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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2: 가르멜 성인들에게 공통된 영성적 특징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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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4-12 ㅣ No.657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2) 가르멜 성인들에게 공통된 영성적 특징들


성녀 데레사, 관상적 · 사도적 열정 담긴 가르멜 설립



스페인 아빌라에 있는 성 요셉 가르멜 수녀원. 성녀 데레사의 관상적, 사도적 열정이 담긴 첫 번째 개혁 수도원이다.


관상적, 사도적 특징을 지닌 가르멜 수도회

13세기에 시작된 가르멜 수도회의 영성적 특징들은 후대 가르멜 성인들의 영성에 바탕이 됩니다. 그러나 처음 시작할 당시 수도회의 성격은 공동 은수 생활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관상적’인 특징만을 갖는 수도회였습니다. 십자군 원정의 실패 후, 가르멜 은수자들은 성지를 떠나 유럽에 정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정착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교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던 ‘탁발 수도회’ 운동의 영향으로 교회 교도권은 그들에게 탁발 수도회 형태로 제도권 교회 안에 들어올 것을 요구했습니다. 새로운 시대 상황 그리고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결국 그들은 탁발 수도회 형태로 인노첸시오 4세 교황님의 인준을 받게 됩니다(1247년). 당시 교황께서 인준하신 소위 「인노첸시오 회칙」은 가르멜 수도회의 정체성을 ‘탁발 수도회’로 규정하며 근본에서부터 새롭게 정의한 규범서였습니다. 탁발 수도회는 수도 생활을 통해 기도하고 공부한 것을 갖고 봉쇄 바깥으로 나가 세상에 전하는 사도직을 근본으로 합니다. 그러므로 가르멜 수도회가 공주(共住) 은수 수도회에서 탁발 수도회로 변신했다는 것은 수도회의 근본 특징이 관상 생활만 하는 기도 공동체에서 관상 생활과 더불어 이를 세상에 전하는 사도직 공동체의 성격을 덧입게 됐음을 의미합니다.


성녀 데레사의 카리스마를 통해 풍요로워지다

그 후 세월이 흐르는 가운데 수많은 전쟁과 페스트 그리고 교회 분열로 인해 교회는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와 함께 가르멜 수도자들 역시 존립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기존의 엄격한 회칙을 완화할 수밖에 없었고, 교황 에우제니오 9세는 1432년 가르멜 수도회에 완화 회칙을 인준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80년 후인 1515년 스페인의 아빌라에서 성녀 데레사가 태어났습니다. 성녀는 당시 개신교 종교개혁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가톨릭 교회에 내적인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보다 철저히 복음 정신을 살아가는 새로운 가르멜 수도회를 구상했습니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성녀는 「원회규」를 철저히 살아가는 맨발 가르멜 수도원과 수녀원을 창립했습니다.

그런데 성녀 데레사가 가르멜을 개혁하면서 돌아가고자 했던 「원회규」는 가르멜 수도자들이 예루살렘 총대주교로부터 받은 은수자 회칙이 아닙니다. 그것은 1247년 인노첸시오 교황에 의해 인준된 탁발 수도회의 성격을 담고 있는 회칙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성녀가 원했던 맨발 가르멜 수도회는 단순히 은수 관상 생활만을 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관상 생활을 하며 기도하고 공부한 것을 교회의 유익과 영혼의 구원을 위해 세상 한가운데서 선포하는 공동체입니다. 성녀는 자신이 세운 새로운 가르멜이 단순히 자신들만의 구원을 위한 소승적 태도에 안주하길 원치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르멜에는 교회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성녀의 치열한 대승적 교회 정신이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철저한 교회 정신을 바탕으로 한 성녀의 카리스마

성녀는 수많은 제약의 시대 속에서 여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철저한 봉쇄 가운데 기도와 희생을 통해 교회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성녀는 교회를 이끌어가는 성직자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르멜 수녀님들은 자신들의 기도 첫째 자리에 교회를 지탱하는 주교님들과 신부님들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교회 정신은 영혼 구원에 대한 깊은 열망으로 이어졌습니다.

성녀는 1567년 신대륙에서 선교를 하고 돌아온 프란치스코회의 말도나도 신부를 통해 하느님을 모른 채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천 개의 목숨을 주고서라도 단 하나의 영혼을 구원하고자 했습니다. 성녀가 같은 관상적 정신으로 살되, 당시 여인으로서는 불가능한, 교회 학문에 대한 연구, 그리고 이를 강론과 강의, 성사 집전을 통해 실질적으로 교회에 봉사하고 영혼들에게 널리 유익을 주는 남자 맨발 가르멜의 창립을 생각하게 된 것도 바로 이때부터였습니다.


후대 가르멜 성인들에게 영향을 미친 교회 정신

성녀 데레사의 이런 정신은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맨발 가르멜 회원들의 영성에 근간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성녀 소화 데레사의 영성의 핵심에는 교회에 생명을 불어넣는 심장이 되겠다는 깊은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소화 데레사는 자신의 개인 성화만을 위해 수도 생활을 한 것이 아닙니다. 소화 데레사는 하느님과 세상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자신의 기도와 희생의 중심에 놓았습니다. 수녀원 복도를 지나다가 떨어져 있는 휴지를 줍고 의자에 앉아도 등받이에 기대지 않으며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변명하지 않는 작은 숨은 희생들을 하면서, 소화 데레사는 그런 희생들이 죄인들의 회개와 영혼의 구원, 그리고 사제들의 성화에 요긴하게 쓰이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성교회는 그런 소화 데레사를 전교 주보 성녀로 선포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성인성녀들뿐만 아니라 여러 신자들에게 허락하시는 은사는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를 위한 봉사와 나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세상 구원을 위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소중한 재능이나 재물 또는 은사를 주셨습니까? 교회를 위한 봉사에 사용하십시오. 세상 구원을 위한 일에 쓰십시오. 그럴 때 그것은 더 큰 결실을 맺을 것이며 하느님 나라 건설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5년 4월 12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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