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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의 해3: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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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09 ㅣ No.1124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의 해]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남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경우에 사용하지요. ‘나는 왜 행복하지 않지?’ 하고 한탄하고 화를 내며 상대방이 누리는 행복을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고 또 축하해 주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감정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사도 바오로의 ‘사랑의 찬가’(1코린 13,1-13)의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라는 구절에서 그 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시기하지 않는다.’는 말의 그리스어 원문은 ‘오우 젤로이’(ou zeloi)입니다. 시기는 질투와 비슷해 보이지만,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질투’가 타인이 가진 것을 자신이 갖지 못해 슬퍼하는 감정이라면, ‘시기’는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타인이 가지고 있어서 생기는 슬픈 감정이라고 구분합니다. 다시 말해 질투는 그 초점이 본인에 있는 반면, 시기는 초점이 타인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두 감정은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쪽을 향합니다. 그리고 늘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 열등감을 가진 사람은 잘나가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면서 그 사람의 것을 빼앗으려는 마음을 품게 됩니다. 자기 것이 별볼 일 없다고 여기며 자기에게 이미 주어진 긍정적이고 좋은 것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오히려 다른 사람의 것을 가져 와야 자신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착각을 합니다. 이렇게 타인의 것을 빼앗아 오면 자신이 더 풍요롭고 강해질 것만 같다고 생각하는 왜곡된 마음, 우리는 이것을 ‘열등감’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이와 반대로 온전히 자신 안에 머뭅니다. 이는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것을 뜻하지 않고, 자신 안에 있는 사랑의 힘, 즉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사랑의 선물을 믿고 자신 안에 머무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본당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자매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신앙의 첫 걸음을 걷는 예비신자들을 위해 15년이 넘게 헌신한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젊은 봉사자들, 특히 학력도 좋고 전문직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봉사자가 점점 많아지면서 자신이 너무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예비신자를 만나면서 얻게 된 소중한 열매들보다 세상 사람들 눈에 더 가치 있어 보이는 외적인 조건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은 왜곡된 형태로 드러나 그분을 평소와 다르게 자주 화를 내고 짜증내는 사람으로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공동체에서 다른 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덧 타인을 공격적으로 대하고 자기 이야기만 옳다고 주장하며 다른 의견은 거부하는 모습으로 변해 갔습니다. 자신이 가진 소중한 보물을 보지 못한 채, 늘 타인이 가진 몰두하게 된 자매님은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셨습니다.

 

안셀름 그륀 신부님은 먼저 자신의 시기심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사랑,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는」, 분도출판사, 55쪽 참조) 시기심은 늘 어떠한 두려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사랑 받지 못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뒤처지면 비참하게 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입니다. 이 두려움과 마주할 때 자신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고, 바로 그때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큰 사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시기심이라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하느님께서는 있는 그대로의 내 존재를 사랑해 주신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느님 사랑에 대한 믿음이 우리 안에 자리 잡을 때, 하느님의 시선으로 자기 자신과 타인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은 수직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질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시선에서는 우리 각자가 그분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자녀이며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우리의 시선은 수직적 인간관계에서 수평적인 사랑의 관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시기심을 이겨내는 유일한 힘은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부어 주신 사랑입니다. 그 사랑의 능력을 믿고 키워 나갈 때, 자신에게 주어진 좋은 것들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고, 우리 영혼은 흔들림 없이 참다운 ‘나’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것을 볼 줄 아는 신앙의 눈을 지니셨나요?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18년 3월호, 사목국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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