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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40: 은총과 구원의 통로 =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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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1-28 ㅣ No.3702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가톨릭 신학 (40) 은총과 구원의 통로 = 성사

 

 

성사(聖事, Sacramentum)란 무엇일까요? 가톨릭 신자들에게 물어보면 ‘7성사’를 떠올립니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완벽하게 맞는 답도 아닙니다. 성사란 더 넓고 깊은 의미를 포괄합니다. 성사란 ‘하느님 은총 자체’이고, ‘은총을 받는 수단과 방법’입니다. 성사는 하느님이 주시는 모든 은총이고, 동시에 성사라는 도구와 방법을 통해 하느님 은총을 전달받습니다. 7성사 외에 준성사, 기도, 선행, 자선, 봉사, 극기, 희생, 단식 등이 모두 하느님 은총을 체험하고, 전달받는 ‘성사’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이 세상은 구원 역사로 가득합니다. 구약과 신약의 모든 역사(=구세사)는 성사적 특성을 지닙니다. 구약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는 여러 사건과 은총 체험으로 가득합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극명하게 계시하신 사건은 이집트 탈출입니다. 히브리 백성을 탈출시킨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하느님이 그들 조상과 맺은 약속에 따라 선택하신 백성을 돌봐주신 것입니다. 둘째, 더 근본적인 이유는 하느님 백성으로 살 수 있도록, 즉 하느님 백성이 모여 당신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위함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백성을 탈출시키셔서 시나이산에서 계약을 체결하셨는데, 하느님 말씀대로 살면 구원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계약의 구체적 실천사항이 계명이고, 그들에게 ‘10계명’이 내려집니다. 하느님 백성은 먼저 하느님 은총과 구원의 대상이고, 이후 온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 은총과 구원의 도구입니다. 하느님 은총의 대상이자 도구인 이스라엘 백성은 ‘성사적 백성’입니다.

 

새로운 계약(신약)의 주체와 대상은 예수 그리스도와 예수님을 그리스도(=메시아, 구세주, 하느님의 아들, 하느님 말씀)로 믿는 모든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유일하고 보편적인, 즉 모든 시대 모든 사람의 구세주이십니다. 예수님은 말씀을 통해, 당신 삶 전체를 통해 구원의 길과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의 모든 ‘말씀과 행적’, 즉 복음이 구원 은총이고 수단이며 방법입니다. 예수님은 성사 자체, 즉 눈에 보이는 하느님 은총 자체이시고 은총을 전달해 주시며, ‘하느님의 신비’(콜로 2,2)입니다.

 

하느님 은총을 받는 길은 진리의 길이자 생명의 길(요한 14,6 참조)이신 예수님입니다. 모든 은총의 원천이자 성사 자체이신 예수님은 당신이 세우신 교회에 7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교회 안에서만 하느님 은총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 안에서는 분명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교회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체험하고, 이 현존 체험을 통해 하느님께 이르는 것이 그리스도교입니다. 교회는 성사를 통해 ‘지금 여기에서’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하도록 도와줍니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사와 같다.”(「교회헌장」 1항) 하느님의 성사이신 예수님은 교회를 통해 구원 은총을 전달해 주십니다. 하느님을 마주하는 것(1코린 13,12 참조), 즉 지복직관(至福直觀)은 예수님과 함께하면 가능한 것이고, 예수님을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길은 교회의 성사를 통해서입니다.

 

[2022년 11월 27일(가해) 대림 제1주일 서울주보 4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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