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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주님의 기도와 교부들: 기도 생활이 가져다주는 큰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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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24 ㅣ No.1131

[주님의 기도와 교부들] 기도 생활이 가져다주는 큰 은혜

 

 

이스라엘 백성이 르피딤에서 아말렉족과 싸울 때의 일이다. 모세가 높은 산 위에 올라가 두 팔을 치켜들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는 동안에는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 백성이 용감하게 적군을 상대하며 진격하였다. 그러나 모세의 힘이 빠져 그의 두 팔이 아래로 처지면, 적군이 더 강해져 이스라엘 백성의 군대는 후퇴하게 된다.

 

이를 본 아론과 후르가 모세 곁으로 다가와 모세를 돌 위에 앉히고는 양쪽에서 모세의 두 팔을 하나씩 들어 주었다. 모세는 힘을 내 주님께 은혜를 청하였다. 모세의 손이 해가 질 때까지 처지지 않게 되어 여호수아는 아말렉과 그의 백성을 칼로 무찔렀다. 탈출기 17장 8-13절의 내용이다.

 

 

모세의 기도와 하느님의 은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이 원망을 늘어놓거나 곤경에 빠지면 늘 하느님께 의탁하며 기도드렸다. 그의 기도는 끈질겼고 늘 하느님의 은혜를 불러냈다.

 

모세가 하느님께 증언판을 받으러 시나이산에 올라갔을 때 산 아래 모인 백성은 모세가 산에서 오래도록 내려오지 않자 아론을 졸라 금송아지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금송아지 앞에서 번제물을 올리고 자기들을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온 신이라면서 먹고 마시며 흥청대면서 놀았다.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어서 내려가거라. 네가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온 너의 백성이 타락하였다. 저들은 내가 명령한 길에서 빨리도 벗어나, 자기들을 위하여 수송아지 상을 부어 만들어 놓고서는, 그것에 절하고 제사 지내며, ‘이스라엘아, 이분이 너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오신 너의 신이시다.’ 하고 말한다”(탈출 32,7-8).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의 진노를 터뜨려 그들을 삼켜 버리게 하겠노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모세는 먼저 40일 동안 하느님 앞에 엎드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끈질기게 기도드린다.

 

두 번째로 모세는 하느님께서 하셨던 약속을 상기시키면서 기도드린다.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그의 후손을 많게 해 주시겠다고, 그들을 하늘의 별보다 바다의 모래알보다 더 많게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이 땅을 모두 후손들에게 주어 상속 재산으로 길이 차지하게 해 주시겠다고 해 놓고서 이제 와서 몰살시키신다는 것은 결코 안 된다고 하느님께 강하게 대드는 식으로 기도드린다.

 

세 번째로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오시고는 이제 광야에서 진노를 터뜨려 몰살시키시면, 그것을 보는 이집트인들이 ‘그 하느님은 이스라엘 자손을 해치려고 끌어내서는 산에서 죽여 땅에 하나도 남지 않게 해 버렸구나!’ 하고 말할 때 주님을 마음이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겠는가 하면서 주님의 뜻을 저지시키는 기도를 드린다.

 

기껏 구해 놓고는 결국 다 죽이려고 데려 내오신 것인가 하는 생각을 못 하게끔 벌을 거두시라고 재촉한다.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 힘이 없는 분이로구나!’ 하는 말을 못 하게끔 막아 주시라고 호소한다.

 

모세는 마지막으로 기도 중에 하느님과 한판 붙는다. 데리고 내올 때는 ‘내 백성’이라고 하시던 분이 이제 와서 모세에게 ‘너의 백성’이라고 하시는 것은 이치에 맞는 말이 아니라고 주님께 기도 안에서 따진다.

 

“주 하느님, 당신의 그 큰 능력으로 구해 내시고, 강한 손으로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오신, 당신의 소유, 이 백성을 파멸시키지 말아주십시오. 당신의 종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을 기억하셔서, 이 백성의 완고함과 악과 죄를 보지 말아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이끌어 내오신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주님은 그들에게 약속한 땅으로 그들을 데리고 갈 능력이 없구나, 그가 그들을 미워하여 광야에서 죽게 하려고 그들을 이끌어 내었구나.’ 하고 말하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그들은 당신께서 당신의 큰 힘과 당신의 뻗은 팔로 이끌어 내오신 당신 백성, 당신의 소유입니다”(신명 9,26-29).

 

하느님께서는 마지막으로 모세와 타협을 시도하시며 새 제안을 하신다. 다 멸망시킨 다음 다시 더 좋은 백성, 새 민족을 만들어 주겠노라고 말이다. 모세는 이 또한 강하게 반대한다. 이 제안도 모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 백성이 어떤 백성인가! 주님께서 당신 친히 구해 내신 백성이 아닌가! 이 기도로 주님의 마음이 움직였다! 모세는 40일 동안 밤낮으로 하느님 앞에 엎드려 간구하여 결국 은혜를 받았다!

 

 

주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도의 힘

 

기도는 주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한다. 하느님과 마치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며, 어떤 문제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모세의 대담성이 참으로 놀랍다!

 

예레미야는 하느님께 불평을 털어놓는다. “주님, 당신께서 저를 꾀시어 저는 그 꾐에 넘어갔습니다. 당신께서 저를 압도하시고 저보다 우세하시니 제가 날마다 놀림감이 되어 모든 이에게 조롱만 받습니다. 말할 때마다 저는 소리를 지르며 ‘폭력과 억압뿐이다!’ 하고 외칩니다. 주님의 말씀이 저에게 날마다 치욕과 비웃음거리만 되었습니다. … 뼛속에 가두어 둔 주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오르니 제가 그것을 간직하기에 지쳐 더 이상 견뎌 내지 못하겠습니다”(예레 20,7-9 참조).

 

이들의 기도 속에 든 불평이나 불경 같은 내용은 하느님과 너무 친밀하게 일치되어 있으므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느님, 당신은 올바르십니다!” 하고 인정하며 기도드릴 때, 하느님께서는 “네 속에 있는 말을 다 해도 좋다. 괜찮다! 나는 노여움을 풀었다!” 하고 대답하신다.

 

욥은 고통으로 약해져 하느님께 ‘왜, 왜입니까?’ 하면서 따지기도 하고 부르짖으며 솔직하게 마음의 기도를 드린다. 친구들을 위해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면서 기도를 드리기까지 한다.

 

니네베의 주민과 왕은 요나 예언자의 경고를 듣고는 곧 크게 뉘우치며 하느님께 기도드렸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내리려던 재앙을 거두시고 용서해 주셨다(요나 3장 참조).

 

히즈키야 임금이 벌을 받아 곧 죽을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는 밤낮으로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러자 그는 15년을 더 살게 되는 은혜를 입었다(2열왕 20,1-6 참조).

 

이런 성경의 예를 종합해 볼 때 기도 생활은 우리가 하느님의 은혜와 용서를 받게 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주님께서도 우리가 기도하기를 기다리신다. 당신의 자비를 베풀고 싶으시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기도와 성령의 선물

 

예수님께서도 고난의 시간에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께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다(히브 5,7 참조).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

 

예수님께서는 늘 아버지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하셨으므로 아버지께서는 언제나 예수님의 기도를 들으셨다(요한 11,42 참조). 하느님께서는 그의 효심 때문에, 곧 그의 아들로서의 순종 때문에 그분의 기도를 들으셨다.

 

예수님의 영이신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실 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서 친히 기도해 주신다. 기도는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의 선물이다.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해 주신다(갈라 4,6 참조). 이것은 성령 안에서 또는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기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분은 늘 성령 안에서 온갖 기도와 간구를 올려 간청하십시오”(에페 6,18). “성령 안에서 기도하십시오”(유다 1,20).

 

따라서 기도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안에 계시는 주 그리스도이시다. 성령은 우리의 연약한 기도의 힘이 되어 주시고, 우리의 무지한 기도의 빛이 되어 주신다. 성령은 우리의 기도를 당신의 기도로 만드신다.

 

* 장인산 베르나르도 - 청주교구 신부. 2016년에 은퇴한 원로 사목자로 현재 강화꽃동네 성녀 헬레나 성당에서 통일을 기원하며 지낸다. 독일 본대학교에서 교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와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경향잡지, 2018년 3월호, 장인 베르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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