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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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47: 데레사 성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기도생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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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28 ㅣ No.638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47) 데레사 성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기도생활 ①


“나는 과연 주님을 간절히 열망하고 있는가?”



신앙생활의 기본기와 기도

이제 우리는 기도의 스승인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에서 우리 각자의 역사와 삶의 무게를 지고 하느님을 대면하는 가운데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가끔 우리는 기도 자체에 대해 회의하거나 기도의 가치와 효과에 대해 의심을 품곤 합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기도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구실에 불과합니다. 사실 이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 가면 모든 기도의 위기에는 개인적, 교회적 차원에서 신앙의 위기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도의 여정을 제대로 걸어가려면 무엇보다 신앙생활의 기본 바탕에 먼저 충실해야겠습니다. 성녀 데레사 역시 영성 생활의 스승답게 이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기도를 하기 위해 성녀가 권한 기본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도의 밑거름인 건강한 평상심(平常心)

기도에 있어 근본적으로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은 삶의 건강함을 떠받치는 윤리적인 덕행들을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정과 직장에서 자신이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 주위 사람들의 부족함을 너그러이 감싸주고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일, 자신과 갈등을 빚었던 사람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일, 누구에게든 열린 마음으로 기꺼이 모든 것을 나눌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 사회적인 불의를 모른 체하지 않는 것 등이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한 사람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지표들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것들이 잘 작동될 때 자연스레 신앙과 관련된 덕들이 무럭무럭 자라게 됩니다. 좁은 마음을 갖고 자기중심적 태도로 주위 사람들에 대해 늘 불만하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의 영혼에 주님을 향한 여백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기도 생활은 고사하고 신앙생활 자체도 의문시될 수밖에 없겠지요.


‘주(主)바라기’ 자세

여기에 더해 자연 본성적인 영역을 넘어서 천상을 바라보는 ‘주(主)바라기’ 자세, 즉 향주적(向主的)인 태도를 평소에 유지해야 합니다. 말 자체가 드러내듯이 향주적 태도는 주님을 향해 자신의 전(全) 존재가 하느님을 향한 사랑에 온전히 초점 지워져 있음을 의미합니다. 윤리 신학적 용어를 빌리자면, 이는 주님을 향해 ‘근본적인 삶의 선택’을 하는 것이자 그분께로 회심(回心)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삶의 모든 것을 자연스레 신앙과 연결해 주며 그 신앙의 궁극적 대상인 하느님과의 관계 맺음으로 인도해 줍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기도입니다.

그리스도교적인 기도는 본질적으로 하느님과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두 인격 간의 만남이자 우정의 관계입니다. 상대방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믿지 않고서 그와 대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기도 수련에 있어서 믿음은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받아들이게 해줄 뿐만 아니라 그분을 계시한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에 모시게 해 줍니다. 기도는 바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나는 사랑의 대화입니다.


기도와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

또한 기도 생활에서 염두에 둬야 할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과연 어떤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성녀 데레사가 스무살 되던 해에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할 당시 가졌던 하느님의 모습은 엄격하고 무서운 심판관이었습니다. 성녀는 그런 그분을 보며 세말에 그분 앞에서 혹독한 판결을 받아 지옥에 가기 전에, 적어도 이승에서 수도 생활 중에 연옥을 살며 희생하고 보속하는 게 낫다고 여기며 수도 생활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그러나 1554년 기둥에 묶여 채찍질 당하는 예수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한 후, 성녀가 갖게 된 하느님은 전혀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이 바로 그분입니다. 성녀가 기도에 큰 진전을 이룬 것은 이때부터였습니다. 기도는 자신이 하느님과 갖는 관계를 그대로 반영해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그러므로 기도가 잘 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과연 나는 주님을 어떤 분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지,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그분은 몇 번째에 해당하는지 먼저 돌아볼 일입니다.


기도의 힘: 주님을 향한 간절한 열망

진정한 기도는 한계를 두지 않습니다. 하루 일과 가운데 일정한 시간에 경문을 읊거나 묵상 기도를 하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사실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가 필요하지 않으시지만, 우리는 마치 숨을 쉬어야 살 듯 그렇게 하느님을 필요로 합니다. 도저히 기도가 안 된다는 젊은 수도승에게 스승이 그의 머리를 강물에 집어넣었다 빼며 숨을 할딱이는 그에게 이렇게 물었답니다. “자네는 그렇게 간절히 주님을 열망하고 있는가?” 기도는 무엇을 얻기 위한 작업이 아닙니다. 단지 그분이 내 삶의 시작과 마침이며 유일한 사랑이라는 것, 그분이 아니시면 나는 한 시도 살 수 없음을 온몸으로 증거하고 고백하는 시간이 바로 기도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분께 오늘 필요한 것을 전하며 내게 허락하신 삶이라는 고귀한 선물에 대해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것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그렇게 그분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까?

[평화신문, 2015년 3월 1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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