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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주간 특집: 사회교리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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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2-04 ㅣ No.3712

[사회교리 주간 특집] 사회교리 바로 알기


인간 존엄성 훼손하는 움직임에 맞서 가난한 이 우선적 보호

 

 

- 2013년 7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강제 건설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및 원직 복직을 위한 미사’. 사회교리는 인간 생명과 존엄성을 훼손하는 불평등하고 차별적이며 무책임한 권력을 비판하고 법·제도 개선을 촉구한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교회는 지난 2011년 인권 주일이자 대림 제2주간을 ‘사회교리 주간’으로 제정했다. 시대의 징표를 읽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는 세상일들을 바로잡는 일이 신앙인의 소명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라는 가르침의 표현이다. 사회교리가 신앙인의 공동체적 삶의 지침임을 생각해본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계명에 따라 살아가기를 다짐한 이들이다. 하지만 하느님은 신앙인의 구원이 개인의 구원에만 관련된 것으로 가르치지 않으셨다. 하느님은 인류 전체를 구원하시기를 원하셨고, 인간은 공동체적 삶을 살고 공동체의 구원을 향한 소명을 부여받았다. 그래서 사회교리는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지켜야 할 지침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개입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는 격동의 세월이었다. 민족상잔의 6·25전쟁 후 민주화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는 극단적인 이념 투쟁과 독재 정치의 억압, 그에 대한 저항 등 정치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 급속한 경제 발전의 와중에서 수없이 인권 침해를 겪었고 경제 정의 실현을 위해 치열하게 싸웠다.

 

교회는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 정의 실현을 위한 투쟁에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했다. 천주교는 사회적 양심의 최후 보루였고, 수많은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투신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교회의 급속한 성장은 바로 이러한 시대의 양심으로서 교회가 보여 준 정의로운 모습에 힘입었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72항에서 사회교리가 원래 “교도권이 사회 문제에 수없이 개입하면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교회는 국가의 자율성을 존중하지만 “인간의 기본권과 영혼들의 구원이 요구할 때에는 정치 질서에 관한 일에 대해서도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정당하다”(「사목헌장」 76항)고 선언한다.

 

성직자를 포함한 모든 신앙인들이 불의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른 신앙적 실천이다. 그 지침인 사회교리는 신앙인이 실천해야 할 ‘지킬 교리’로서, ‘믿을 교리’의 실천적 측면이다.

 

 

사회교리는 무엇인가?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애당초 예수님의 말씀과 성경, 교회의 전통 안에 담겨 있지만, 특별히 교회의 노동헌장이라 불리는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1891년)로부터 본격적으로 정립됐다. 회칙은 산업혁명 이후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동의 의미, 국가의 역할을 성찰하고,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과 ‘공동선’을 부르짖으며 사회에 대한 교회의 태도와 존재 방식을 천명했다. 이후 교회는 수많은 사회교리 관련 문헌들을 발표했고, 이는 2004년 「간추린 사회교리」로 묶어졌다.

 

사회교리의 바탕을 이루는 원리는 근본적으로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가르침이다.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예외 없이 모두 똑같은 존엄성을 지닌다. 이 존엄성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원리로서 공동선과 연대성, 보조성이 제시된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관심이 강조된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 적용

 

사회교리는 사회의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교회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독재 정치에 맞서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했다. 당시 잘못된 정교분리원칙을 내세워 신앙을 교회와 개인 영성의 울타리에 가두려는 이들이 있었다. 지금도 이러한 반복음적 태도는 여전히 교회 일각에 남아있다.

 

교회의 경제에 대한 가르침,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단호한 비판은 오늘날 경제 정의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교황은 인간을 소모품으로 여기고 자본의 절대적 가치와 무한경쟁을 원리로 삼는 비인간적 자본주의를 반복음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이는 오늘날 사회교리의 기본 입장이다.

 

인간의 존엄성보다 자본과 이윤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의 경제 이념과 체제는 가난한 이들을 이윤 추구를 위해 희생시킨다. 사회교리는 인간 생명과 그 존엄성을 훼손하는 불평등하고 차별적이며 무책임한 이념과 체제를 단호하게 비판하고 법과 제도의 개선을 촉구한다.

 

교회는 생태환경 문제 역시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자연환경 훼손은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 피해자로 양산하며, 이는 결국 인간생태의 훼손으로 이어진다. 낙태, 자살, 사형제도 폐지 등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교회의 단호한 입장은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회교리 문제다. [가톨릭신문, 2022년 12월 4일, 박영호 기자]

 

 

[사회교리 주간 특집] 사회교리 문헌들

 

 

교회는 신자들에게 사회교리를 전하기 위해 많은 문헌들을 발간해 왔다. 사회교리의 시작은 무엇보다 ‘성경’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사회적 약자들을 도우라는 성경의 가르침은 사회교리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교회 역사에서 최초의 사회교리 문헌으로 언급되는 것은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이 반포한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다. 「새로운 사태」는 급격한 산업화 과정을 겪는 서구 사회에서 가난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와 이를 위한 국가의 입법을 촉구했다는 면에서 기념비적인 사회교리 문헌으로 평가된다.

 

이후에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노동하는 인간」(1981년), 「사회적 관심」(1987년),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진리 안의 사랑」(2009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찬미받으소서」(2015년) 등 사회교리를 다룬 중요한 문헌들이 계속해서 발표됐다. 이들 문헌들은 교회가 사회로부터 유리된 존재일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 경제의 위험성, 생태 위기 등을 경고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중 「사목헌장」은 제1항에서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라며 사회 속에서 수행해야 하는 교회의 소명을 강조했다. 가톨릭교회 교리를 집대성한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3편 ‘그리스도인의 삶’(1691~2557항)은 사회정의 실현에 요구되는 인간 소명과 윤리적 의무를 다루고 있다는 면에서 역시 중요한 사회교리 문헌에 해당한다.

 

사회교리 문헌으로 가장 널리 읽히고 있는 것은 「간추린 사회교리」다. 이 책은 교황청이 2004년 발간한 「Compendium of the Social Doctrine of the Church」를 주교회의에서 우리말로 번역해 2005년 펴냈으며 612쪽 분량에 3부, 12장, 총 583항으로 구성돼 있다. 신자들이 주제별 조항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상세한 색인을 부록에 실어 활용도가 높다.

 

사회교리를 연구하는 사제들이 펴낸 서적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황창희 신부(알베르토·인천 계산동본당 주임)가 실생활 속 사회교리 사례들을 엮은 「살며 배우는 사회교리」(2013년)와 「사회교리, 그리스도인의 생활 나침반」(2015년), 박동호 신부(안드레아·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가 번역 출간한 「가톨릭 사회교리 101문 101답」(케네스 R. 하임스 지음, 2017년)은 사회교리 입문서로 추천할 만하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유스티노 신부)가 구체적 정치·경제·사회 현안과 연관해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자료집 「서울 정의평화위원회와 세상」은 사회교리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도록 돕는다. [가톨릭신문, 2022년 12월 4일,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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