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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이주민의 가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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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7-12 ㅣ No.880

[김명현 신부의 사회교리] 이주민의 가족권


이주민들은 다양한 이유에서 자신의 고국과 가족을 떠나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주민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고국의 열악한 상황 때문이다.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실업과 열악한 경제적 상황, 사회적 혼란 등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없어 자신과 가족의 삶이 위협받고 있을 때 이주노동을 선택하게 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가족과 헤어져서 생활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가장(가족 구성원)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주의 여성화는 이주 여성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 특히 자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회는 각종 이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가정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권리, 즉 가정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교회는 외국인 근로자의 이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가정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가정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권리, 즉 가정권과 문화와 전통을 지킬 권리를 수호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1. 외국인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

모든 가정은 작은 하느님의 교회이다. 혼인을 통하여 형성된 부부의 결합은 죽음이 갈라놓지 않은 한 그 어떠한 이유에서도 분리될 수 없다. 이와 같은 혼인의 불가해소성은 가톨릭교회의 확고한 가르침이다. 부부는 전인격적인 사랑을 통하여 자녀를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이게 될 때 완전한 가정이 된다. 이렇게 형성된 가정은 생명과 사랑을 나누는 운명공동체로 가정 교회를 이루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이 가정을 떠나 외국에서의 삶을 선택하는 이주와 이민은 가정생활에 위협이 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모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위해서 사랑하는 가족을 고국에 남겨두고 이주를 선택하였다. 특히 가장들의 이주노동 선택은 실상 가족들의 선을 위하여 고국보다 열등한 권리밖에 없는 다른 나라를 용기있게 선택한 것이지만 생명과 사랑을 전해야 하는 임무를 지닌 가장으로서의 임무는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즉 가족들을 위한 선의의 선택이 가장과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근본적인 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이주는 어떤 면에서 하나의 악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환경에서는 필요악”(노동하는 인간, 23)이 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국과 전혀 다른 국가에서 언어, 문화, 철학, 전통 등의 다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고국에 남겨진 가족들 역시 가장의 부재, 자녀의 결손과 부부의 헤어짐으로 인하여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2. 가족권

가톨릭교회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보호할 뿐 아니라 그 가족의 권리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가정을 이루고 가족들이 함께 생활할 권리, 즉 가족권은 천부적인 것이다. 가족권에 따라 모든 가족들은 자신들이 생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참조. 비오 12세, Esul Familia, 77) 헤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의 재결합의 권리가 인정된다. 교황청은 이러한 가족들의 권리에 대하여 ‘가족권리장전’(1983.8.22)을 선포하였는데 제12조에서 이주가정의 권리를 다음과 같이 선포하고 있다.

“제12조. 이주가정은 다른 가정들에 승인된 것에 대한 동일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a) 이주민의 가정은 자신들의 문화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며, 자신들이 공헌한 공동체 안에서 보조를 통해서 지지와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 b) 이주노동자들은 가능한 한 가장 빠른 시일에 자신의 가족과 일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c) 망명자는 자신의 가족들의 재일치를 용이하게 하는 국제기관과 공적 권위(기관)로부터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

모든 인간은 가정을 꾸릴 권리가 있으며 이는 침해할 수 없는 인권이다. 따라서 이주민의 가정, 외국인근로자의 가정 및 망명자의 가정의 권리는 어떤 경우라도 침해될 수 없으며 가정의 일치는 보호되어야 한다. 교회가 이렇게 이주민과 외국인 근로자 및 망명자의 가족의 권리를 선언한 것은 무엇보다 이들과 이들의 가족 구성원들의 불법적이고 은밀한 이동과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착취를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가족권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UN 총회에서 받아들여졌다.

1990년 12월 18일 UN 총회는 “모든 이주노동자들과 이들의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UN 국제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을 통과시켰다. 이 협약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들과 그들의 가족은 국적, 성,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신념, 민족, 연령 등에 의한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아울러 취업국은 이주노동자 가족들의 결합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참조. 국제협약 44조 1 ; 50조 1) 각국 정부들은 수년간 헤어져 살고 있는 부부들이 겪는 어려움, 부모와 자식의 헤어짐으로 인해 빚어지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이주민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의 가족권, 가족들이 적절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권리와 가족들의 재결합을 용이하게 하는 정책과 법을 마련하여야 한다.(참조. 팔십주년, 17)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가족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특히 새터민의 경우 폐쇄적인 북한정권은 가족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묘한 남·북 관계로 인하여 남·북에 흩어져 있는 가족 간의 통신과 만남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의 만남과 재결합을 인정하는 정책이 하루 빨리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3. 문화와 전통을 지킬 권리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하여 이주민들은 가족권 이외에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문화와 전통을 지킬 권리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주민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된다. 만약 이주자들의 자녀들이 이주국의 문화와 전통만을 습득하게 될 때 부모와 자녀들 간의 분리와 충돌을 가져오게 되고 마침내 가정의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자녀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음으로 인해 사회적 부적응자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 가정의 부모와 자녀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이 대부분의 경우 자녀들에 대한 우리 언어와 문화 교육을 소홀히 함으로써 일어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반면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지켜가고 자녀들을 교육하는 것은 이주민 가족들의 정체성 확립과 안정적인 생활에 기여할 뿐 아니라 이주국의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전통을 지킬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먼저 이주민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이주국의 문화에 동화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흔히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을 말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나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에 왔으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배워 한국인과 똑같이 생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습득하는 것이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생활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한국사회를 이해하면서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켜가도록 도와줄 때 우리 사회의 문화적 창조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사회적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다.

[월간빛, 2013년 7월호, 김명현 디모테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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