 하느님의 창조 시대, 구약, 신약 시대를 상징한다고 봐야 한다.

 

"통회정개 한다하나 제힘으로 못하나니 자기먼저 힘을쓰고 주모전에 기구하소"라는 마지막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노력하며 주께 청하라는 옛 순교자들의 준엄하고 치열한 소리가 오늘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평화신문, 2001년 7월 1일, 현대어역 및 해설 김영수(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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