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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그리스도교미술 산책16: 조르주 루오와 교외의 그리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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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그리스도교미술 산책] (16) 조르주 루오와 ‘교외의 그리스도’ 가난한 사람들 곁, 빛으로 함께하시는 하느님 - 조르주 루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본능적 움직임?거친 형태와 색채는, 모더니즘을 추종하려는 단순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종교적 성찰을 통한 내면의 깊은 필요성에 의해서 거의 본능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루오에게 있어서 회화란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열렬한 신앙고백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당시 프랑스 교회는 그의 작품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그 역시 수줍은 성격으로 평생 자신을 내세울 줄도 몰랐지만, 여든의 나이에 접어들었을 때, 그리스도교 미술 쇄신에 있어서 루오의 지대한 공헌을 높이 평가한 교황 비오 12세께서는 교황이 평신도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그레고리오 대교황 기사 훈장을 수여했다.
‘교외의 그리스도’(Le Christ dans la banlieue)는 루오가 오랜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작품으로, 1920년에 그리기 시작해 1924년에 완성했다. 적막감이 감도는 거리에는 몇 채의 우중충한 집이 늘어서 있는데, 창문에는 모두 불이 꺼져 있어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것만 같은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어두운 밤하늘에 둥그렇게 떠있는 달은 멀리서부터 뻗어 내려온 길을 비추며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화면의 아랫부분에는 따뜻하고 안락한 집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밤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루오가 보여주는 거리 풍경에는 휘황찬란한 빛도 북적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개발과 부의 축적에서 밀려난 사람들, 그리고 세속적 허영과 헛된 즐거움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사는 외곽지대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다가간 그리스도의 모습이다. 그리스도는 어둠 한가운데의 빛으로서 사람들 곁을 따라가고 있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찾아 사회의 구석진 곳, 변두리로 용기 있게 나가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어쩌면 루오는 이미 한 세기 전에 그림으로 실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0 2,577 0 |